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아파트값, 1년 전으로 '원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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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아파트값, 1년 전으로 '원위치'?
  • 이성훈 기자
  • 승인 2009.04.16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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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사이 상승-하락 롤러코스터 장세 연출... 당분간 약세 지속할 듯

▲ 서울 노원구 아파트 평균 가격 변동 추이(2008.4~2009.4). (자료=스피드뱅크)
지난해 집값이 무섭게 오르며 '노도강'이라는 새 조어까지 만들었던 서울 노원의 집값이 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의 일부 인기 단지는 한때 송파의 같은 규모 아파트보다 비싸게 거래되면서 송파구 시세를 앞질러 가기도 했으나 최근엔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1년 동안 상승과 하락을 모두 경험하며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16일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가 최근 1년 간(2008.4.12~2009.4.12 기준)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0.8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4월 한 달 간 평균 상승률이 3.79%까지 치솟으면서 2008년 상반기 내내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노원구의 입장에서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적표다.

◆ 1억원 이상 '뚝'... 승세 물거품, 집값 원위치

지난해 4월, 노원구는 1220만원 내외였던 3.3㎡당 매매가가 2008년 8월말 최고 1307만원까지 뛰더니 미국발 금융 위기에 따른 실물 경기 침체로 내림세로 돌아서 현재 123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4월부터 약 3개월 동안 급격한 상승세를 이뤘지만 지난해 8월부터 36주 동안 단 한 차례도 상승하지 못하면서 1년 전 가격으로 돌아간 것이다. 노원의 집값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것이 2008년 상반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의 높은 상승세가 모두 물거품이 된 셈이다.

실제로 상계동 주공6단지 79㎡(24평형)의 경우 지난해 3월말 2억9000만~3억3000만원에 시세를 형성해 최고 3억5500만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최저 2억4000만까지 시세가 떨어졌다. 1년 전 가격에 비해 16.9% 떨어진 수준이다.

같은 지역 주공2단지 82㎡(25평형)은 지난해 3월말 2억5000만~2억8000만원에서 최고 4억원까지 상승했지만 현재는 2억3000만~3억원까지 떨어졌다. 중소형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에만 1억원 가량 내렸다.

이처럼 노원 집값이 1년 사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스피드뱅크 김은경 팀장은 "단기간 상승한 가격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노원구는 2007년 초 버블세븐지역에 각종 규제 정책이 집중된 데 따른 반사 이익과 함께 2008년 MB정부 출범 이후 강북 도심재개발 정책에 힘이 실리면서 최고의 투자처로 떠올라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저평가된 지역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던 노원구는 되려 급등한 가격이 다시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 시세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뉴타운 및 재개발 등의 개발 호재들이 계획 단계에서 이미 가격에 반영돼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2008년 하반기 미국발 금융 위기에서 비롯된 실물 경기 침체 여파와 최근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이 재건축 중심의 강남권에 집중된 점도 노원구에는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낙폭 큰 급매물 위주 거래... 당분간 약세 불가피할 듯

최근 들어서는 내림세가 이어지면서 가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자 일부 낙폭이 큰 급매물을 위주로 저가 매수세가 서서히 유입되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상계동의 ㅁ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매수문의가 뜸하더니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는 인식 때문인지 최근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강남권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로 바닥권에 대한 인식이 나타나면서 매수자들이 상대적으로 낙폭이 큰 저렴한 매물 확보에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실수요가 접근하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약세장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2008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3.94% 하락에 그친 데 반해 현재 하향 조정돼 있는 가격도 과거 한 차례 급등을 겪었던 2007년 초 시세보다는 15% 가량 오른 가격이기 때문이다. 2007년 초 이후 2년여간 조정 기간을 거친 강남권에 비해 아직 추가 하락 조정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상계동의 ㅌ중개업소 관계자는 "우선 경기가 회복되고 시세 상승을 촉발시킬 수 있는 추가적인 호재가 있을 때에야 비로소 노원도 하락세를 멈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실물 경기 침체 여파로 수요 기반이 약해진 가운데 최근 규제 완화의 수혜가 집중된 강남권과 달리 별다른 호재가 없는 데다 강남권에 후행하는 성격상 하락세가 좀더 진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훈 기자 hoonls@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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