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반기문의 불출마 선언의 배경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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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반기문의 불출마 선언의 배경과 효과
  • 이병익 기자
  • 승인 2017.02.0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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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정치평론가이자 칼럼리스트)
▲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은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달 12일 귀국해 정치에 입문한 지 20일 만이다.
ⓒ 데일리중앙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필자는 얼마 전 대선예측을 할 때 보수층의 후보로 반기문을 상정했었다. 그러나 그 후 반기문 전 총장이 보수층의 후보가 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었을 때 보수후보의 자격이 없다는 칼럼을 개제했었다. 그는 귀국 후에 탄핵정국의 회오리 속에서 소속정당 결정을 못하고 미루다가 결국은 대선출마를 접었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직업외교관으로 평생을 바친 사람에게는 맞자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외교관은 국익을 항상 고려해야하는 직업으로 옳고 그른 것을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고 항상 신중해야 하는 습성이 몸에 밴 사람들이다. 즉각적이고 직설적이지 못하고 신중하고 은유적인 말과 표현에 익숙하며 젠틀하고 깔금한 성격이 형성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교관의 모습은 이렇게 온화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반기문 전 유엔총장은 사무총장 연임으로 임기 10년을 채우고 귀국했다. 그 이전의 외교관 생활을 더한다면 임명되고 난 후 인생의 절반 이상의 세월을 외국에서 보냈을 것이다.

유엔사무총장이라는 명예롭고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10년을 보냈으면 외교관으로서는 최고의 인생을 경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존경받아 마땅하고 세계 대통령이라는 영예를 안고 살아간다면 개인으로서는 최고의 영광이고 국가로서는 최고의 보배를 가진 것이다. 이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말년을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즐거운 생을 갖기를 바란다. 한국의 정치판은 이전투구와 흑색선전과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젠틀맨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곳이라는 것을 잘 알았으리라 생각된다.

동서냉전의 시대보다도 더 가혹한 우리나라의 진영논쟁은 단기간에 고쳐질 일이 아닌 것 같다. 중도노선을 걷는 정치지도자는 정치풍토에서 진보적 보수라는 반기문식의 정치행보는 어느 진영에서도 환영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지지율 정체나 하락이 눈에 띄게 보였고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도 분명히 구태적인 방식의 정치를 권유했을 것이고 주변 인물들 역시 정치꾼들로 성시를 이루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는 참신하고 젊은 국정마인드를 가진 대통령을 원하는 시대에 와 있다. 또한 전통적인 보수층이 붕괴되어가고 젊은 보수와 젊은 진보가 어우러져야 하는 통합의 시대가 도래 했다고 보인다.

인권과 복지와 환경과 평등을 우선시하는 진보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국수주의가 쇠퇴하고 세계주의가 대세로 흐르고 있다. 정보화 첨단화 시대가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어 세계를 한눈에 바라보면서 공생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념적으로는 이데올로기는 가고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나가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수구기득권세력과 3대세습의 북한정권을 비호하는 정신줄 놓고 사는 시대에 뒤떨어진 얼치기 진보세력이 기세싸움을 하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하다.

이제 국민들은 살아가는데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정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어떤 인물이 대한민국을 이끌고 나가야 하는 지가 중요하다. 인물로는 참신하고 진중하며 예의바르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람이면 좋겠고 부정적이지 않으며 소극적이지 않으며 소통이 원활하고 국익과 국민행복을 우선시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북한정권에는 비겁하지 않고 당당하게 대처하고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에는 외교의 힘을 잘 이용하는 현명한 대통령이었으면 한다.

반기문의 불출마 선언으로 인하여 현재까지 부동의 1위를 지켜왔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게 유리하지 않음이 나타났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부상하고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지율 2위로 올라섰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대선경쟁력은 보수층에서 유승민과 진보층에서 안희정이 50대의 젊음을 바탕으로 서로의 위치에서 좌클릭 우클릭을 하면서 세력을 키워 나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대세임에는 틀림없어 보이는데 문재인 대세는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관전 포인트고 안희정의 추격전이 볼만하겠다. TV토론이 본격화되면 문재인 보다는 안희정 대통령론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익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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