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가요박물관 백지화 촉구... 밀양시 "특정인 위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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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가요박물관 백지화 촉구... 밀양시 "특정인 위한 게 아니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9.04.26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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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박시춘 위한 가요박물관 안 된다"... "각계 전문가 참여하는 추진위원회 결정에 따를 것"
▲ 밀양가요박물관 건립을 둘러싸고 밀양시와 시민사회단체가 갈등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친일 행적이 있는 작곡가 박시춘을 가요박물관에 포함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이다. 사진은 밀양시 내일동 영남루 바로 옆 작곡가 박시춘의 생가터에 세워진 박시춘의 대표곡 '애수의 소야곡' 노래비.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시민·사회·문화단체들이 (가칭)밀양가요박물관의 백지화를 촉구하며 대규모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밀양시는 '밀양가요박물관' 지을 계획은 갖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나와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특정인을 위한 가요박물관이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가)약산김원봉장군기념사업회, 밀양가요박물관건립저지시민연합 등 53개 단체는 오는 5월 2일 밀양 의혈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밀양가요박물관 건립 백지화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또 친일 행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박시춘 작곡가의 생가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애수의 소야곡'(1937), '비 내리는 고모령'(1948), '굳세어라 금순아'(1953), '이별의 부산정거장'(1954) 등의 작곡가 박시춘의 생가는 밀양 영남루 옆에 있다.

밀양문화원장의 즉각 사퇴도 압박하고 있다.

주최 쪽은 26일 보도자료를 내어 "1급 친일파 박시춘의 유품 전시와 선양을 주목적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에 밀양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밀양가요박물관 건립을 저지해 전국적으로 일어나려는 반민족행위자들에게 경고를 내림과 동시에 반민족적 친일 행위에 대한 단죄의 계기로 삼겠다"고 기자회견 취지를 밝혔다.

밀양가요박물관건립저지시민연합 장창걸 부회장은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1급 친일 인사의 선양을 위한 가요박물관을 용납할 수 없다"며 "시민사회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는데도 밀양시는 가요박물관 건립을 강행하겠다고 한다"고 비난했다.

장 부위원장은 "지난해 8.15 광복절에 우리 단체에서 500만원 달라고 해도 안 주던 밀양시가 박시춘 생가에 노래 틀고 지붕 보수하는데 580만원이나 썼다.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가요박물관 건립에 시민단체가 반발하자 밀양시가 입장을 계속해서 바꾸고 번복해왔다고 비판했다.

장 부위원장은 가요박물관이 특정인(박시춘)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밀양시 입장에 대해 "가요박물관이 박시춘을 위해 추진될 수 있다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밀양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자료와 박일호 밀양시장의 시정 답변, 시의회 속기록 등을 근거로 들었다.

처음 밀양시가 시의회에서 예산을 받을 때부터 '불세출의 작곡가 박시춘의 업적을 기리며'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다는 것. 속기록에도 담당 과장이 가요박물관에 '박시춘의 이름을 넣겠다'고 한 내용이 분명히 들어 있다고 했다.

지난 3월 20일 밀양시의회 시정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박일호 시장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장 부위원장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박시춘의 공과가 있기 때문에 같이 하겠다고 해놓고 지금 와서 입장을 바꾸는 것은 이 상황을 면피하기 위한 변명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밀양시는 가요박물관은 특정인의 업적을 선양하거나 기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냥 가요박물관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우리가 공식적으로 시의 입장을 전달했는데도 자꾸 친일 행적이 있는 박시춘을 선양하기 위한 것 아니냐 한다"고 말했다.

밀양시는 밀양아리랑과 백중놀이를 비롯한 유무형 문화재와 박시춘, 정풍송, 박정웅 등 지역 출신 음악가들을 접목한 문화관광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가요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구체적인 일정이나 내용이 정해진 게 없다고 전했다.

가요박물관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추진위원회의 결정에 따른다는 것이 밀양시의 공식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가요박물관은 시에서 일방적으로 하지 않고 추진위원회에서 결정하면 그에 따를 것이다. 가요박물관 안에 무엇을 담을 지도 추진위에서 결정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 담겠다는 것이다. 박시춘 생가에도 친일 행정에 대해 기록해 놨다. 왜곡하고 그런 것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밀양시는 올해 타당성 용역을 전문업체에 주고 안이 나오면 그걸 바탕으로 추진위를 꾸려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에 부지 선정과 국비 등 예산 신청을 하고 오는 2021년부터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시춘 생가 철거 요구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놨다.

박시춘 생가는 1996년 당시 '건강한 고장 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시민의 뜻에 따라 2001년 완공된 것이라 했다. 그런 것을 지금 와서 밀양시에서 일방적으로 철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밀양문화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시에서 임명하고 위촉하는 게 아니라 회원들이 선출하
는 문화원장을 이래라저래라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밀양가요박물관건립저지시민연합은 5월 2일 기자회견에서 밀양가요박물관을 파괴하는 강렬한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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