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마지막 일기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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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마지막 일기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 주영은 기자
  • 승인 2009.08.21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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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대한 소회와 애틋한 사랑, 깊은 우정... 최경환 "미공개 일기, 정치인 인물평 있다"

"긴 인생이었다. 나는 일생을 예수님의 눌린 자들을 위해 헌신하라는 교훈을 받들고 살아왔다. 납치, 사형 언도, 투옥, 감시, 도청 등 수없는 박해 속에서도 역사와 국민을 믿고 살아왔다. 앞으로도 생이 있는 한 길을 갈 것이다."
"긴 인생이었다. 나는 일생을 예수님의 눌린 자들을 위해 헌신하라는 교훈을 받들고 살아왔다. 납치, 사형 언도, 투옥, 감시, 도청 등 수없는 박해 속에서도 역사와 국민을 믿고 살아왔다. 앞으로도 생이 있는 한 길을 갈 것이다." (2009년 1월 15일 일기)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지난 18일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마지막 일기 제목이다.
 
DJ의 생애 마지막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2009년 1~6월 일기 가운데 일부가 21일 세상에 공개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일기 가운데 30일치 40쪽 분량의 작은 책자로 만들어져 이날 배포된 <인생은...>에는 자신의 85년 인생에 대한 소회와 이희호 여사에 대한 애틋한 사랑, 그리고 평소 가깝게 지내며 우정을 나누었던 사람들에 대한 정과 그리움이 진하게 베어 있다.

새해 첫날 수백명의 세배객이 동교동 자택으로 찾아와 덕담을 나눈 얘기를 하면서 김 전 대통령은 "10시간 동안 세배를 받다보니 몹시 피곤했다"며 "새해에는 무엇보다 건강관리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파란많았던 일대기를 돌아보며 성찰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85회 생일인 1월 6일치 일기에는 "돌아보면 파란만장한 일생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투쟁한 일생이었고, 경제를 살리고 남북 화해의 길을 여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일생이었다"고 적혀 있다.

DJ는 자신의 삶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고 성찰했다.

용산참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일기에 적었다.

1월 20일치 일기에서 김 전 대통령은 "용산구의 건물 철거 과정에서 단속 경찰의 난폭 진압으로 5인이 죽고 10여 인이 부상 입원했다"며 "참으로 야만적인 처사다. 이 추운 겨울에 쫓겨나는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고 했다.

▲ 부인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해 가을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구리시 토평지구 코스모스 축제에 참석해 기념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자료=김대중 전 대통령 장의위원회)
계절의 여왕 5월이 오자 신록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며 "꽃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썼다.

대통령은 5월 1일치 일기에서 "지금 우리 마당에는 영산홍과 철쭉꽃이 보기 좋게 피어 있다"고 행복해 했다.

자신의 정치적 동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충격적인 서거 소식에는 청천벽력 같다고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DJ는 5월 23일치 일기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해 "검찰이 마치 소탕작전하듯 노 전 대통령 일가를 공격하고 노 전 대통령의 신병을 구속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심리적 압박을 계속했다"며 "노 대통령의 죽음은 강요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이명박 정권을 정면 비판했다.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일기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3만부 가량이 제작돼 이날 전국 분향소 등에 배포됐다.

한편 유족 측 최경환 공보비서관은 DJ 일기 가운데 미공개 부분과 관련해 미공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며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기에는 부적절한 아주 개인적인 얘기가 들어 있고 ▲장례를 치르고 있는 국장 시점에서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공개 일기 가운데는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을 망라한 인물에 대한 DJ의 평가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비서관은 "(미공개 일기의) 향후 공개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희호 여사께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미공개 일기 내용의 일부를 지금 마무리하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님의 자서전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이희호 여사와 편집위원들과 상의하겠다"고 했다.

한편 DJ의 마지막 일기는 '김대중 추모 공식 홈페이지'(http://211.233.13.92/)를 통해 PDF 파일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주영은 기자 chesil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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