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4.19... "넋이 되어 허공에 출렁이는 자유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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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4.19... "넋이 되어 허공에 출렁이는 자유여 만세"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7.04.19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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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수유리 4.19민주묘역 참배객들 이어져... 대권주자들, 4.19의 숭고한 뜻 기려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그날 쓰러져간 젊음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련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

"이젠 우리 폭정에 견딜 수 없어/ 자유의 그리움으로 분노를 뱉는다/ 아, 총탄에 뚫린 4월 그 가슴 위로/ 넋이 되어 허공에 출렁이는 아 자유여 만세" (서울대 메아리, '4월 그 가슴 위로' 중에서)

457년 전 4월의 그날- 한여름처럼 양광이 눈부시게 쏟아지던 광화문 세종로 종로 일대를 노도와 같이 휩쓸던 젊은 함성들. "사악과 불의에 항거하여 압제의 사슬을 끊고 분노의 불길을 터뜨린" 민족사에 영원히 꺼지지 않을 민주의 횃불 4월혁명.

무심한 세월은 흘러 그날로부터 반세기가 지났건만 혁명의 상흔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그때 치우지 못한 혁명의 찌꺼기들은 수십년 동안 그대로 쌓이고 쌓여 더욱 기승을 부리며 온갖 질병과 해악을 이 땅에 뿌리고 있다.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무능한 정치 권력은 여전히 이 사회 깊숙히 똬리를 틀고 앉아 우리 사회를 옥죄는 굴레로 작동하고 있다.

'피의 화요일'로 불리던 그날의 함성으로 우리는 단번에 절망의 질곡에서 희망의 기슭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새벽을 틈타 한강을 건넌 박정희의 군사쿠데타에 의해 무장해제당해야 했으며 혁명의 불꽃은 군홧발에 짓밟혔다.

실패한 혁명이 다음에 결과할 반동의 역사를 한 치만 내다보았던들 4월혁명은 그때 그처럼 그렇게 속절없이 좌절하지는 않았을 것을-.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그날 쓰러져간 젊음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련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 (이영도의 '진달래')

문재인·안철수 등 유력 대권주자들은 19일 아침 서울 성북구 수유리 국립4.19민주묘역을 참배하고 불의에 항거하다 숨져간 영령들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정의로운 통합으로 미완의 4.19혁명을 기필코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는 "정치혁명으로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열겠다"고 밝혔다.

해마다 4월이 오면 접동새 울고 진달래 피는 4.19 민주묘역. 산허리를 감싸고 도는 안개비에 자욱이 젖은 4·19 묘역에는 전날부터 참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960년 4월 19일 신설동 네거리에서 시위를 하다 경찰이 쏜 총탄에 쓰러진 곽종한(당시 19세)씨의 친형 곽종식씨는 "경찰의 무차별 사격으로 젊은 주검들이 아스팔트 위에 꽃잎처럼 나뒹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265명의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4.19민주묘역에는 먼저 가신 임들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듯 산 허리의 높은 잎들이 햇볕을 받아 소리없이 반짝였다.

시인 박목월은 언젠가 4월 영령들을 "죽어서 영원히 사는 사람들"이라고 추도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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