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백두산 천지 올라... 김정은 "천지 마르지 않게 새역사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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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백두산 천지 올라... 김정은 "천지 마르지 않게 새역사 쓰자"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8.09.20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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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장군봉과 천지서 담소 나누며 산책... 문 대통령 "국민도 백두산 관광 시대 곧 올 것"
▲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가 함께 백두산 천지와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송정은 기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부는 함께 백두산 천지에 올랐다.

두 정상은 이어 손을 맞잡아 번쩍 들어올리며 한반도에 평화가 시작됐음을 8000만 겨레와 세계 만방에 알렸다.

문 대통령 부부와 김 위원장 부부는 이날 오전 9시 33분께 백두산 천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군봉(백두산 정상, 해발 2750미터)에 동시에 도착했다.

오전 10시 10분 케이블카를 타고 10분 만인 10시 20분에 천지에 도착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 등 북측 주요 인사는 문 대통령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먼저 장군봉에 와 있었다.

두 정상 부부는 장군봉에 도착한 뒤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위치로 자리를 옮겨 담소를 나누며 친교를 다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웃으며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도 다하고 이번에 제가 (평양을) 오면서 새로운 역사를 좀 썼다"고 답했다.

그러자 리설주 여사는 "연설을 정말 감동깊게 들었다"며 대통령을 칭찬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위원장에게 지난 4‧.27 판문점 정상회담 때 말했는데, 한창 백두산 붐이 있어서 우리 측 사람들이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많이 갔다"면서 "반드시 나는 우리 땅으로 해서 오르겠다 그렇게 다짐했었다. 그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졌다. 그래서 영 못 오르나 했는데 소원이 이뤄졌다"고 기뻐게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오늘은 적은 인원이 왔지만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동포들이 와서 백두산을 봐야죠. 분단 이후에는 남쪽에서는 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의 산이 됐으니까"라고 대화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되고, 남쪽 일반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는다"고 화답했다.

이렇게 담소를 나누던 두 정상 사이에는 농담이 오가면서 백두산 정상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천지에 내려갈 것인지를 묻자 문 대통령은 "천지가 나무라지만 않는다면 손이라도 담궈 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우선 천지가 잘 보이는 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것을 제안했다.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이동한 문 대통령은 "여기선 아무래도 김 위원장과 함께 손을 들어야겠다"라고 했고 이에 김 위원장이 웃으며 화답하면서 두 정상은 함께 손을 맞잡고 들어올려 사진 촬영에 응했다.

사진을 찍고 난 뒤 김 위원장은 "남측 대표단들도 대통령 모시고 사진 찍으시죠"라면서 "제가 찍어드리면 어떻습니까"라고 말해 수행원들이 크게 웃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양측 수행원들과 번갈아가면서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내려가면서 다시 담소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어제, 오늘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김 위원장이) 서울로 오면 답해야겠다"라고 말
했고 이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또 김 위원장 곁에서 함께 걷던 리설주 여사는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라고 화답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던 중 천지 물을 물병에 담고 있다. 이 모습을 뒤에서 김 위원장이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데일리중앙

김정숙 여사도 "한라산 물을 갖고 왔다"면서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천지에 도착해 서울에서 생수병으로 가져온 한라산 물을 반은 천지에 뿌리고 반은 천지 물을 담아 한라산 물과 백두산 물을 섞었다.

이 모습을 김정은 위원장이 물끄러미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 부부 일행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공군 2호기를 타고 도착한 백두산 근처 삼지연공항에는 김정은 위원장 부부가 미리 대기하고 있다 영접했다.

군악대, 의장대,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10여 분 간 진행된 환영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도열해 있는 주민 100여 명과 일일이 악수하기도 했다.

악수 도중 주민 일부가 문 대통령의 손을 너무 힘껏 잡자 뒤에 있던 김 위원장이 제지하려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2박 3일 간의 방북 일정을 마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환할 예정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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