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1주년 토론회, 보수단체 '깽판'에 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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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1주년 토론회, 보수단체 '깽판'에 얼룩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9.04.29 19:2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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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회원들 고함지르며 토론 방해... 촛불시민 머리채 낚아채기도

▲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참여연대와 <한겨레> 공동주최로 열린 '촛불 1주년 토론회'에서 노원 촛불시민 김희선(분홍색 스웨터)씨가 보수단체 회원에게 머리채를 잡혀 괴로워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제공)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촛불 1주년 토론회를 조직적으로 깽판을 놓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회원은 촛불 시민(여)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등의 폭력을 행사해 경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2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참여연대와 <한겨레> 공동주최로 '2009 희망만들기 촛불 1년,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토론회가 열렸다. 그러나 떼지어 참가한 보수단체 회원들의 고함과 폭력으로 얼룩졌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노원촛불 노원파워'에 따르면, 오후 4시께 패널들의 토론과 질의 응답이 시작되자, 60대의 한 남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질문이 있다며 소리를 질렀다. 이어 80여 명의 노인들이 뒤따라 웅성거리면서 토론회를 깽판으로 만들었다.

이들은 "토론회 예정 시간이 4시까지인데, 진행이 더디다", "질문을 왜 안 받고 니들끼리만 얘기하냐"는 등의 고함을 질렀고, 토론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들은 자리에서 큰 소리로 얘기하며 흐름을 끊었다.

마침내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추아무개 사무총장이 당시 상황을 촬영하고 있던 노원 촛불시민 김희선(28)씨의 머리채를 낚아챘다. 그러자 다른 한 남자가 달려들어 김씨의 머리채를 뒤에서 잡아당겨 고개가 완전히 뒤로 젖혀졌다.

고통을 호소하는 김씨에게 보수단체 회원들은 "미친ㄴ" "빨갱이ㄴ" "혀를 잘라버리겠다" 등의 폭언을 퍼붓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우리나라가 이렇게 된 것은 운동권 때문이다. 너희들 촛불집회 때 5만원씩 받고 나온 거 다 안다"며 악다구니를 하기로 했다.

토론회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소란으로 20여 분 간 중단됐고, 이들의 질의 응답이 끝나고 일부가 장외로 빠져나간 뒤에야 재개됐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추 사무총장은 김씨에 대한 성희롱 및 폭행 등의 혐의로 출동한 경찰에 연행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노원촛불 노원파워', 마들주민회, 민주노동당노원구위원회, 진보신당노원구당원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9일 성명을 내어 보수단체 회원들의 토론회 방해 행위를 강력 규탄했다.

이들은 "보수단체 회원들이 이러는 이유는 5월 1일 메이데이와 5월 2일 촛불 항쟁 1주년에 터져 나올 노동자·학생·촛불시민들의 투쟁이 '제2의 촛불 항쟁'으로 번지는 게 몸서리 칠 정도로 두렵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탄압에 맞서, 보수단체의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저질적인 폭력에 맞서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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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노인 2009-04-29 21:05:14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이렇게 되었나.
노인들까지 이제 깽판을 놓네. 조직폭력배가 따로 없군 그래.
어쩌다다 이 지경까지 됐나 정말 개탄스럽다.
이명박 정부 준법 원칙 질서 강조하는데 여기에는 미치지 않네 보네.

비로봉 2009-04-29 20:43:20
귀신은 도대체 뭐하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