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을 이삭 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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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을 이삭 줍기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7.09.19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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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서풍에도 몸을 흔드는 코스모스... 그리운 고향 풍경
"아직도 한 모금의 대화가 남은/ 너와 나의 잔에/ 가을이 머리칼 한 잎 떨군다/ 어느 깊은 산사를 빠져나온/ 적막의 바람들이/ 너와 나의 잔을 적신다"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저문 날, 저문 언덕에 서면/ 그래도 못다한 것이 남아 있다/ 헐벗은 숲속 나무 밑 둥치 밑에/ 스산한 바람결 속 한치의 눈물 반짝임으로/ 마지막인 것처럼 가랑가랑 비는 내리고/ 그래도 손에 잡힐듯 그리운 것이 있다"

시인 김정환의 싯구절이 문득 생각나는 오후다.

한가위를 앞두고 정다운 부모형제과 고향 생각이 더욱 간절해지는 때다.

이맘 때면 작은 서풍에도 몸을 흔드는 코스모스가 유난히 아름다웠던 고향 풍경이 눈에 잡힐 듯 그립다.

빠져나올 수 없었던 마음속의 적막한 바람들이 우리의 가슴을 적시는 계절이다. 높고 푸른 하늘이 또한 북반구의 가을을 실감하게 한다.

"아직도 한 모금의 대화가 남은/ 너와 나의 잔에/ 가을이 머리칼 한 잎 떨군다/ 어느 깊은 산사를 빠져나온/ 적막의 바람들이/ 너와 나의 잔을 적신다" (이광석 '가을 이삭줍기' 중에서)

가을은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했다. 가을은 또한 벌레 소리에서 익는다고도 했다. 혀끝에서 느끼는 가을의 맛이 이렇듯 감미롭다.

어떤 시인은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9월에는 배가 부르다고 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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