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시간 노동자들 "최소한의 권리가 지켜질 수 있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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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시간 노동자들 "최소한의 권리가 지켜질 수 있게 해달라"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7.12.27 10:2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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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권리보장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 "우리는 도마위의 생선처럼 잘려지고 또 버려질 것" 울먹여
"아이 돌보고, 간식 주고, 설겆이하고, 일지 작성하고, 잡일 하고 이 모든 걸 쪼개기 시간에 다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안전사고나 질낮은 교육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지속되면서 제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정해진 시간보도 훨씬 늦게 퇴근해야 한다."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정당한 노동을 하지 못하고 일한 만큼 보수도 받지 못하고 있는 내가 인간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습니다. 보육이 완성돼야 교육이 완성됩니다. 초단시간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권리가 지켜질 수 있도록 해주세요."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초단시간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김다봄 조합원(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호소하며 울먹였다.

강병원 민주당 국회의원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초단시간 노동자들의 권리보장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학교 현장에서 초단시간 노동을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의 노동 환경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를 초단시간 노동자라 부른다.

국가인권위 자료에 따르면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월 30만~40만원 정도의 저임금을 받고 있으며 사회보험에 가입된 비율은 2%도 되지 않는다.

이처럼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초단시간 노동자는 전국적으로 127만명(지난해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통계청은 파악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14만682명(2017년 교육부 자료) 가운데 약 7%인 1만118명이 초단시간 노동자다. 주로 배식보조(4037명), 돌봄전담사(2206명), 방과후코디네이터(교무보조, 1801명), 통학차량보조(843명) 등이다.

강병원 의원은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휴일, 연차유급휴가, 퇴직급여, 고용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지난 3월 '초단시간 노동자 권리보장법'을 국회에 발의했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사용기한의 제한도 없어 2년을 초과해 일하더라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기회조차 없는 실정이다.

사업주에 의해 정해진 노동시간에 따라 기본적인 노동조건의 적용 여부가 결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업주는 실제 노동시간보다 적은 시간을 소정 노동시간으로 정해 근로계약을 맺은 뒤 실제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편법을 쓰는 일명 '시간 쪼개기 계약'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정 노동시간이 주 15시간 이상이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주 14시간, 주 14.8시간 등으로 계약한 뒤 시간을 쪼개고 쪼개는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고 한다.

"아이 돌보고, 간식 주고, 설겆이하고, 일지 작성하고, 잡일 하고 이 모든 걸 쪼개기 시간에 다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안전사고나 질낮은 교육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지속되면서 제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정해진 시간보도 훨씬 늦게 퇴근해야 한다."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재계약을 안 하거나 해고를 당하지 않기 위해, 무기계약이라는 미끼 속에 터무니없는 월급을 받으면서도 일하고 있다. 그러나 또 새해가 되면 도마위에 놓인 생선처럼 잘려지고 버려질 것"이라고 자신들의 처지를 하소연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과 기간제법 적용 그리고 정규직 전환 심의위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한편 국가인권위는 최근 "사업장의 규모, 소득액 등 제반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소정근로시간만을 기준으로 해 사회보험의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고용노동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엑 초단시간 노동자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강병원 의원이 발의한 법률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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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2017-12-27 22:21:49
초단시간 초등돌봄전담사 무기전환 이행 촉구합니다.!!!

결혼 2017-12-27 16:29:47
정규직 전환 당장 시행하라

2017-12-27 16:25:49
초단시간 초등돌봄 너무 열악합니다. 정규직전환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