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예산' 특수활동비는 힘있는 기관의 '쌈짓돈', 공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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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예산' 특수활동비는 힘있는 기관의 '쌈짓돈', 공돈?
  • 류재광 기자
  • 승인 2017.05.25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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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 요하지 않는 항목에 마구잡이 편성... "사용내역 공개하고 사적 사용자 처벌해야"
▲ 법무부의 2015년 특수활동비 편성현황(단위: 원). 자료=한국납세자연맹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류재광 기자] '검은 예산'으로 불리는 특수활동비가 본래 예산편성 취지와는 다르게 기관운영 경비 등에 '마구'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의 경우 한 해 5000억원 가까운 돈을 특수활동비로 갖다 쓰면서 내역서는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와 국회의 경우도 직무활동비, 위원회활동지원 등에 마구잡이로 국민 혈세를 축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의 경우도 한 해 평균 100억원 넘는 국민 세금을 비밀스럽게 써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펴낸 2015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란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국정수행활동에 드는 비용을 말한다. 정보 및 사건 수사 등 이에 준하는 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일컫는 것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은 25일 2015년 특수활동비 편성 현황(8823억6100만원)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특수활동비가 다른 목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특수활동비의 일자별 사용내역을 즉시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보수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일부 힘 있는 권력기관장들이 국민 세금을 공돈으로 여기고 저희들끼리 나눠먹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납세자연맹은 특수활동비가 남용되는 많은 사례 중 법무부의 경우 △연구활동비 △법률지원비 △범죄수사활동비 △수사활동비 △자료수집활동비 △직무활동비 △업무지원활동비 △체류외국인동향조사 △국민생활침해단속비 등을 꼽았다.

국회의 경우는 △위원회활동지원 △입법활동지원 △입법 및 정책개발 등에, 국세청은 △역외탈세대응활동 △세무조사반 활동비 등에 각각 특수활동비가 편성됐다.

이 밖에 감사원, 국무조정실, 대법원,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통일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도 △국정수행활동 △주요시책 실태점검 △자문위원 지원 등의 명목으로 특수활동비가 편성됐다.

이처럼 기밀유지가 필요한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과는 무관한 곳에 국민 세금이 줄줄 새고 있었던 것이다. 거의 대부분 기관장들의 삼짓돈으로 쓰였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들 기관장들은 급여 외에도 업무추진비 명목의 판공비도 한 해 수억원씩 쓰고 있다. 고액의 연봉에 업무추진비에 특수활동비까지 국민 혈세로 '펑펑' 쓰고 있다는 얘기다.

특수활동비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정원은 2015년의 경우 70억원이 더 증가한 4782억원이 편성됐으나 납세자연맹이 입수한 특수활동비 편성 현황에는 세부 산출근거가 기록돼 있지 않았다.

납세자연맹은 "최근 법무부의 '돈봉투 만찬' 사례와 같이 일부 고위 관료들이 당초 특수활동비 취지와 다르게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국민의 세금인 특수활동비를 통제없이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특수활동비의 폐단을 막기 위해 특수활동비 사용내역(지출일자, 금액, 사용인, 사용목적)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납세자연맹은 "특별감사팀을 만들어 특수활동비가 취지에 맞게 사용되는지 감사하고 오남용된 금액은 즉각 환수함과 동시에 관련자를 징계·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우리나라 국민이 세금을 내기 싫어하는 이유는 내가 낸 세금이 공공재로 돌아오지 않고 중간에서 낭비되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자발적인 성실납세 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보기관이외의 특수활동비는 조속히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폐 청산과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 혈세를 힘있는 기관의 공돈이나 쌈짓돈처럼 쓰여지는 특수활동비의 편성을 어떻게 할 지 주목된다.

류재광 기자 hikyricky@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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