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용소 선감도... 피해자들, 생지옥같은 생활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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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수용소 선감도... 피해자들, 생지옥같은 생활 증언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7.11.23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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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 의원, 국가 폭력의 책임과 진상규명 촉구... 탈출하다 바다에 빠져죽고 다시 끌려가고
"우리들은 말 잘 듣는 노예, 일 잘하는 기계에 불과했다. 그들(선감학원 선생님)에게 우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부랑아'라는 주홍글씨로 참혹한 아동인권침해를 자행한 국가의 책임을 요구한다. 선감학원사건 진상규명하라!"

강제수용소 선감학원(仙甘學園). 1942년 일제강점기에 경기도 부천군 소속의 선감도(현재는 안산시 대부면 소속)에 세운 소년 감화원이다.

일제는 도심의 부랑아를 섬에 가두고 태평양 전쟁에 이용할 후방병력으로 훈련시켜 탄광이나 금속제작소 등에 '취업'이란 이름으로 강제동원했다.

그러나 선감학원은 해방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됐으며 1982년 시설이 폐쇄될 때까지 경기도에서 직접 운영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감학원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일제 강점기 이후에도 국가 폭력과 감시 속에 노예처럼 산 선감도 피해 주민들의 생생한 증언이 이어졌다.

"우리들은 말 잘 듣는 노예, 일 잘하는 기계에 불과했다. 그들(선감학원 선생님)에게 우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선감학원 원생들은 겨우 여덟 아홉 살의 어린 나이에 집주소를 모르거나 옷을 남루하게 입었
다는 이유로 납치되다시피 선감도로 끌려갔다. 구두닦이, 신문배달을 하다가 단속 공무원에 붙들려가기도 했다.

'부랑아'라는 주홍글씨 속에 강제 수용된 이들의 생활은 비참했다.

학교를 가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고 매일 매일을 축사에서, 뽕밭에서, 염전에서 중노동에 시달렸다. 밥조차도 제때 먹지 못했으며 그마저도 반찬이라고는 썩어가는 새우젓이 전부였다.

"우리들은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산에 올라 뱀이나 쥐를 잡아먹으며 허기를 채우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선감학원 선생들의 모진 매타작에 몸 여기저기가 성한 곳이 없었다."

말 그대로 선감도 수용소 아이들에게는 지옥같은 나날들이었다.

견디다 못한 아이들은 헤엄을 쳐 바다를 건너 선감도를 탈출하려고 했지만 바다에 빠져 죽는 경우가 허다했다. 운좋게 탈출에 성공한 원생들도 이웃 섬의 주민에게 발각되면 다시 선감도로 보내지거나 그 주민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해야만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선감학원과 관련한 공식적인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선감학원 폐쇄 직전 1982년 7월 29일 경기도 부녀아동과에서 작성한 '선감학원 운영대책' 중 별첨자료인 '수용아동현황(82.7.15. 기준)'에 따르면 입원누계는 5759명.

선감학원 피해자와 마을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선감학원 사건과 관련한 사망자는 수 백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과 서울 포이동 266번지 사건, 서산청소년개척단 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진선미 의원은 "선감학원 사건은 형제복지원과 유사하게 부랑인 갱생이란 명분으로 빈민과 아동들을 잡아 가두고 강제 노역을 시켜 착취한 사건"이라며 "수많은 아동과 빈민들이 선감학원에 감금되어 폭력과 강제노동에 시달렸다"고 고발했다.

또 "이 사건들은 권위주의 시기 국가가 가난하고 힘없는 국민들을 정치적 성과와 돈벌이를 위한 동원수단으로만 여겼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권위주의 정부는 이들에게 부랑인, 깡패, 윤락여성이라며 거짓된 멍에를 뒤집어 씌웠다"고 밝혔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포괄적 과거사 해결을 목표로 지난 2010년 활동을 종료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재개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선감도에서의 트라우마로 진통제 없이 잠도 못잔다고 한다.

이들은 국가폭력에 의해 죽어간 원생들의 사망원인과 진상규명, 명예회복 그리고 후속조치를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은 "진상규명법 제개정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선감학원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을 명명백백히 규명할 수 있는 독립된 조사기구를 설치하고 그간의 국가의 잘못을 드러내야 한다"고 문재인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이를 통해 억울하게 죽어간 아이들과 현재까지도 어린 시절 겪은 폭력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선감학원 아동국가폭력피해대책위원회는 "국가는 하루라도 빨리 선감학원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 우리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이제라도 우리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조속히 해결해 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적폐청산'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선감학원 피해자들의 울부짖음에 어떤 해법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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