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무현' 이창재 감독 "정권 안 바뀌었으면 개봉 못했을 것"
상태바
영화 '노무현' 이창재 감독 "정권 안 바뀌었으면 개봉 못했을 것"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7.05.24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간 노무현의 모습 110분 카메라에 담아... "노무현을 반대했던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제가 그래도 작은 영화라도 네 번째 제작하는 것인데 그동안에 쌓여 왔던 많은 인적 네트워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관 투자를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 마자 '우리가 문을 닫는 것을 가정하지 않고는 당신한테 투자할 수 없다. 다른 영화를 가져와라'. 이렇게 엄중한 시기라서 절대 밖으로 내비치지 않았다."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정권이 안 바뀌었으면 개봉도 못했을 영화가 우리 앞에 선물처럼 주어졌다. 바로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이다.

지난 6일 폐막한 전주 국제영화제 전회 상영 매진됐을 정도로 대대적인 흥행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 예매율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영화는 노무현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인간 노무현의 참모습을 알아가고 노무현을 추억하기에는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12월 16대 대선을 앞두고 그해 4월 시작된 새천년민주당(현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지지율 2%로 시작해 1위에 오르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오는 25일 전국 상영관에서 동시 개봉될 예정이다.

이 영화를 만든 이창재(중앙대 교수) 감독은 24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나와 영화 제작에 얽힌 희로애락을 털어 놨다.

이 감독은 세상이 바뀌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이번에 정권이 안 바뀌었으면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개봉도 못하고 온라인에서 비밀리에 공유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흥행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현재처럼 개봉관이 '몇 백 개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국면이 공기 자체가 바뀌어 버린데다가 숨어서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했던 분들이 참 많구나, 그분들께서 노무현 대통령의 정면사진을 보고 싶다고 할까, 그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거나 이른바 '친노'나 '노빠'(노무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도 아니다.

그렇지만 지난 5월 9일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정부(민주당 정부)로 정권이 바뀌지 않
았다면 이 영화는 빛을 못 봤을 운명에 처했을 듯하다.

이 감독은 "(정권이 바뀌지 않았다면) 아마 개봉도 어려웠을 것 같고 그냥 온라인상에서 비밀리에 공유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왜 그럴까.

"만약에 계속 현 정권(박근혜 정권)이 잡고 있다면 개봉관이 이 영화를 상영한다는 것은 자기 문을 닫을 각오를 하고 해야 하는 그런 민감한 사안이었다."

때문에 이창재 감독은 지난해 4월 13일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하고 비밀리에 007작전하듯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 제목을 처음으로 공개한 게 지난 4월 전주영화제 일주일 전이었다. 그때까지 제목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인데다 불필요한 잡음들이 많았고 그것들을 안고는 영화를 정상적으로 상영하는 게 어렵다는 판단 때문.

영화 제작을 위한 기관 투자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제가 그래도 작은 영화라도 네 번째 제작하는 것인데 그동안에 쌓여 왔던 많은 인적 네트워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관 투자를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 마자 '우리가 문을 닫는 것을 가정하지 않고는 당신한테 투자할 수 없다. 다른 영화를 가져와라'. 이렇게 엄중한 시기라서 절대 밖으로 내비치지 않았다."

엉뚱하게 제목을 '노무현' 대신 'N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속여서 1년 동안 지내왔다고 한다. 노무현의 노(Roh)를 따 'R프로젝트'로 하면 금방 알아볼 것 같아서 'N프로젝트'로 했다고.

친노도 아니고 노빠도 아닌 이 감독이 인간 노무현을 그리는 영화을 제작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그는 "대통령 서거방송을 보면서 내가 알고 있던 노무현과 실제 노무현은 이렇게 차이가 나는구나. 만약에 국민들이 이렇게 알고 있다면 덮어놓고 좋아한다면 또는 덮어놓고 미워한다면 중간에 진짜 노무현에 대해서는 좀 필요하지 않나. 특히 저처럼 다큐멘터리 하는 입장이라면 누군가 한 번 정도는 노무현이라는 인간에 대해 재정립하고 가야지만 왜곡되게 비판과 호불호가 오가지 않지 않을까. 그런 바람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철저하게 '노무현스럽게' 찍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어떤 필터나 정치적인 계산을 하는 편이 아니고 마음을 그대로 꺼내 보이며 전달하는 정치인이었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는 단순하고 강하고 날 것 같은 그런 표현이 많다.

영화 <노무현입니다>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회고하는 39명 지인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여기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있고 유시민 작가도 있고 안희정 지사도 있고 대통령을 사찰했던 전 안기부(현 국정원) 직원도 있다.

이창재 감독은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나 메시지가 있느냐고 묻자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이야기를 꺼냈다.

이 감독은 "제가 (문재인 후보를) 인터뷰 할 때 그 당시에 되게 바쁜데 '이것은 먼저 하고 가겠다'며 직접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까지 찾아와서 세 시간 넘게 인터뷰 촬영을 하고 가셨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애정이 다들 강하구나,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했을 때 헤쳐모여 이렇게 하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끝으로 관객들에게 "노무현에 대한 공과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셔도 좋은데 한 인간으로서 보고 판단을 하시면 어떨까 한다. 오히려 반대개념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노무현을 안 뒤에 객관적으로 비판을 해 주셨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노무현을 반대했던 분들이 이 영화를 통해 인간 노무현을 봤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