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정국 부활하나... 대학생 연행·체포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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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정국 부활하나... 대학생 연행·체포 잇따라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9.07.11 20:1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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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보안수사대, 80년대식 체포작전 시도... 소환 불응 땐 수배령까지

▲ 540여 개 단체로 구성된 '등록금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는 지난해 3월 28일 서울광장에서 7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대규모 집회를 열어 "이명박 정부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집회에 참가한 '다함께' 대학생이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경찰 보안수사대에 의한 대학생들의 연행과 체포·구금사태가 잇따르면서 공안 정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두 달 넘게 타올랐던 촛불에 정치적 타격을 입은 이명박 정권이 올 들어 대학생들의 집회 시위를 문제 삼으며 공권력을 과잉 집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용산참사 추모 집회와 등록금 문제 해결 촉구 집회 등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서울 주요 대학 총학생회장 등에게 집시법 위반 혐의로 소환장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경찰은 소환장을 발부한 뒤 두어번 불응하면 체포조가 연행 대상자의 동선을 미리 파악한 뒤 잠복·미행을 반복하다 취약지점에서 상대를 제압, 강제 연행해 가는 방식을 쓰고 있다.

4~5명 체포조 등장... 잠복·미행 취약지점에서 덮쳐 연행

경찰은 5월 30일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연대사업국장 고려대 황규철씨를 서울 영등포 민노당 중앙당사 앞에서 연행하려다 실패했다. 황씨는 지난 2월 용산참사 추모 집회에 참가해 집시법 위반 혐의로 소환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이 집회를 미신고된 불법 집회로 보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서울 외대에서 시국대회를 마치고 나오는 정태호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너댓명의 경찰이 덮쳐 연행을 시도하려다 시민들의 제지로 미수에 그쳤다. 대학생 반독재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은 지난 5월 등록금 문제 해결 촉구 전국 대학생 행동의 날에 참석해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소환장이 발부됐다.

또 건국대 하인준 총학생회장 등 학생회 간부 3명은 지난해 촛불시위 당시 불법·폭력 시위를 벌인 혐의로 지난 5일 경찰에 전격 체포됐다. 보안수사대에 붙잡혀 서울 홍제동 경찰청 대공분실로 옮겨진 이들은 조사를 받은 뒤 이틀 만에 풀려났다.

노 전 대통령 추모제 참석 대학생도 새벽에 강제 연행

▲ 지난해 촛불시위에서 불법·폭력 시위를 벌인 혐의로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풀려난 건국대 하인준 총학생회장이 지난 8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교내에서 시국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건국대 총학생회)
경찰의 연행 체포 작전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10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추모 문화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앙대생 송상훈씨가 11일 새벽 동작경찰서 보안과 수사관들에게 체포됐다. 지난 2월 용산참사 추모 집회 당시 집시법을 위반했다는 것.

체포되지 않은 소환 불응 대학생들에겐 수배령이 떨어졌다. 경찰은 이원기 한국대학생연합 의장(부산대 총학생회장), 박해선 서울대련 의장(숙명여대 총학생회장), 문소영 북부대련 의장(덕성여대 총학생회장)에게 수배령을 내려 이들의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 총학생회를 겨냥한 경찰의 표적 수사가 잇따르자 공안 탄압 논란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김한성 연세대 법대 교수는 "사회의 양심세력으로서 그동안 인권 수호와 사회의 진보에 앞장서 온 대학생들에 대한 정권의 탄압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며 "탄압 정국을 통해 여론을 억압하고 위기 국면을 돌파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더러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안정국 실패할 것"... "공권력 과잉 및 수사권 남용" 지적

▲ 지난 2월 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정병두 1차장 검사가 용산참사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이날 송상훈씨를 접견한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장서연 변호사는 "미신고 집회와 야간 집회 몇번 참가한 것을 두고 중대 범죄 다루듯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단순 집회 참가를 이유로 소환장 보내고, 불응한다고 해서 체포하는 것은 공권력 과잉이고 수사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공안탄압에 대한 대학생들의 항의도 이어졌다. 'MB심판, 민주회복을 위한 대학생 행동연대'는 11일 오후 서울 노량진 동작경찰서 앞에서 5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정권의 공안탄압을 강력 규탄했다.

대학생 행동연대 "MB독재 역사 심판대 세울 것"

학생들은 기자회견에서 "문화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대학생을 영장도 없이 미란다 원칙도 고지하지 않고 다짜고짜 불법 미행,  연행해가는 것이 2009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경찰은 연행 학우를 즉각 석방하고 공안탄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공안탄압이 심해질수록 오히려 우리 대학생들의 연대와 단결은 훨씬 더 넓고 깊어질 것"이라며 "300만 대학생들의 단결로 MB독재와 공안경찰을 반드시 역사의 심판대에 올릴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경찰 "우린 법대로, 원칙대로 했는데, 뭐가 문제?"

이에 대해 경찰 쪽은 "송상훈씨를 연행하는 과정에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으며, 절차를 다 지켰고 원칙대로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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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호 2009-07-11 23:30:26
이명박 대통령 참 알고보니 대단한 사람이다.
진짜 가지가지하는것 같다.
21세기에 20세기 통치방식을 고집하고 있으니
지금이 토목 건설로 먹고사는 시대도 아니고
그런 마인드를 갖고 있으니 대학생들을 이렇게 잡는거지 뭐.
다 국민들 잘못이다. 나는 안찍었다.

뻑삼오 2009-07-11 22:38:00
옛날에는 대학생들이 혈기가 잇고 힘이 있엇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변혁을 앞에서 이끌엇지.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보냈고 6월항쟁도 그래서 일어난거지.
지금 대학생들은 혈기가 부족한 것 같다.

2mb 2009-07-11 22:34:10
전두환이 할배요 하겠구만.
정말 무서운 사람 무서운 정권이다.
2mb의 한계다. 정권이 이러니 국민의 손발이 고단할 수밖에 없다.
문제다. 언제까지 이런 일이 임기 내내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