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암흑기 거쳐 9년 만에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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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암흑기 거쳐 9년 만에 부활
  • 김용숙 기자
  • 승인 2017.05.12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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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5.18기념식 참석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새 시대 개막
▲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8일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직접 참석해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예정이다. 사실상 새 시대를 개막을 알리는 상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8일 광주 충장로에서 유세를 하고 있는 문 대통령.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김용숙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8일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직접 참석해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을 이틀 앞둔 지난 7일 광주 송정역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으로 5.18기념식에 참석해 광주 시민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겠다"고 약속했다.

오는 18일 광주민중항쟁 37돌 5.18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참석자들과 함께 제창하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이후 13년 만이다.

5.18기념일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 김영삼 정부 때부터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모든 참석자들이 제창했다.

하지만 일부 보수 진영의 반발로 2009년부터는 제창 방식에서 합창단이 부르면 원하는 참석자들만 따라 부르는 합창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임을 위한 행진곡'을 어떻게 부르냐를 놓고 지난 9년 간 해마다 5.18기념식을 앞두고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갈등하며 대립해 왔다.

그 중심에 극우보수세력의 지지를 받는 박승춘 전 보훈처장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가로막고 있던 박승춘 전 보훈처장을 전격 교체했다.

이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이 9년 만에 되살아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실로 9년 만에 부활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 이 노래를 직접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은 박승춘 전 보훈처장의 교체에 대해 "당연하고 감격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박 전 처장의 교체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진즉 이뤄졌어야 할 일이 이제 이뤄졌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분 사표 수리했다는 것을 듣고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나가겠구나, 그런 감격이 있었다"고 밝혔다.

아, 이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기념식에서 마음껏 부를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다. 김 사무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를 수 없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암흑기'라고 규정했다.

그동안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 이유로 이 노래가 국민 분열을 초래하고 동시에 김일성 찬양가라는 주장을 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원작시(가사)를 백기완 선생이 지었고 그걸 토대로 작사한 사람이 소설가 황석영 선생인데 이 사람은 방북했던 사람 아니냐는 것. 그리고 북한 영화에서 이 노래를 갖다 쓰기도 했으니 이건 북한 노래, 김일성 찬양 노래다 라는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김종률 사무처장은 "전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박승춘 전 보훈처장은 말도 안 되는 몇몇 극우보수 논객들의 이상한 얘기를 국민들의 한편의 여론이라고 호도하면서 광주와 이 노래를 불렀던 많은 5.18 관계자들 그리고 민주주의를 열망했던 분들에게 색깔을 입혔고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 광주 5.18민중항쟁을 상징하는 노래로 불려지고 있는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 (자료=김종률)
ⓒ 데일리중앙

실제 '임을 위한 행진곡'은 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 중 전두환 등 신군부의 총칼에 희생된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1982년 4월 1박 2일 작업 끝에 만들어졌다. 당시 전남대 학생이었던 김종률씨가 곡을 쓰고 황석영 작가가 백기완 선생의 '묏비나리'라는 시에서 가사를 따와 완성됐다.

그리고 황석영 작가가 방북한 것은 그보다 11년 뒤인 1993년이다. 그래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황석영 작가의 방북과 연관시켜 북한 노래, 김일성 찬양가라는 보수진영의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주장인 셈이다.

김종률 사무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훗날 북한 영화에 등장한 것에 대해서는 "그것은 그분들이 쓴 것이지 저희들이 그렇게 한 의도는 아니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서 사용됐으니까 '북한 노래'라는 주장에 대해 "그런 논리라고 한다면 우리가 지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든지 이런 노래가 북한에서 불렸으니까 대한민국에서는 절대 불러서는 안 되는 노래가 되는 거"라고 반박했다.

아리랑도 북한에서 부르니까 대한민국에서는 부르면 안 되고 부르면 종북주의자가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종률 사무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82년 4월 만들어 카세트 테이프로 들었을 때 잘 표현됐구나 하는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1997년 이 노래가 국가 기념 5.18기념식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제창됐을 때 가슴 떨리는 감격이 있었다고 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제 이번 5.18이 세 번째가 될 것 같은데 대통령과 같이 이번에 부를 수 있다면 제창할 수 있다면 아마 세 번째 잊지 못할 감동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8일 오전 10시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모든 참석자들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새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김용숙 기자 news7703@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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