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영어 전면금지 찬반 논란... "영어중요" 대 "의미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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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영어 전면금지 찬반 논란... "영어중요" 대 "의미없어"
  • 송정은 기자
  • 승인 2018.01.05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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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후 후폭풍 거세... 찬반 논란 시끌
▲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 수업 금지를 둘러싼 여러 입장과 앞으로 대책 마련 등에 대해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와 논의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송정은 기자] 지난 연말 교육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 후 영어 수업을 전면 금지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이에 대해 일부 학부모, 교육계 사이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혼란에 대한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에게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 시행 일정과 구체적 방법이 확정되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계획이 발표 된 것만으로도 후폭풍이 불고 있는 것.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 수업 금지를 둘러싼 여러 입장과 앞으로 대책 마련 등에 대해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와 논의했다.

이미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 후 교실에서는 영어 수업이 금지 됐으며 유치원의 정규과정, 즉 누리과정에서 영어 수업은 금지된 상황이어서 일부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하나 남았던 유치원 방과 후 교실, 방과 후 특성화 수업에서조차 영어를 금지시키겠다는 방침에 일부 학부모들의 불만과 항의가 쇄도하고 있어 교육분야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병민 교수는 이날 "제 개인적인 경험을 보면 그 또래 아이들에게 필요한 적절한 어떤 교육 형태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강사라든지 아니면 교재의 내용이라든지 교육방식 이런 것들이 그렇게 썩 효과적이지 않다"며 유치원 영어교육의 전면 금지를 적극 찬성했다.

이어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과연 그게 일주일에 한두 번씩 이루어지는 것이 부모들한테는 뭔가 위안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그 또래 아이들한테 그렇게 썩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은 아니다"라고 유치원 영어교육의 필요성에 선을 그었다.

유치원 영어 수업의 큰 효과를 기대하지 않으며 아이들에 큰 의미 있는 교육을 줄 만큼의 내용이 아니므로 규제에 찬성한다는 것.

이 교수는 기회비용의 가치를 강조하며 어린 아이들이 영어교육에 뺏기는 시간 대신에 더 의미있는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다른 시각에서 아이들을 바라볼 것을 권했다.

그는 "놀거나 아니면 유치원 선생님들하고 더 풍부한 어떤 언어적 소통을 할 수 있는데 오히려 그런 기회를 박탈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학부모들의 '어린아이들이 ABC 노래 배우고 영어로 게임하며 영어와 친해지는 정도라면 좋은 것 아니냐'의 주장에 그는 "자연스럽다라는 것이 뭐고 그다음에 그 또래 아이들한테 그런 식으로 영어 교육을 시키는 목적이 뭐냐. 사실은 그거에 따라서 다르게 판단할 수 있는데 그것을 언어 교육이라고 시키고 있다면 거의 무의미한 내용들이 많다"고 경계했다.

즉, 어린 아이들이 우리말인지 영어인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앵무새처럼 영어 챈트와 노래를 따라하면 큰 교육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는 것.

이 교수는 "언어라고 하는 것은 소통의 도구이기 때문에 내가 무슨 말을... 예를 들어 물 이렇게 애가 한마디를 해도 그 말 속에는 나한테 물을 달라든지 아니면 내가 갈증이 난다든지 이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라며 " 의미가 아무것도 없이 그냥 물 한다고 해서 그게 말을 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의미없는 교육의 무용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보기에는 그 또래에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언어를 배우려면 사실은 모국어와 같은 그런 환경이 만들어져야 된다"며 "주입식으로 뭔가를 가르쳐주려고 하기 때문에 절대 자연스러운 환경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방과 후 영어 교실 정도는 할 수 있는 자유를 줘야 된다'는 유치원 영어 교육 찬성자들의 입장도 만만치 않아 양쪽 찬반논란이 팽팽하다.

유치원 영어교육을 찬성하는 한 학부모는 이날 방송에 전화출연해 아이가 영어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와 챈트를 통해 재미있게 영어를 배우고 있다는 경험담을 전해 이교수의 입장에 맞섰다.

그는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에 적극 반대하며 "저는 지금 말씀드린 것처럼 유치원에서 아이가 굉장히 재미있게 하고 있고 그리고 지금 제가 7세다 보니까 주위에 초등 엄마들이, 선배들이 많이 있는데. 결국에는 사교육에 관련해서 영어 유치원을 다닌 아이와 아닌 아이들의 어떤 수준 차이가 굉장히 심하다고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저 같은 직장맘 같은 경우에는 시간도 없고 그렇게 무리해서 돈을 투자할 수도 없다"며 "영어를 해 줄 수 있는 시간도 없다 보니까 이런 유치원에서 하는 방과 후 영어가 사실 금액적으로도 부담이 덜한 것도 사실이고 크게 효과는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그러한 어떤 세계 언어를 경험을 시켜주는 것에 대해서 그거를 기본적으로 막을 필요가 굳이 있을까라는 의견"이라 전했다.

그는 "여기에서 큰 효과라고 하는 건 의견이 분분할 것 같기는 한데 저 같은 경우에는 그걸 통해서 아이가 세계 국어를, 세계 언어라고 하는 영어를 그 정도의 노출 시간으로 자유롭게 한다"고 말했다.

학생의 인생이 입시인생으로 불릴 정도로 입시와 교육이 중요한 한국 사회에서 조기 영어 교육의 중요성도 한 몫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입시도 생각해야 되고 우리나라 영어 교육도. 입시도 무시할 수는 없는 거다"라고 고백했다.

자연스럽고 의미있는 다른 활동들로 유치원생들의 시간을 채우는게 바람직 한 것인지 조기교육에 적극 참여해 미리 경쟁 사회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옳은 선택인지 앞으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정은 기자 beatriceeuni@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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