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4.19
상태바
아~, 4.19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09.04.19 11:16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이영도의 '진달래')
"이젠 우리 폭정에 견딜 수 없어/ 자유의 그리움으로 분노를 뱉는다/ 아, 총탄에 뚫린 4월 그 가슴 위로/ 넋이 되어 허공에 출렁이는 아 자유여 만세" (서울대 메아리, '4월 그 가슴 위로' 중에서)

49년 전 4월의 그날- 한여름처럼 양광이 눈부시게 쏟아지던 광화문 세종로 종로 일대를 노도와 같이 휩쓸던 젊은 함성들. "사악과 불의에 항거하여 압제의 사슬을 끊고 분노의 불길을 터뜨린" 민족사에 영원히 꺼지지 않을 민주의 횃불 4월혁명.

무심한 세월은 흘러 그날로부터 반세기가 지났건만 혁명의 상흔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그때 치우지 못한 혁명의 찌꺼기들은 수십년 동안 그대로 쌓이고 쌓여 더욱 기승을 부리며 온갖 질병과 해악을 이 땅에 뿌리고 있다.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무능한 정치 권력은 여전히 이 사회 깊숙히 똬리를 틀고 앉아 우리 사회를 옥죄는 굴레로 작동하고 있다.

'피의 화요일'로 불리던 그날의 함성으로 우리는 단번에 절망의 질곡에서 희망의 기슭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새벽을 틈타 한강을 건넌 박정희의 군사쿠데타에 의해 무장해제당해야 했다.

실패한 혁명이 다음에 결과할 반동의 역사를 한 치만 내다보았던들 4월혁명은 그때 그처럼 그렇게 속절없이 좌절하지는 않았을 것을-.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그날 쓰러져간 젊음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련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 (이영도의 '진달래')

▲ 서울 수유리 4.19 민주묘역에는 4월 혁명 49주년을 맞아 참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데일리중앙 석희열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서울 성북구 수유리 4.19 묘역에서 열린 49주년 4.19 기념식에서 "4월 그날, 모두 함께 '진정한 민주이념의 쟁취를 위한 반항의 봉화를 높이 들었고', 마침내 승리하여 민주주의의 큰 물길을 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양 국가보훈처장이 대신 읽은 기념사에서 "진달래 피는 4월이 돌아오면, 우리는 그날 스러져간 순결한 넋들을 기억한다"며 "독재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민주열사들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빈다"고 했다.

해마다 4월이 오면 접동새 울고 진달래 피는 4.19 민주묘역. 산허리를 감싸고 도는 안개비에 자욱이 젖은 4·19 묘역에는 전날부터 참배객들의 발길이 하루종일 이어지고 있다.

1960년 4월 19일 신설동 네거리에서 시위를 하다 경찰이 쏜 총탄에 쓰러진 곽종한(당시 19세)씨의 친형 곽종식(74)씨는 "경찰의 무차별 사격으로 젊은 주검들이 아스팔트 위에 꽃잎처럼 나뒹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265명의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4·19 민주묘역에는 먼저 가신 임들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듯 산 허리의 높은 잎들이 햇볕을 받아 소리없이 반짝였다.

시인 박목월은 언젠가 4월 영령들을 "죽어서 영원히 사는 사람들"이라고 추도했다.

데일리중앙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강섭 2009-04-19 16:06:49
이말 처럼 증명된 명제도 없지 않나 싶다.
4.19 영령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 정도의 민주주의라도 누릴 수 있었을까.
노래도 구성지고 기사도 옷깃을 여기게 하는구나.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민족은 결코 전진하지 못할 것이다.

007가방 2009-04-19 13:04:45
4.19가 이루고자 했던 그때의 열정과 의기는 다 어디가고
반동의 그 자리에 똬리를 틀어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