농협은행, 털어준돈 1조2401억, 못받을돈 2조1835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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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털어준돈 1조2401억, 못받을돈 2조1835억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6.10.05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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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들어간 조선·해운업에 발 묶여... 농협 "배만 선주에 이양되면 좋아질 것"
▲ 국회 농해수위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은 5일 "농협은행이 농업·농민의 피해고통은행으로 전락했다"며 부실경영에 대한 엄정한 문책을 촉구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김주미 기자] 농협은행이 부실기업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조선업과 해운업에 대해 올해 6월 말 기준 1조2401억원을 손실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1조원이 넘는 돈을 그냥 털어줬다는 것이다.

2013년 9월 성동조선 1111억원, 올해에만 STX조선해양(3월 5470억원, 6월 3686억원), 창명해운(6월 2134억원) 2개 기업의 부실채권 1조1290억원 등 총 3개 기업의 부실채권을 손실처리했다.

이처럼 조선·해운업에 1조2401억원을 손실처리했음에도 조선·해운업의 지속적인 침체와 경영 악화로 우리나라 조선·해운업의 정상화는 요원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현재 법정관리 아래에 있거나 회생 절차에 들어간 업체들의 채권은 사실상 회수가 어려운 실정으로 손실처리가 불가피하다.

법정관리·기업회생 아래의 부실채권은 STX조선 3750억원, 성동조선 2723억원, 현대상선 329억원, 한진해운 761억원, 창명해운 1455억원 등 모두 9018억원이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의 1조2817억원을 포함하면 총 2조1835억원이 앞으로 못받을 부실채권으로 분류된다.

농협은행은 조선·해운업의 부실로 올해 상반기에 1조3589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하반기에도 4000억원 등 모두 1조70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을 적립할 계획이다.

조선·해운업의 부실과 충당금 손실로 인해 농협은행이 2016년 말 552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은행사업 위축, 경영지표 악화,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농협중앙회에 대한 명칭사용료 배당도 불가능할 걸로 우려된다.

농협은행 뿐만 아니라 전국 245개 지역농협(축협)들도 3651억원을 조선·해운업 회사채에 투자해 연말 결산 때 약 644억원의 손실이 날 걸로 예상되고 있다.

농협은행이 조선·해운업에 말이 묶여 아직도 못받은 여신 잔액도 4조818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인화 의원은 "조선·해운업의 경영악화는 이미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을 정리하기보다는 여신을 더 확대하는 등 부실경영을 일삼아 왔다"며 "농협은행이 농업·농민을 보호하기 보다는 오히려 피해를 가중시키는 피해고통은행으로 전락했다"고 질타했다.

정 의원은 "전문성이 부족한 무능한 경영인과 위기관리능력 없는 구조가 대규모 부실을 초래한 만큼 원인을 분명히 밝히고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 쪽은 적극 해명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대출이 나간 시점인 2006~2007년은 조선업과 해운업이 가장 각광받던 시점이었다"며 "사업성이 좋았을 뿐만 아니라 국책은행에 준하는 농협은행의 역할과 맞물리면서 이렇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배만 만들어 선주에게 이양하면 보증이 해제되고 적립된 충당금은 환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 시기가 요원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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