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 총 정리] 비극의 시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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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사건 총 정리] 비극의 시작은?
  • 주영은 기자
  • 승인 2019.05.2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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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사건 총 정리] 비극의 시작은?

배우 장자연은 2006년 비교적 늦은 나이인 27세에 롯데제과 광고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부친은 2002년 사망했고 모친 역시 투병 끝에 2005년 사망해 친언니와 함께 경기도 성남 분당의 복층 빌라에서 전세로 살고 있었다.

2007년, 장자연은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와 계약금 3백만 원에 전속계약을 맺었다.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이하 더컨텐츠)>는 이미숙, 송선미, 장서희, 최진실 등 중견 여배우들이 소속된 기획사로 심은하, 김남주, 최정윤, 김민선 등도 거쳐갔다.

그런데, 장자연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더컨텐츠>의 대표 김성훈(당시 40세) 씨의 본명은 김종승, 영어명 제이슨김이었고 기획사 이름도 <스타즈엔터테인먼트>였다.

2002년, 김종승 대표는 민주당 의원 3명, 재벌 2세, 기업 대표 등을 상대로 소속사 여배우들

에게 성상납을 시킨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 홍콩으로 출국한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흐지부지되면서 김종승 대표는 귀국했고, 이후 김성훈으로 개명하고 회사 이름도<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로 바꿨다.

게다가 김성훈 대표는 상해와 폭력 혐의 등으로 벌금형을 7차례나 받은 전과자였다. 소속 연예인들과도 나쁘게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최정윤, 김민선을 상대로 전속계약 위반 소송을 냈고 최진실은 자살했다.

▶술접대와 성추행

<더컨텐츠>의 사옥은 김성훈 대표 소유의 3층 오피스텔 건물로 1층에 와인바, 2층에 사무실, 3층에는VIP라운지가 있다. 김성훈 대표는 와인바에서 손님 접대를 한 후 VIP라운지로 데려갔다. VIP라운지는 침실과 욕실, 홈바를 갖추고 있으며 접견실과 파티룸으로 사용했다. 특히 전기상 KBS PD가 즐겨 찾았다고 한다.

김성훈 대표는 장자연과 배우 지망생 윤지오(당시 21세)에게 술접대를 강요했다.

이들은 일주일에 2~4차례씩 강남 유명 술집에 불려갔으며 특히 장자연은 술자리에 더 오래 머물러야했다.

이 때문에 윤지오는 친구들로부터 '술집에서 일한다'는 오해를 받았고, 장자연은 친하게 지내던 가수 김지훈의 부인이 수시로 전화를 걸어 술자리에서 빠져나오기도 했다.

2008년 5월, 장자연은 정세호 PD, 김성훈 대표, 배우 최 모 씨와 함께 태국으로 골프여행을 떠났다. 정세호 PD는 MBC <내 인생의 황금기>를 연출한 유명 드라마 감독이다.

하지만 정세호 PD가 '다들 골프를 못 쳐 재미가 없다'고 불평하자 장자연은 사비로 고향(전북 정읍) 후배인 프로골퍼 박 모 씨를 불러 함께 골프를 쳤다.

이 자리에서 김성훈 대표는 <내 인생의 황금기>에 장자연을 출연시켜 줄 것을 청탁했으나 장자연이 오디션에 탈락하면서 무산됐다.

8월 5일, 장자연과 윤지오는 청담동 가라오케에서 열린 김성훈 대표의 생일 파티에 불려갔다.

생일 파티에는 사모투자펀드 <보고펀드>의 ㅂ(당시 54세) 대표와 조희천(당시 39세) 상무가 참석했다.

조희천 상무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이며 2004년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경기 고양 덕양 갑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생일 파티에서 조희천 상무는 폭탄주를 돌린 후, 만취한 장자연을 무릎에 앉히고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기도 했다.

▶조선일보와의 악연

9월, 장자연은 코리아나호텔 방용훈(당시 56세) 사장의 룸살롱 술접대 자리로 불려가 잠자리까지 요구받는다.

방용훈 사장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동생이자 조선일보 대주주로, 1년여 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10월 28일. 어머니의 제삿날이었으나 장자연은 서울 청담동 호텔 지하의 룸살롱으로 불려갔다.

현장에는 방상훈 사장의 아들인 방정오(당시 30세) 조선일보 미디어전략팀장 등 3명이 마담과 여성접대부를 끼고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현재 그는 TV조선 전무로 재직 중이다.

