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청와대의 시국 인식에 "할말 잃었다"
상태바
야권, 청와대의 시국 인식에 "할말 잃었다"
  • 이성훈 기자
  • 승인 2009.06.17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노 "독재정권 퇴진 구호 자연스럽게 나올 것"... 진보 "민심이반 필연"

시민사회와 야당의 잇단 시국선언과 국정기조 변화 요구에도 이명박 정부가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민주당 등 야당은 할말을 잃었다는 표정이다.

특히 17일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현 시국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야권은 "저러니 민심이 떠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박 기획관은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검찰 수사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할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지식인들의 지적에 대해서도 '잘못 짚었다'는 취지로 공세를 펼치며 오히려 목청을 돋웠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할말은 잃었다"는 반응을 보였고, 민주노동당은 "독재타도 구호가 터져나올 때가 됐다"고 비판했다. 진보신당은 청와대가 민심을 잃는 데 실패했다고 질타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대로는 안된다'며 국정기조 전면 전환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와 종교인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오늘,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의 국정기조를 전환할 계획이 전혀 없음을 다시 확인시켜줬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전직 대통령의 서거 이후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하며 단식도, 자결도, 거대한 도심집회도, 시국선언도, 삼보일배도 해본 뒤에 얻은 차가운 답변"이라며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온 분노의 민심에 귀 닫고 밟고 가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라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지난 4일부터 일주일 동안 현 시국과 관련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인 바 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은 "민심을 모르는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의 인식이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개탄했다.

김 대변인은 박 기획관의 발언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민심을 한참 모르지 않고서야 이런 발언이 나올 수가 없으며, 청와대가 이런 인식이라면 국민들과의 계속되는 갈등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판의 자유가 활짝 열려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인터넷에 정부 비판 글을 썼다고 구속된 미네르바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고, 그리스 사람이냐"며 "또 백주대낮에 가스총으로 다른 시민을 위협하는 것이 비판의 자유란 말인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성훈 기자 hoonls@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