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떠난 지금 대한민국은 온통 죄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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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떠난 지금 대한민국은 온통 죄인이 되었습니다"
  • 김주미 기자
  • 승인 2009.05.25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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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민주당 대변인,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글 발표

▲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
ⓒ 데일리중앙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통하고 참담한 서거와 관련해 추모글을 발표했다.

노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관련 브리핑을 한 뒤 '당신이 떠난 지금 대한민국은 온통 죄인이 되었습니다' 제목의 추모글을 읽었다. 생전의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고 추모하는 애틋한 정이 진하게 배어 있는 이 글은 기자들에게 이날 배포됐다.

다음은 노 대변인의 추모글 전문.

    당신이 떠난 지금 대한민국은 온통 죄인이 되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 떠난 첫 월요일입니다.
한 주간을 시작해야 할 시간이지만
당신을 떠나보낸 슬픔에 우리는 도대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떳떳함과 솔직함을 생명처럼 여기셨던 당신이기에 그 티끌 같은 부끄러움도 스스로 용서하기가 그렇게 어려우셨나 봅니다.

민주주의와 평화, 서민과 중소기업, 함께 평화롭게 살아야 할 우리 민족 등 당신의 태산 같은 업적을 몽매한 우리가 이제 막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무엇이 그리 힘들어 그리도 황망하게 떠나 버리셨습니까?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을 떠난 보낸 우리는 온통 죄인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 정치의 고질병 같은 지역주의 정치에 당신이 온몸으로 맞설 때 우리는
아무런 도움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 엄청난 대통령의 권위를 미련 없이 내려놓으시고 우리 서민들의 생각과 품으로 스스로 내려오실 때도 우리는 조소와 헛웃음으로 당신을 절망케 만들었음에 진한 후회로 가슴을 치고 있습니다.

함부로 휘둘러진 권력의 칼날 앞에 죽음만큼이나 힘들어하던 당신을 보면서도 막아주지 못한 우리는 죄인입니다.

보복의 칼날이 당신의 밑바닥까지 파헤쳐 만신창이를 만들고 급기야 당신을 죽음으로 내모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그저 어쩌지 못하고 있었던 죄인입니다.

시대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언자를 향해 조롱과 모욕을 퍼붓던 예수 시대의 어리석은 백성의 모습이 우리 자신이 되었음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을 온전히 지켜내지 못한 우리는, 우리의 역사는, 우리의 시대는
진정 죄인이 되었습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2009년 5월 25일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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