장자연 역시 술시중을 들었는데 동석한 접대부가 그녀를 접대부로 착각했을 정도다.

장자연은 술자리를 잠시 빠져나와 차 안에서 '어머니 제사에도 가지 못 했다'며 서럽게 울었다. 장자연은 이 외에도 김성훈 대표의 지시로 드라마제작사 올리브나인의 고대화 대표, 아이리버 제조업체 레인콤의 양덕준 대표 등에게 술접대를 했다.

▶폭행과 폭언

장자연은 김성훈 대표의 폭력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폭언은 물론이고, 전화해서 30분 내로 오지 않으면 시간이 추가되는 만큼 맞았다고 한다.

한번은 김성훈 대표와 게이 바에 간 일화를 사내 파티에서 무심코 말했다가 옆방으로 불려가

손바닥과 페트병으로 머리와 얼굴을 폭행 당해 1시간 동안 울었고 눈가에 멍까지 들었다.

장자연은 소속사를 옮기고 싶었으나 전속계약 해지 위약금 1억 원이 없었다. 결국 2008년 우울증진단을 받아 치료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2007년 영화 <정승필 실종사건>, 2008년에는 <펜트하우스 코끼리>에 조연으로 캐스팅됐으나 개봉이 연기되면서 무명 신세를 벗지 못했다.

▶생활고의 시작

이마저 김성훈 대표가 영화 출연료 542만 원 중 300만 원만 지급해 생활고까지 겹쳤다.

2008년 1월, 장자연과 하이트진로 박문덕(당시 58세) 회장은 필리핀 세부로 떠났고 박문덕 회장은 수표를 건넸다.

임우재(당시 40세) 삼성전기 상무는 아내인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명의의 휴대폰으로 장자연과 총 35차례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10월, 김성훈 대표가 전기상 피디에게 6130만 원을 상납한 끝에 장자연과 윤지오는 KBS <꽃보다 남자>에 캐스팅됐다.

다음달, 김성훈 대표가 남성모델을 동성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다. 그는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던 중 비상계단으로 도주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무명 배우 삶 탈출

2009년 1월, <꽃보다 남자>가 첫 방송부터 화제가 됐고 장자연도 데뷔 후 처음으로 주목을 받았다.

2월, 태국에서 도피 중이던 김성훈 대표가 장자연에게 연락해 태국으로 와 영화감독에게 골프접대를 할 것을 요구했다.

장자연이 촬영 일정을 이유로 거절하자 그는 '많이 컸다. 일 그만하고 싶냐'라더니 촬영 전날,

장자연에게 제공했던 기아 카니발을 처분해 버렸다.

장자연은 울고불고 난리가 났고 급기야 전속계약 해지를 결심한다. 그녀는 김지훈의 소속사인

<GF엔터테인먼트> 김남형 대표를 만나 이적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김성훈 대표는 '함께 마약을 투약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고 장자연의 지인에게도 '함께 마약을 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로드매니저 역시 폭언과 함께 장자연을 협박했다.

장자연은 지인들에게 '죽고 싶다. 힘들다', '김성훈 대표가 내가 중년 남성과 교제한다는 헛소문을 퍼트리고 이 바닥에서 발을 못 붙이게 만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유장호의 등장

이즈음, <호야스포테인먼트> 유장호(당시 30세) 대표가 접근한다.

그는 <더컨텐츠>에서 이미숙의 로드매니저로 일하다가 한 달 전 <호야스포테인먼트(이하 호야스포)>를 설립해 이미숙, 송선미와 전속계약을 맺었으며 장자연과 친분은 없었다.

송선미는 2008년 '출연료를 1년 가까이 지급하지 않는다'며 횡령 혐의로 김성훈 대표를 고소한상태였다. 유장호 대표는 신용불량자로 기획사를 운영할 돈도 능력도 없었는데, 사실 <호야스포>는 송선미의 남편 고우석 씨와 이미숙이 투자해 만든 회사이며 유장호 대표는 '바지사장'이었다.

김성훈 대표는 전속계약 위반 등으로 이미숙과 송선미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냈는데, 그는

이미숙의 약점을 쥐고 있었다.

이미숙이 39세이던 2006년, 17세 연하남인 호스트 정 모 씨와 바람을 피웠는데 정 씨가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김성훈 대표가 5000만 원을 주고 입을 막은 것이다.

