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다시 안건상정 거부... 오신환 "당을 혼자 운영하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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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다시 안건상정 거부... 오신환 "당을 혼자 운영하겠다는 건가"
  • 김영민 기자·송정은 기자
  • 승인 2019.05.24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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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정치싸움 제발 그만하자" - "당대표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건 심각한 당헌·당규 위반"
▲ 당대표의 거취 문제와 당 운영 방식을 놓고 심각한 내분 사태를 겪고 있는 바른미리당의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왼쪽부터)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공식회의에서 다시 충돌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김영민 기자·송정은 기자] 바른미래당의 당내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대표의 거취 문제와 당 운영 방식을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 사이에 연일 고성이 오가면서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당 안팎에서 콩가루 집안이니, 콩가루 정당이니 하는 비아냥과 개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24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임시 최고위원회의 분위기도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서로 공수를 주고받으며 치고받았다.

손학규 대표는 하태경·이준석·권은희 등 비당권파 세 최고위들이 요구한 안건 상정을 다시 거부했다.

그러자 오신환 원내대표는 당을 혼자 운영하겠다는 거냐며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손 대표는 비당권파 최고위원들이 상정을 요구한 8건의 안건 가운데 앞서 입장을 밝힌 5건을 뺀 3건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말했다.

손 대표는 먼저 선거법 개정 협상 과정에서 의원 정수 확대 반대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하자는 요청에 대해 "이는 앞으로 전개될 협상 과정에서 우리 당 원내대표의 책임하에 관련 상임위원들이 해야 할 권한과 책임으로 최고위원회에서 사전에 내용에 제약을 가하는 것은 옳지 않으므로 의안으로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전현직 당직자에 대한 징계요청 건에 대해 "사무총장이 사실관계를 파약한 연후에 징계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도록 하겠다"며 역시 안건 상정을 거부했다.

마지막으로 최고위원회, 당무위원회 안건 상정 요건 중 당대표가 안건 상정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유권해석을 안건으로 상정해 줄 것을 요청한 데 대해서는 "안건 상정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상정이 불가하다"며 거부했다.

이어 비당권자 세 최고위원들에게 "당이 공멸하는 이런 식의 정치싸움 이제 제발 그만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손 대표는 "정례 회의에서 논의해도 충분할 일을 최고위원 세 분께서는 계속해 임시회의 소집을 요구하고 계신다. 임시회의가 계속되는 당이 정상적인 당의 모습인가, 국민 여러분께서 우리 당을 어떻게 보시겠나, 어제만 해도 그렇다. 당대표로서 제 일정을 무시한 채 밤중에 임시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것이 도의에 맞는 일인가"라고 물었다.

손 대표는 "다음부터는 이런 임시회의 소집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른정당 출신의 유승민계인 오신환 원내대표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의 면전에 대고 "용퇴를 거부하셨다면 당 운영이라도 민주적으로 해서 더 이상 잡음이 나지 않도록 해주시라"며 손 대표와 맞붙었다.

오 원내대표는 "당헌·당규 절차에 따라 최고위원들이 최고위원회에 부의한 안건들은 당연히 논의에 부쳐서 가부간 결정을 하는 것이 온당한 당의 운영방식"이라며 "그냥 당대표 혼자 해석하고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민주적 운영절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오 원내대표는 "당대표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것은 심각한 당헌·당규 위반이며 최고위원회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당을 혼자 운영하겠다고 하는 반민주적인 운영이 아닐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공식회의에서 지난 22일 자신의 부적절 발언에 대해 손학규 대표에게 90도로 고개 숙여 사과했다.
ⓒ 데일리중앙

지난 22일 "나이들면 정신이 퇴락한다"며 노인 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하태경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특히 손 대표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히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러나 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손 대표를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4.3창원 보궐선거 관련 여론조사 의혹과 관련해 "선관위 조사 결과에 따라 당 차원의 검찰 고발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며 다시 한 번 긴급 안건으로 여론조사 의혹 조사특별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또 손 대표가 임시회의 개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데 대한 자제를 요청한 데 대해 "지금까지 안건상정을 거부해 오셨기 때문에 특정안건을 명시해 소집하는 최고위원회를 요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은희 최고위원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발언을 거듭 거론하며 손 대표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했다.

권 최고위원은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박지원 의원은 손 대표가 민주평화당 의원에게 바른미래당에 와서 유승민 의원 축출하자고 한 본인의 말이 사실이라고 또 밝혔다"며 "손 대표는 사실이 아니라고 얘기를 하는데 박 의원은 반복해서 사실이라고 한다. 여기에 대해 분명한 대응을 못하면 이 말은 사실이 된다"고 손 대표를 압박했다.

비당권파 최고위원들은 박 의원 발언에 대해 사실조사를 하든지 아니면 손 대표가 박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발을 하든지 뭔가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손학규 대표는 비당권파 공세에 대해 더 이상 대응을 하지 않고 새로 임명한 장진영 당대표 비서실장을 소개하면서 회의를 마무리했다.

한편 바른미래당 살리기 실천하는 전국위원장모임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하태경 최고위원의 최고위원 및 국회의원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손학규 지도부를 흔들어대던 최고위원 몇몇분이 펼쳐온 막장드라마의 종결편을 바로 하태경 의원의 노인 폄하 발언"이라며 하 최고위원의 사퇴를 주장했다.

그리고 유승민 전 대표 등 바른정당계를 향해 "지난해 9월 새 지도부 출범 이후 국민들에게 하루도 바람 잘날 없는 콩가루 정당으로 인식되게 만들었다"며 "더 이상 당을 흔들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들 전국위원장모임은 하태경·이준석 최고위원이 사퇴할 때까지 최고위원회의 참석 저지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민 기자·송정은 기자 kymin@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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