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숙 "춤은 내 삶의 전부... 춤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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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숙 "춤은 내 삶의 전부... 춤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8.11.01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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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누군가의집'에서 춤을 주제로 강연... "예술과 사랑, 둘 다 하기 정말 어렵더라"
▲ 한국 현대무용의 거장 김화숙 원광대 예술학부 교수는 지난 10월 31일 밤 서울 북촌 '협동조합 누군가의집'에서 '안무의 비밀, 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주제 강연을 통해 "춤은 내 삶의 전부였다"고 말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한국 현대무용의 거장 김화숙 원광대 예술학부 교수는 "춤은 내 삶의 전부"라고 말했다.

삶이 곧 춤이고 춤이 곧 삶이라고 말하는 김 교수는 지난 10월 31일 오후 서울 북촌 '협동조합 누군가의집'에서 '안무의 비밀, 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를 주제로 강연했다.

10월의 마지막 밤에 펼쳐진 이 강연에는 그의 제자와 각 대학 무용과 학생 등 20여 명이 함께했다.

무용을 처음 만나게 된 시기부터 얘기를 꺼내기 시작한 김 교수는 100분 동안 특유의 화법으로 춤 얘기를 풀어냈다. 때로 춤과 얽힌 개인적인 희로애락을 소개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광주여고 1학년에 다니던 1964년 발레를 처음 접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50여 년 간 무용수, 안무가, 무용교육자로서의 삶을 살아왔다. 한국 현대무용의 산 역사다.

무용수의 몸은 극심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춤을 통해 끈기, 인내 이런 걸 배웠다고 전했다.

"고등학교 3년 동안의 훈련으로 일평생 겪을 힘든 일을 다 겪은 것 같다."

무용수로서의 훈련이 얼마나 지독했는지를 상징적으로 알려주는 말이다.

이후 이화여대에 진학해 현대무용을 전공했고 1971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김복희&김화숙 현대무용단'을 창단해 그해 11월 명동에서 데뷔 공연 '법열의 시'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오로지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어린 나이에 도전에 나섰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 그들의 결혼(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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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이 물속을 걸을 때(2001)
ⓒ 데일리중앙

그 뒤 20년(1971~1991년) 동안 '김복희&김화숙 현대무용단' 대표를 맡아 김복희 선생과 공동으로 38편의 작품을 안무했다. 1977년에는 파리에서 첫 해외 공연도 가졌다. 동시에 주역 무용수로도 활동하며 한국 현대무용의 전성기를 꽃피웠다.

1991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현대무용단 사포'를 통해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역사성과 사회성이 강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5년부터 1998년까지 4년 동안 광주민중항쟁무용 3부작을 발표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부/ 그해 오월(1995), 2부/ 편애의 땅(1997), 3부/ 그들의 결혼(1998)이다. 이 3부작은 1999년에 무용 CD-Rom <오월의 눈물>로 일반에 출시됐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1998년 미국 게일 리서치(Gale Reaserch) 산하 세인트 제임스(St. James press)에서 펴낸 '세계현대무용사전'에 등재됐다. 2000년에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판부가 발행한 '세계 춤 사전'에도 이름이 올랐다.

▲ 그해 오월(1995) 포스터
ⓒ 데일리중앙
▲ 지나가리라(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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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숙 교수는 지난 주말(10월 27일) 남원 시립김병종미술관에서 '사포, 말을 걸다' 제목으로 88번째 공연을 펼쳤다.

김 교수는 "88개 작품을 정식으로 발표하고 나니까 제 인생은 춤이었더라. 춤이 제 인생이었다"고 말했다. 춤이 곧 삶의 전부였다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 '사랑도 예술도 나의 전부를 요구했다'는 현대무용의 선구자 이사도라 던컨(Isadora Duncan)의 말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춤은 내 모든 전부를 유혹하고, 사랑도 내 전부를 요구했는데 춤이 내 옆에 있을 때는 사랑이 없었고, 사랑이 내곁에 있을 때는 춤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랑과 예술, 두 가지를 같이 한다는 건 정말 어렵더라고 고백했다.

그는 "춤도 내 모든 것을 원했고, 사랑도 내 모든 것을 요구했기 때문에 둘 다 동시에 갖는다는 건 어려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에 몰입하는 것, 몰입할 수 있는 그 정신이 아닌가 싶다. 몰입해야만 뭔가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후배들에게 "무용은 살아있는 인간의 생명체와 동일하다"며 "끊임없이 몸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춤은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예술이며 모든 상황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필요는 없다"며 "그래서 소설보다는 시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날 질의 응답까지 2시간 가까운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춤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 현대무용 거장의 위엄이 느껴졌다.

한편 '협동조합 누군가의집' 15번째 강연은 오는 8일 저녁 7시 손종수 바둑 칼럼니스트의 '알바고와 바둑'을 주제로 열린다. (☎ 02 6487 1343)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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