유장호 대표는 장자연에게 '내가 하라는대로만 하면 계약해지 해주고 모든 걸 책임지겠다'며 '그동안 김성훈 대표에게 당한 내용을 쓰라'고 부축였다.

▶‘장자연 문건’

2009년 2월 28일, 이렇게 장자연은 <호야스포> 사무실에서 유장호 대표의 도움을 받아 이미숙과 송선미 등이 작성한 접대 폭로문을 참고로 '장자연 문건'을 작성했다.

총 6장 분량의 자필 문건에는 페이지마다 장자연의 주민등록번호와 지장이 찍혀 있는 등 소송을 위한 내용증명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2장은 이미숙, 송선미의 피해 사례를 담고 있다.

이튿날, 유장호 대표가 이미숙을 찾아가 문건 내용을 전했고 이미숙은 정세호 피디에게 '장자연이 울면서 찾아와 문건을 썼다. 보시고 김성훈을 혼내 달라'고 부탁했다.

김지훈의 부인은 장자연에게 '뭘 믿고 그런 걸 쓰냐'며 나무랐고 김남형 대표 역시 '문건을

돌려받으라'고 권했다.

장자연은 수차례 유장호 대표에게 문건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 당한다. 애초 이미숙이 김성훈 대표와 소송에서 이길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케 했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자살

장자연은 패닉에 빠졌고 우울증도 심해졌다. 3월 1일부터 4일 간 칩거에 들어가 대낮에 소주 한 병을 마시기도 했다. 이후 3일 동안 우울증약 8일분을 몰아서 먹었다.

전 남자친구의 어머니로부터는 '아들이 빌려준 1000만 원을 갚으라'는 독촉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구걸을 해서라도 빌려 보겠다'며 애걸했다.

2009년 3월 7일. 장자연은 김지훈 부부와 제주도 여행 약속이 잡혀 있었다.

유장호 대표는 이미숙의 지시로 '함께 누구(정세호 피디) 좀 만나자'는 문자를 보냈으나 장자연은 거절한다. 그로부터 1시간 뒤, 장자연은 자택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향년 29세. 출세작 <꽃보다 남자>의 종영도, 출연한 영화 2편의 개봉도 지켜보지 못 했다.

그러자 유장호 대표는 송선미 남편의 매형인 전 모 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검사 출신인 전 씨는 청와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암행감찰팀) 반장으로 근무 중이었다. 당일, 국가정보원 직원이 유장호 대표를 찾아와 함께 움직인다.

▶장자연 문건의 유출

유장호 대표는 장자연의 매니저를 자처하며 유족과 윤지오의 반대에도 장자연 문건을 유서라면서 멋대로 공개한다. 이후 자살 소동을 벌여 입원했는데 병실에 국정원 직원이 상주했다.

장자연의 장례식에는 배우 구혜선, 한채아, 서효림이 참석했고 김지훈이 영정 사진을 들었다.

하지만 김성훈 대표 등 <더컨텐츠> 관계자와 이미숙, 송선미는 끝까지 오지 않았다.

이후 '장자연 리스트'가 급속도로 확산됐고, 출처 불분명의 자필 문서가 '장자연 문건'이라며 유포됐는데 공교롭게도 유장호 대표의 필체와 비슷했다.

청와대, 기무사, 국정원, 대기업 직원들은 너도나도 취재 기자들을 접촉해 장자연 문건 내용에 대해 물었다. 경찰은 장자연이 접대한 남성들로부터 총 1억 원의 수표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으나 '금전 거래는 없었다'고 발표했고 방용훈 사장, 박문덕 회장, 임우재 상무는 아예 수사 결과에서 뺐다.

검찰 역시 김성훈 대표를 장자연을 폭행·협박한 혐의로, 유장호 대표를 김성훈 대표를 명예훼손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을 뿐 접대 의혹을 받은 인물들은 전원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은 장자연이 사망하기 전 1년치 통화내역을 확보하고도 수사기록에서 삭제했다.

김성훈 대표는 폭행 혐의만 인정돼 집행유예 1년, 유장호 대표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유장호 대표가 이미숙, 송선미의 소송을 위해 장자연을 이용해 문건을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송선미는 장자연이 자살한 지 8개월 만에 소속사를 옮겼다.

주영은 기자 chesil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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