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버뮤다 등 조세회피처에 법인 10개 설립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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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버뮤다 등 조세회피처에 법인 10개 설립 운영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7.11.0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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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와 범죄의 온상인 조세회피처에 6500억원 투자... 가스공사 "사업을 하려면... 앞으로 재검토가 있을 것"
▲ 한국가스공사가 1997년 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 버뮤다 등 조세회피처에 법인 10개를 설립해 6500억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공사는 "사업을 하려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한국가스공사가 1997년 구제금융 위기 이후 조세회피처에 법인 10개를 설립해 65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공사의 조세회피처 법인은 버뮤다에 4개, 마샬군도에 3개, 사이프러스에 2개, 말레이시아(라부안)에 1개가 분포돼 있다. 이 가운데 5곳은 가스공사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직접투자 회사이고 나머지 5개 회사는 지분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자본의 홍등가'라 불리는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설립하고 수천억원의 혈세를 투자한 사실이 충격을 주고 있다.

가스공사는 이중과세를 피하고 법률 서비스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국민들은 한국의 공기업이 탈세와 범죄의 온상 역할을 하는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설립한 것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 민주당 박광온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에서 조세회피처로 흘러간 돈이 지난 9년 간 36조1130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세회피처로 흘러간 대기업의 돈은 직접투자를 가장한 재산 은닉이나 탈세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조세회피처는 자본·무역 거래에 세금을 매기지 않거나 극히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지역으로 역외 탈세나 비자금 조성 등에 자주 이용된다.

이 때문에 온갖 범죄, 마약 등과 관련된 돈들이 자금 세탁을 위해 조세회피처로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자금들은 조세회피처에서 세탁을 거친 뒤 당당하게 각국에 투자되고 있다. 그래서 조세회피처는 '자본의 홍등가'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것이다.

국회 산자위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9일 "국제사회는 조세회피처 폐쇄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우리나라 공기업이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정의의 관점에서도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 공기업들의 조세회피처 이용 실태를 광범위하게 파악하고 그에 대한 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가스공사 쪽은 이에 대해 사업을 하려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우리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법인도 있고)외국 회사에서 이미 그곳에 법인을 설립한 것을 지분 매입한 것도 있는데 이중과세나 법률서비스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사업을 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지분 참여한 법인도 조세회피처인 줄 알고 투자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자세한 것은 당시 그런 걸 결정한 팀이 따로 있다. 더 이상 말하기는 어렵다. 당시로서는 사업이 유망하냐, 안 유망하냐를 우선적으로 보고 참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는 국민 정서도 살펴가면서 투자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자 "해당 팀에서 앞으로 검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지난 6일 조세회피처인 버뮤다 소재의 로펌 애플비 자료인 이른바 '파라다이스 페이퍼스(Paradise Papers)'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우리나라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끼어 있어 논란이 됐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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