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삼수' 이회창 대권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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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삼수' 이회창 대권 출사표
  •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이성훈 기자
  • 승인 2007.11.0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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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후보의 불안한 대북정책·국가정체성 비판

▲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12월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검정색 양복에 연두색 넥타이 차림의 이 전 총재는 이날 시종 여유롭고 자신에 찬 모습이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선거일 42일을 남긴 7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독주체제에 제동이 걸리면서 대선 판도가 급속히 다자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오후 2시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남대문로 단암빌딩 5층 임시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리 준비한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대권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먼저 "오늘 저는 그동안 몸담았던 한나라당을 떠나 이번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가 선택한 길이 올바르지 않다는 국민적 판단이 분명해지면 언제라도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5년 전 대선 패배 후 국민께 엎드려 용서를 빌고 정치에서 물러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며 "그런 제가 오늘은 스스로 국민 여러분께 다짐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말씀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 이 전 총재가 7일 오후 2시 지지자들의 연호 속에 서울 남대문로 단암빌딩 5층 사무실에 임시로 마련된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이 전 총재는 "지금 이 순간 제 인생에 있어 가장 처절하고 비장한 심정"이라며 "5년 전 국민께 드렸던 (정계 은퇴)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용서를 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안하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며 "지난 5년간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정치를 떠나 있으면서 당이라는 조직체제나 현실정치의 시야를 벗어나 좀 더 크게 이 나라의 미래를 보고 걱정을 했다"고 그간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어 "지난 10년간은 정권의 무능과 독선으로 나라의 근간과 기초가 흔들리고 법질서가 실종됐으며 큰 소리와 떼쓰기가 활개치고 법과 원칙을 지키는 일이 바보짓이 되고 거짓과 변칙이 유능한 것으로 통하는 세상이 되었다"며 "우리는 이번에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재는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 5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원칙없는 대북정책으로 북한은 핵실험까지 하여 핵보유국으로 행세하고 있고 우리 안보의 보루였던 한미동맹은 존폐의 기로에 섰으며 경제는 동력을 잃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공교육은 무너지고 있다"며 "이대로 간다면 우리에게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역설했다.

▲ 이 전 총재는 회견에서 오락가락하는 대북관과 각종 의혹에 시달리는 불안한 이명박 후보로는 정권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자신의 대선 출마 당위성을 설명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예상대로 이명박 후보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한나라당의 후보가 정권교체를 향한 국민의 열망에 부응해주기를 간절히 바랬다"며 "그러나 한나라당의 경선 과정과 그 뒤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지금 국민은 한나라당에 후보에 대해 매우 불안해 하고 있고 충분한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정권교체 자체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이 후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 전 총재는 특히 한나라당의 신대북정책인 '평화비전'을 거론하며 "국가정체성에 대한 뚜렷한 신념과 철학 없이는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할 수 없다"면서 "그런데 이점에 대해 한나라당과 후보의 태도는 매우 불분명했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출마를 결심하게 된 근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민이 다시 기회를 주신다면 잃어버린 10년의 시대를 반드시 끝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평생을 지켜왔던 개인적 명예와 자존심조차 다 버렸다"며 국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또 "1987년 이후 지속된 20년 체제를 넘어, 최소한 향후 50년 이상은 지속될 수 있는 국가적 틀을 마련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며 ▲헌법개정을 포함한 정치개혁과 권력구조 개편 ▲대북정책 및 외교정책 재정립 ▲한미동맹 재설정 등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 당원들에 대해 "저로 인해 분노하고 상처받는 당원 동지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동지 여러분의 돌팔매를 달게 받겠다"며 "하지만 여러분 곁을 떠나는 것은 풍전등화와 같이 위기에 놓인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이 길 밖에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 이날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는 내외신 기자 200여 명이 몰려들어 취재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취재진과 경호원들이 서로 자리 다툼을 하며 뒤엉켜 큰 혼잡을 겪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그는 끝으로 "저에게는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반드시, 반드시 대한민국을 살리겠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한편 가장 늦었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의 이날 대권 도전 기자회견장에는 국내외 취재진 200여 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이성훈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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