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살고 싶으면 헌납해"... 정수장학회 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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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 "살고 싶으면 헌납해"... 정수장학회 강탈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7.12.1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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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유족, 장준하·김지태 선생 유족들 "유신장물 환수 특별법 통과시켜라"
"1962년 3월 어느날 새벽 중앙정보부 직원 두 명이 들이닥쳤어요. 다짜고짜 절더러 밀수 죄목을 덮어씌우며 좀 가야겠다며 강제로 끌고 갔어요."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살고 싶나? 그럼 니가 가진 재산을 전부 국가에 헌납해."

박정희 정권의 정수장학회 무단 강탈 의혹을 둘러싸고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1962년 3월 어느날 새벽 중앙정보부 직원 두 명이 들이닥쳤어요. 다짜고짜 절더러 밀수 죄목을 덮어씌우며 좀 가야겠다며 강제로 끌고 갔어요."

부일장학회(훗날 정수장학회) 설립자 김지태씨의 부인 송혜영씨는 지난 2012년 7월 10일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1961년 5월 16일 군사 정변을 일으킨 박정희 군부는 이듬해 부산 사업가 김지태씨를 '부정축재자'로 낙인찍어 족치기 시작했다.

1962년 3월, 일본 출장 중이던 김지태씨가 귀국하지 않자 무장한 정보원을 서울 청운동 집으로 보내 부인인 송혜영씨를 겁박하며 끌고 갔다.

송혜영씨는 잠이 들깬 이날 새벽 정보원 두 명에 의해 강제로 집밖으로 끌려 나왔다. 나가 보니 집밖에는 짚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송씨를 태운 짚차는 곧바로 부산 중앙정보부로 내달렸다.

정보원들은 얼마 뒤 송씨를 다시 부산형무소로 끌고 갔다.

한 달 반 동안 감옥에서 갇혀 있던 송씨는 남편인 김지태씨가 귀국한 5월에야 풀려 났다. 남편이 감옥에 갇히는 대신 부인은 석방된 것이다.

김지태씨로부터 재산을 강제 헌납받기 위한 박정희 군사정권의 사실상의 '인질 납치극'인 셈이다.

박정희 군사정권은 당시 김지태씨를 잡아 부산 군수사령부 법무관실에 가둬 놓고 아들한테 인감을 가져오도록 해 재산을 다 빼앗았다고 한다.

그때 박정희 정권은 김지태씨가 갖고 있던 서울MBC 지분 100%, 부산MBC 지분 100%, 부산일보 지분 100%, 부산 시내 250필지 10만여 평의 땅을 다 쓸어갔다.

노회찬 정의당 국회의원은 이를 두고 "거의 뒷골목 주먹패들이 강도짓한 것"이라며 박정희 정권을 비판했다.

유시민 작가는 "땅은 국방부가 쓰게 하고 나머지 재산은 5.16장학재단을 만들어서 뺏은 것"이라고 했다.

독립운동가 유가족들과 장준하 선생 유족, 부일장학회 김지태 선생 유족, 민주당 전현희·김경협 의원은 1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는 과거사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즉각 심의해 통과시켜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부일장학회를 '장물'로 규정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신장물'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경협 의원은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의 미르, K-스포츠 재단은 권력을 동원해 재산을 모으고 공익법인 외피를 두른 유신장물들과 같은 방식"이라며 "유신장물이 최순실 국정농단의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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