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정규직노조, 규정개정 통해 비정규직노조와 통합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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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정규직노조, 규정개정 통해 비정규직노조와 통합 결정
  • 이성훈 기자
  • 승인 2017.09.26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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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동자들에게 노조 가입 문호 개방...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대명제가 노동자 단결 동력
▲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 정규직노조)가 지난 21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조선소 역사상 처음으로 사내하청 노동자와 사무직까지 정규직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노조 규정을 바꿨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이성훈 기자]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조선소 역사상 처음으로 사내하청 노동자와 사무직까지 정규직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노조 규정을 바꿨다.

기아차 정규직노조가 하청 노동자들을 내친 것과 달리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자신들보다 숫자가 더 많은 하청노동자들에게 정규직노조의 문을 활짝 연 것이다.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대명제를 현대중공업노조가 행동으로 실천한 것이라는 평가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 21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현대중공업 정규직 직원들에게만 노조 가입이 허용됐던 노조 규정을 "현대중공업그룹사 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중 조합에 가입한 자로 구성하며 일반직지회와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한 조합원은 지부 대의원대회 통과 후 지부 조합원 자격을 갖는다"고 개정했다.

노조 규정은 대의원대회에서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이날 참석한 대의원 132명 중 찬성 88명(찬성률 66.7%)으로 극적으로 노조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반대는 44명이었다.

이에 앞서 두 차례 대의원대회에서 같은 안건이 상정됐지만 2/3를 넘기지 못해 부결됐지만 안건 상정 세번 만에 노조 규정 개정안이 대의원대회를 통과한 것이다.

조선하청대책위는 현대중공업지부가 대의원대회에서 1사1노조 규정을 고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조를 통합하고 단결과 연대의 정신으로 나아간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하청 고용 보장을 위한 투쟁에 함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노조에는 영욕과 굴곡의 역사가 있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주역이었던 현대중공업노조는 외환 위기를 전후로 민주성과 연대성을 상실하고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탄압하는데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2002년 어용노조가 들어섰고 2004년 박일수씨가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했을 때 정규직노조는 분향소를 부수고 하청노조를 탄압하다 민주노총에서 제명당하
하기도 했다.

'조선자료집'에 따르면 하청노동자는 2009년 2만611명에서 2014년 4만836명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해마다 사내하청 노동자가 바다에 빠져 죽고 철근에 맞아 죽는 등 10여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세계 최대 비정규직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은 '죽음의 공장' '산재공화국' '죽음의 조선소'라는 오명을 늘 달고 다녔다.

2013년 '노사협조주의 심판 연대회의' 정병모 후보가 52.7%의 지지를 얻어 위원장에 당선되면서 어용노조 12년의 역사는 끝이 났다. 이후 2014년 대의원선거에서 어용대의원들이 대거 떨어지고 민주파 대의원들이 당선됐다.

2015년 정규직노조가 사내하청지회와 함께 비정규직 노조 가입 운동을 벌였다. 현대중공업노조는 2016년 76.3%의 찬성으로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했으며 2017년 조선소 역사상 처음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로 뭉치게 됐다.

현대중공업지부 전명환 고용법률실장은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노동자는 하나다"라고 하는 대명제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하나로 묶게 만든 동력이고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 실장은 "현대중공업 내에 원하청 노조가 따로 있는 것은 안 된다.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함께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노동자 정신이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산재 사고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성훈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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