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과학기술진흥원은 '해피아'의 지상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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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과학기술진흥원은 '해피아'의 지상낙원?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7.06.13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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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고위공직자 출신들 전문위원 자리 싹쓸이... 월 수백만원씩 용돈(?) 챙겨
▲ 해수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해양수산기술진흥원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해수부 고위공직자 출신들을 대거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월 300만∼4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해양수산부 고위공무원 출신들이 산하기관장 등 요직을 싹쓸이하는 행태를 빗댄 이른바 '해피아' 실태가 추가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해피아'는 해양수산부+마피아(Mafia)의 합성어로 해수부 출신 고위관료들의 이기적 집단을 일컫는 신조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민주당 김철민 의원(안산 상록을)은 13일 "해수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해양수산기술진흥원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해수부 고위공직자 출신(국토해양부 시절 포함)들을 대거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월 300만∼4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은 지난 2008년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해양수산부 장관·차관을 비롯해 실장·국장급 등 해수부 고위공무원 출신 14명을 자문위원으로 계약했다. 장·차관 출신은 월 400만원, 실·국장급 출신은 월 3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해수부 고위공무원 출신들이 거액의 활동비를 지급받는 전문위원까지 차지하자 '해피아'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들 14명 자문위원들의 계약내용과 활용목적을 살펴보면 ▲외부 전문가의 해양 R&D 및 기관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 자문 ▲주요 사업계획의 수립 및 추진 등에 관한 사항 ▲유관기관과의 협업체계 구축을 위한 자문 ▲내부 감사업무 활성화 기관 운영 전반에 관한 자문 ▲기획재정부 경영평가에 대비한 기관 경영 효율화 방안 자문 등 여러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결국 해수부 고위공무원 출신들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용돈을 마련해 주기 위한 변칙적인 자문위원 운영이라는 지적이다. 사실상 놀고 먹는 자리에 고위공무원 출신의 퇴직자들을 모아놓고 국민 혈세로 거액의 용돈을 챙겨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대통령이 청년실업을 국가재난에 빗대며 일자리 만들기에 온 사회가 나서고 있는 이면에는 고위공직자들끼리 자리를 나눠먹고 국민혈세를 축내고 있었던 것이다. 심각한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 등 구직자들을 절망하게 하는 불륜이다.

이러한 자문위원은 위촉은 산하기관장으로 가기 전에 고위공직자 출신들에게 용돈 등 거액의 활동비를 억지로 마련해 주려는 얄팍한 술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9명, 박근혜 정권 시절에는 5명의 해수부 고위공무원 출신들을 해양과학기술진흥원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해수부와 국토해양부에서 고위공무원을 지내고 19대, 20대 국회에서 각각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인사 2명도 포함돼 있다.

특히 국립수산과학원장, 해수부 차관, 장관을 역임한 강무현씨는 2008년 3월 1일부터 2008년 7월 31일까지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월 4백만원씩 모두 20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받았다.

이명박 정권 시절 4대강 토목사업의 실무 책임자까지도 자문위원으로 위촉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 기획단장, 4대강 추진본부 부본부장, 국토교통부 2차관 출신으로 19대 국회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희국씨에게 2012년 1월 16일부터 월 400만원씩 석달 간 1500만원의 활동비가 지급됐다.

역시 이명박 정권 시절에 국토해양부 해양정책국장,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물류항만실장을 거쳐 국토해양부 제2차관을 지냈던 주성호씨는 2013년 4월 1일부터 9월 19일까지 약 6개월 동안 2400만원의 활동비를 챙겼다.

▲ 2008년 이후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 자문위원 채용 및 월 지급액 현황. (자료=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
ⓒ 데일리중앙

박근혜 정권 시절에는 여수지방해양수산청장과 해양수산부 안전관리관,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장과 차관을 역임한 이이은씨에게 2016년 2월 1일부터 2017년 1월 31일까지 매월 300만원씩 모두 3600만원의 활동비가 지급됐다.

한편 올 4월에 임명된 임기 3년의 신임 연영진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 원장도 해수부 세월호 인양추진단장, 해양정책실장 등 해수부 고위공직자 출신 인사다.

김철민 의원은 "해수부 고위공무원 출신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산하기관 등 요직을 싹쓸이해 오고 있다. 낙하산 인사로 기관장과 핵심요직은 물론 전문위원까지도 휩쓸고 있다"며 "산
하기관이 퇴직자들의 휴양소인가"라고 개탄했다.

국민들에게 허탈감과 상실감을 안겨주는 이 같은 해피아들의 산하기관 요직 싹쓸이는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청산해야 할 행정부와 공공기관의 적폐다.

김 의원은 "해양수산부는 고위공직자들을 중심으로 한 회전목마식, 물레방아식 인사를 지양해야 한다.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더 이상 고위공무원 출신들에게 거액의 활동비를 지급하는 변칙적인 전문위원 위촉제도를 개선해 당초 목적에 맞는 전문위원 제도를 운영하는 한편 '해피아' '관피아'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양과학기술진흥원의 반론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평일 오전임에도 원장실, 경영전략본부장실, 경영기획실, 운영지원실 등 모든 부서에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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