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입체주의' <타마라 렘피카 전> 열려
상태바
'부드러운 입체주의' <타마라 렘피카 전> 열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7.01.10 0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혹적이고 파격적인 작품 100여 점 전시...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나는 부드러워요, 나는 둥글고, 나는 조용하며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입니다. 나는 강력하고 나는 중요합니다."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백 장의 그림들 가운데서 당신은 내 그림을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의 뮤즈(여신)로 알려진 타마라 렘피카의 작품을 소개하는 <아르데코의 여왕 타마라 렘피카 전>이 국내 처음으로 열리고 있다. 서울 양재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타마라 렘피카(1898~1980)는 폴란드 태생의 여류화가다. 1920년대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사교계와 당대 예술계에 초상화가로 이름을 떨쳤던 신여성의 대명사이자 시대의 아이콘이다.

진보적인 여성상을 화폭에 제시하며 보수적인 미술계에 여성화가로 승부수를 던졌던 그는 아르데코 양식을 수용해 '부드러운 입체주의'라는 독특한 화풍을 남겼다.

"나는 부드러워요, 나는 둥글고, 나는 조용하며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입니다. 나는 강력하고 나는 중요합니다."

이처럼 타마라 렘피카는 자신에 대해 무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그의 작품 세계에는 자화상이 자주 등장한다. 배우 같은 자신의 이미지를 화폭에 옮기며 나르시즘에 빠지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제1차 세계대전 후 근대화가 본격화되던 시기의 변화된 여성들의 모습을 화폭에 효과적으로 재현했다는 평가다. 특히 여성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파괴하고 성에 대한 주제를 매혹적이고 관능적인 표현으로 풀어내며 특유의 솔직함과 대담함으로 당대 예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능적인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한 작품들이 눈에 확 들어온다.

그러나 렘피카에 의해 해석된 여성의 신체는 수치심을 자극하기 보다는 우아했으며 활력이 넘쳤다. ▽목욕하는 여인들(1939) ▽아름다운 라파엘라(1927) ▽네 명의 누드(1925) ▽두 명의 여자친구(1930) ▽모델(1925) ▽수잔느의 목욕(1938) ▽노예(1929) 등이 대표적이다.

폴란드 소녀(1933)
밝은 색의 폴란드 숄을 머리에 쓰고 있는 소녀는 그녀의 기도서를 올려다 보고 있다. 렘피카가 그토록 좋아했던 작은 마호가니 패널에 그려진 이 경건한 이미지는 성상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사진=㈜와이제이커뮤니케이션)
ⓒ 데일리중앙
"나는 내 존재를 둘러싼 공간과 구조에 명령을 내립니다."

아름다운 소녀들을 부드러운 입체주의로 표현한 작품도 돋보였다. 대표작으로는 △잠자는 소녀(1933) △폴란드 소녀(1933) △수찬자(1928) △팬지꽃을 든 소녀(1945) 등이다.

렘피카가 작가로서 대성공을 거두고 있던 1920~30년대는 패션의 전성시대였다. 그래서인지 이번 전시에는 렘피카의 아르데코 화풍과 스타일리쉬한(유행에 맞는)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다.

20세기 최고의 작가 타마라 렘피카는 자신의 딸인 키제트의 초상화도 여러 점 남겼다. 작품 속 키제트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1920년대 당시 최신 유행하는 원피스라고 한다. 키제트는 렘피카 작품의 원천이자 가장 사랑하는 모델이었다고. 렘피카는 1980년 3월 18일 멕시코의 쿠에르나바카에서 파란만장했던 80여 년의 삶을 마감할 때도 사랑하는 딸 키제트의 품에서 잠들었다.

"나는 내 존재를 둘러싼 공간과 구조에 명령을 내립니다."

작가의 스펙터클한 삶과 매혹적인 작품은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드와 루이비통의 마크 제이콥스 등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줬다.

또한 마돈나, 레이디 가가를 비롯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그의 화려하고 감각적인 작품에 열광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자화상' '키제트의 초상화' '수잔느의 목욕' 등 렘피카의 강렬하고 파격적인 대표작들이 엄선됐다. 또 수채화, 유화, 드로잉, 영상, 사진 등 100여 점이 함께 전시된다.

키제트의 초상화(1924)
렘피카의 딸 키제트의 초상화다. 키제트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당시 최신 유행 원피스라고 한다. 딸에게 입힌 드레스를 통해 스타일리쉬했던 렘피카의 영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사진=㈜와이제이커뮤니케이션)
ⓒ 데일리중앙

혁명과 전쟁이 야기한 시대의 혼란 속에서 여성의 지위로 성공을 얻어낸 여류화가 렘피카의 진면목을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타마라 렘피카 전은 오는 3월 5일까지 이어지며 2월 27일은 휴관이다. (☎ 02-580-1300)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