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반기문, 국내 정치 스펙트럼에서 보면 보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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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 "반기문, 국내 정치 스펙트럼에서 보면 보수는 아니다"
  • 주영은 기자
  • 승인 2017.01.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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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총장 오늘 오후 귀국... 23만달러 수수·동생 뇌물혐의·신천지 관련설 등 의혹 해명해야
다만 이제 UN에서 다루는 경제사회 이슈가 우리 국내적으로 어느 정도 우리 국내 현안들과 관계가 있느냐 하는 부분인데 이미 우리나라가 굉장히 선진화 돼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경제사회 이슈들 불평등의 해소라든지 인권 문제라든지 양극화 문제라든지 이런 모든 것들이 UN 차원의 논의나 우리 국내적인 현안이나 상당한 상호관계가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반 총장이 그런 데서 어떤 경험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데일리중앙 주영은 기자]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의 측근으로 불리는 오준 유엔 전 대사는 반 전 총장의 이념지형에 대해 "보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여권의 유력한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반 전 총장은 12일 오후 5시30분께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귀국하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준 전 대사는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나와 반 전 총장의 귀국 후 첫 메시지를 묻는 질문에 "반 총장이 최근에 하신 말들, 그러니까 포용적인 리더십이라든지 통합과 안정이라든지 배려라든지 또 제프리 삭스 교수와 함께 이야기한 경제에 관한 정책들, 이런 내용들을 포괄하는 메시지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반 전 총장이 여태까지 해왔던 얘기들의 종합판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이 대권으로 가는 길목에는 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언론과 야당, 시민사회의 엄정한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으로부터는 '기름장어' '유령손님'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당장 △최근 제기된 반 전 총장 개인의 23만 달러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 △또 귀국 하루 전날 보도된 뉴욕에서의 반 전 총장 동생과 조카의 뇌물혐의 기소건 △그리고 반 전 총장의 특정 종교 관련설 등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여러 의혹에 대해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오준 전 대사는 반 전 총장 동생과 조카의 뇌물혐의 기소건에 대해 "그 문제는 제가 UN 대사하고 있을 때 재작년에 이미 나왔던 문제이고 그때도 보도가 됐다. 그때부터 미국 수사당국이 수사를 한 뒤 이번에 수사가 종결돼 기소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번 기소건에 대해 서울로 출발하면서 "민망하고 당혹스럽다"고 했다.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지만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오 전 대사는 이 문제가 처음 터졌던 2년 전 반 전 총장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특별한 대화를 나눴다기보다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처음 나왔을 때 반 총장 본인도 놀라셨고 그리고 굉장히 당혹스럽게 생각했다 하는 기억은 있다"고 답했다.

반 전 총장이 10년 간 유엔 사무총장을 하면서 국내 정치에 대한 공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도 숙제다.

이와 관련해 오준 전 대사는 반 전 총장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UN은 정무적인 외교만 하는 게 아니고 경제사회 이슈도 UN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그러니까 반 총장이 10년 동안 그런 경제사회 이슈를 다루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는 건 무리다.

다만 이제 UN에서 다루는 경제사회 이슈가 우리 국내적으로 어느 정도 우리 국내 현안들과 관계가 있느냐 하는 부분인데 이미 우리나라가 굉장히 선진화 돼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경제사회 이슈들 불평등의 해소라든지 인권 문제라든지 양극화 문제라든지 이런 모든 것들이 UN 차원의 논의나 우리 국내적인 현안이나 상당한 상호관계가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반 총장이 그런 데서 어떤 경험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 전 총장이 귀국하면 기성 정당에 들어갈 지, 아니면 독자 세력을 구축할 지 또는 제3지대 정계 개편에 편입될 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오준 전 대사는 아직 논의되거나 결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 큰 틀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과 접촉을 늘려갈 것이라고 전했다.

오 전 대사는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신다면 중요한 정치인들과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듣고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에 필요한 정치세력의 재편성이나 이런 게 어떤 방향인지 그런 데 전문성이 있고 그런 걸 많이 생각하신 분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결정해야 될 일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의 정치성향을 엿볼 수 있는 이념지형은 어느 쪽일까.

오준 전 대사는 이에 대한 물음에 "어떤 분이 외교안보는 보수고 경제사회는 중도다, 이렇게 표현하신 걸 읽은 적이 있는데 그 표현이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오 전 대사는 "UN 사무총장을 10년 했고 UN 자신이 다루고 있는 경제사회 이슈들은 우리 국내 정치적인 그런 관점에서 볼 때는 중도쯤 된다. 왜냐하면 UN이 다루는 것은 못 사는 사람들 개발도상국을 잘 살게 해주려는 노력, 그리고 인권을 탄압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향상하려는 노력, 이런 것이 UN 활동의 중심이기 때문에 그것을 굳이 국내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본다면 보수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이념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보수는 아니다"인 셈이다.

이 말은 반 전 총장이 보수 또는 수구세력으로 여겨지는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새누리당으로는 가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제3지대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가칭),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과 손을 잡는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 국내에 정치기반이 없고 정치 경험이 없는 반 전 총장이 독자적인 정치세력화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

반기문 전 총장은 지난 10년 간의 유엔 사무총장직을 마치고 오늘 오후 5시30분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공항에는 수많은 환영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주영은 기자 chesil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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