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단풍 절정... "추상에 물든 단풍 봄꽃보다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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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단풍 절정... "추상에 물든 단풍 봄꽃보다 좋아라"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8.10.14 0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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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창들과 오대산 선재길 트레킹... 하늘은 푸르고 계곡을 맑고 단풍은 불타고
▲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은 울긋불긋한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지난 주말(13일 대학 동창들과 함께 오대산 선재길 트레킹은 큰 선물이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꼭두새벽부터 서둘렀다.

주말(13일) 대학 동창들과 함께한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 선재길 트레킹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특별한 선물이었다.

아침 7시40분 안양시 인덕원역을 출발한 버스는 10시50분께 오대산 앞에 도착했다.

오대산 입구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우리는 천년의 옛길 선재길을 따라 걷기 위해 매표소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다.

월정사부터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약 9.2km의 선재길은 도로가 나기 전부터 깨달음을 얻기 위한 스님과 불교 신도들이 다니던 길이라고 한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월정사 일주문을 지나자 전나무숲길이 펼쳐졌다. 어느새 서리서
리 상쾌한 숲 향기가 코끝을 어루만졌다.

여기저기서 '와~' 하는 탄성이 터졌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가을볕이 내리쬐는 월정사 언덕엔 저희들끼리 무리지어 피었다 지는 들풀들 그리고 꽃들···. 서늘한 바람에 숲 냄새와 흙내음이 콧잔등을 연신 자극했다.

길 양 옆으로 빽빽하게 줄지어 도열한 50미터 높이의 아름드리 전나무들이 바람결에 미소를 띠며 우리에게 인사했다. 우리는 그 아래를 웃고 떠들며 걷고 또 걸었다.

그때 우리는 거침없이 카메라를 눌러대며 만남 하나만을 축복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만남에 황홀해 한다"고 누군가 했던 말처럼-.

다리도 쉴겸 해서 낮 12시 조금 지나 우리는 오대산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옆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점심을 먹었다. 저마다 가져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모처럼 단풍 나들이에 들뜬 기분을 한껏 만끽했다

울긋불긋 타는 듯한 단풍 구경을 하며 가던 길을 더 걸으니 마침내 오대산장이 나왔다.

우리는 오대산장에서 잠시 쉰 뒤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 중간에 내려 상원사까지 다시 걸었다.

그러자 한 여자 친구는 멀쩡한 대절버스를 두고 왜 걸어가느냐고 불만을 터뜨렸고 또 다른 친구 하나도 "단풍 구경은 이제 고마 됐다"며 더 이상 못 걷겠다고 투덜댔다.

오후 늦게 '번뇌가 사라지는 길' 계단을 따라 상원사에 올라서니 저녁 예불 소리가 산사의 정적을 깨웠다.

여기서도 우리는 오대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카메라 셔트를 쉴 새 없이 눌러대며 하나 둘 추억을 쌓아 갔다.

상원사 주변은 곱게 물든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흰구름 푸른 내는 골골이 감겼는데/ 추상에 물든 단풍 봄꽃보다 좋아라."

가을의 정취에 취했던 가인 김천택은 단풍을 봄꽃보다 더 아름답다고 영탄했다. 가인이나 시인이 아니더라도 자연의 조화에 의한 빛깔의 경이로움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황홀감을 느끼게 한다

이렇듯 아름다운 가을은 지난 여름 유난스럽고 혹독했던 폭염을 견딘 우리에게 자연이 주는 선물이겠지-.

상원사 탐방을 마친 우리는 버스를 타고 미리 예약해 둔 식당 '산수명산'으로 이동했다.

그곳에 도착하니 오대산 산행에 나섰던 대학동창 산악회 친구들 9명이 먼저 와서 자리잡고 있었다.

건배사가 오가고 산나물 비빔밥에 툭진 막걸리가 인정을 풀어주고 서로에게 그윽한 이야기가 공간을 누빌 때 우리는 그것 만으로 가슴이 타올랐다.

이번 오대산 선재길 트레킹은 굴곡이 적은 완만한 둘레길에 맑은 계곡, 곱게 물든 단풍이 몰입도를 높였고 친구의 영리한 기획이 돋보였다.

또 사진 작가 친구의 쵤영이 좋았고 지루하기 쉬운 10km의 트레킹을 무리없이 완성한 우리 모두의 인내심 또한 신선했다.

우리는 저녁 6시35분에 자리에서 일어섰고 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을 보며 서울로 향했다.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30분을 막 넘어서고 있었고 TV에서는 '콘서트 7080'이 진행되고 있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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