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 흥행 질주... "남영동 대공분실을 역사박물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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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흥행 질주... "남영동 대공분실을 역사박물관으로"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8.01.09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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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사업회·이한열사업회 "남영동 16개 고문실 피의 기록으로 채워야"... 진정한 '청산' 강조
"남영동 대공분실을 역사박물관으로!"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남영동 대공분실을 시민의 품으로!"
"남영동 대공분실을 역사박물관으로!"

독재정권에 의한 고문피해자 단체들은 9일 "남영동 대공분실은 역사박물관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독재정권시절 치안본부(경찰청) 대공수사 기관으로 주로 민주화운동 인사에 대한 고문을 하던 곳으로 악명이 높다. 1985년 9월 당시 김근태 민청련 의장을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전기고문을 했으며 1987년 1월 서울대생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으로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박종철군이 물고문 끝에 목숨을 잃은 곳, 김근태 의장이 반복된 물고문과 전기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곳.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박종철군이 고문받았던 그 방에는 지금 무엇이 남아 있나. 유리창으로 가리워진 방 안엔 달랑 영정 사진 하나만 있다. 김근태 의장이 저승의 문턱까지 간 그 방은 지금 깨끗하게 청소된 채 아무 흔적도 없이 음침한 공기 속에 방치돼 있다.

남영동 대공분실 5층 16개 조사실들은 이렇게 텅 빈 채 괴괴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박종철사업회, 박종철유족과 '남영동 대공분실을 시민의 품으로' 추진단은 SNS를 비롯한 온라인상에서 청와대 20만명 청원운동(http://www1.president.go.kr/petitions/78392)을 벌여 왔다.

또 최근 누적관객수 400만을 돌파한 영화 <1987> 상영관 앞에서 국민청원 20만명 달성 홍보
전을 활발하게 펼치며 시민들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청련동지회, 박종철사업회, 이한열사업회,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서울대민주동문회 등 고문피해자 90여 개 단체와 남영동 시민의 품으로 추진단은 9일 "남영동 대공분실은 역사박물관이 돼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박종철, 김근태 등 수많은 민주열사가 고문당하고 희생당한 남영동 대공분실이 음침한 공기 속에 방치돼 있다"고 지적하고 민주와 반민주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남영동 대공분실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서 역사박물관으로 만들 것을 요구했다.

이어 "독일도 나치 체제라는 지독한 반민주 체제를 경험했지만 그 이후 민주주의와 전체주의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하지는 않는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진보 세력이든 보수 세력이든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대가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나치 체제를 철저하게 청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상기시켰다.

실제로 작센하우젠 수용소, 다하우 수용소, 나치전당대회장 등 오늘날 독일의 도처에 남아 있는 나치의 흔적들은 박물관으로 남겨 보존하고 있다. 늘 많은 시민들이 그곳을 방문해 나치의 잔학상에 대해 반추하고 또 반추한다.

독일에서 나치 체제에 대한 청산은 이렇게 현재진행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의 87년 체제에는 청산이 없었다. 그래서 언제나 수구 세력에게 반민주로의 퇴행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었던 셈이다. 겉은 민주주의 체제이지만 그 속은 비어 있었다는 얘기다.

성명은 "이제 그 빈 공간을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의 텅 빈 16개 고문실을 피의 기록으로 채워 오늘을 사는 우리들과 후세에게 역사의 교훈으로 삼자는 것이다.

성명은 "남영동 대공분실을 거쳐 간 수많은 고문 피해자들의 기록을 작성하고 가해자들을 밝혀내야 한다. 독재정권이 어떤 방식으로 민주화운동가들을 고문하고 핍박했는지 세세하게 밝
혀내서 생생하게 재현해 놓아야 한다"고 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한국의 아우슈비츠 박물관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 성명을 기안한 김성환 민청련동지회 (전)의장은 "독일이 나치라는 지독한 반민주 체제를 경험했지만 진보세력이든 보수세력이든 민주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에 역사가 퇴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최근 독일을 방문해 작센하우젠 수용소, 다하우 수용소, 나치전당대회장 등 나치의 흔적이 모두 박물관으로 되어 적폐청산이 현재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장을 생생히 보
고 방대한 자료를 확보해 돌아왔다.

한편 우원식 원내대표 등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후 영화 <1987>을 서울 여의도의 한 영화관에서 기자들과 함께 단체 관람했다.

이 자리에서 우원식 원내대표와 우상호 전 원내대표는 "박종철 열사도 이한열 열사도 1987년 우리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며 "5공정권이던 당시에는 또 누구든 박종철 열사처럼 이한열 처럼 죽을 수도 있는 그런 시대였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제작한 우정필름 이우정 대표는 "국민의 힘으로 시민의 힘으로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며 "이 영화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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