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민주주의 큰 빛 국민 속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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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민주주의 큰 빛 국민 속에 잠들다
  • 석희열 기자·김주미 기자·주영은 기자·이성훈 기자
  • 승인 2009.08.23 15:27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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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눈물의 영결식... 박영숙 이사장 "당신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울먹

▲ 23일 오후 국회의사장 앞마당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영결식이 장엄하게 펼쳐졌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사상 최대인 3만여 명의 조문객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돌아보면 파란만장의 일생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투쟁한 일생이었고, 경제를 살리고 남북 화해의 길을 여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일생이었다. 내가 살아온 길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
(김 전 대통령의 올해 1월 6일치 일기)

지난 18일 85년의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한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사랑하는 가족과 동지, 자신을 따르던 많은 국민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희로애락이 없는 하늘 나라로 떠났다.

2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사상 최대인 3만여 명의 조문객이 참석해 조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영결식'이 장엄하게 열렸다. 장례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고인은 하트 모양의 영정 속에서 따뜻하게 웃고 있었다.

군악대의 조악 '영원한 안식' 연주로 시작해 고인을 기리는 묵념과 이달곤 장의집행위원장의 약력보고, 한승수 장의위원장의 조사, 박영숙 미래포럼이사장의 추도사 순으로 1시간10분 동안 의식이 이어졌다.

그리움에 우는 유족들... 이희호 여사, 영구차 출발하자 흐느끼기 시작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
영결식장에서 집에서, 바깥에서 이를 지켜보던 많은 국민들은 큰 슬픔으로 전직 대통령의 마지막 길에 함께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조사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님은 나라의 큰 정치지도자이고, 우리 시대의 위대한 지도자"라고 추모했다. 이어 "대통령님의 발자취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생 동지 박영숙 이사장 "선생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추도사를 한 고인의 평생 정치적 동지 박영숙 이사장은 "대통령님, 몹시 떨리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울먹였고, 목소리는 가늘게 흔들렸다.

박 이사장은 "독재정권 아래에서 숨쉬기조차 힘들 때, 김대중이라는 이름은 그대로 희망이었다"며 "숱한 투옥, 망명, 연금을 당하고 늘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렸지만 뜻을 꺾지 않고 내일을 준비했다"고 추억했다.

그는 "당신께서 떠나니 당신이 얼마나 귀한 분인지, 당신의 삶이 얼마나 위대했는지 이제 알겠다"고 고인이 남긴 큰 뜻을 기렸다.

박 이사장은 평생 동지를 잃은 슬픔에 추도사 내내 김 전 대통령을 '대통령님, '선생님'이라고 애타게 부르며 흐느꼈다.

이처럼 우리 현대사에 큰 빛을 남긴 김 전 대통령은 '김대중'이라는 이름 석자를 남기고 우리 곁을 훌훌 떠났다. 그러나 그는 추억 속에서, 또 국민들 가슴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쉴 것이다. 

조악 속에 종교 의식 진행... 안식과 극락왕생 빌어

추도사사 끝나자 천주고, 불교, 기독교, 원불교 인사들이 종교 의식을 진행하며 차례로 김 전 대통령의 넋을 달랬다.

천주교 최창무 광주대교구장은 찬송가가 불려지는 가운데 고별의식을 진행했다. 최 교구장은 "김 토마스모어(김 전 대통령 세례명)에게 영원한 안식을 달라"고 기도했다.

불교 조계종 조계사 주지 세민 스님은 목탁을 두드리고 반야심경을 염불하면서 고인의 극락왕생을 빌었다. 기독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삼환 회장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엄신형 대표회장이 고인의 안식과 평안을 기원하는 기도와 축도를 올렸다.

또 원불교는 김혜봉 대전충남교구장이 집전하며 축원문을 낭독하고 축원을 드리는 천도의식을 고인의 마지막 길에 바쳤다.

종교 의식에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물이 5분에 걸쳐 상영되면서 영결식 분위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1998년 2월 25일, 영결식 장소인 바로 이 자리에서 열린 15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식 장면이 나오자 부인 이희호 여사 등 유족들은 슬픔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엉엉 소리내어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YS, 회한이 사무치는 듯 한동안 영정에서 눈 못 떼

이희호 여사와 아들 홍일, 홍업, 홍걸씨 등 유족과 이명박 대통령, 전두환·김영삼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고인의 영전에 차례로 국화꽃을 바치고 분향 묵념했다.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관위원장, 각 정당 대표 등의 헌화 분향이 잇따랐다.

호주·중국·캄보디아·캐나다·프랑스·인도네시아·일본·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동티모르·미국 등 12개 나라 외국 사절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헌화 묵념이 진행되는 동안 국방부 3군 조악대와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의 조곡이 잇따라 연주됐다.

이어 성악가 김영미씨와 <평화방송> 소년소녀합창단의 추모공연이 펼쳐졌다.

김영미씨가 조가 '그대 있음에'를 불렀고, 이어 고인이 평소 즐겨 부르던 '우리의 소원'을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부르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추모했다.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

파란만장했지만 자신의 삶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7일 일기에서 세상에 남긴 말이다. 삶을 사랑하고 진취적인 그의 기상이 잘 드러나 있다.

DJ, '김대중' 이름 석자 남기고 훨훨~ 국민 속에 잠들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영결식이 끝난 23일 오후 3시12분께 고인을 태운 영구차가 서울 동교동 사저를 향해 출발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3군 조총대의 조총 발사로 영결식을 마친 고인의 운구 행렬은 오후 3시12분께 국회를 떠나 서울 마포구 동교동 사저로 향했다.

동교동 사저에 운구 행렬이 도착하면 이희호 여사와 가족들은 차에서 내려 40여 년 고난과 행복을 함께하며 추억이 어려 있는 정원과 1층 거실, 식당, 2층 서재를 둘러볼 예정이다.

이어 운구 행렬은 수만명의 시민이 모여 있는 서울광장과 서울역을 거쳐 오후 5시께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해 안장식을 가질 예정이다.

석희열 기자·김주미 기자·주영은 기자·이성훈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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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호 2009-08-24 10:02:38
북한도 이번에 화해의 뜻으로
조문단 까지 파견했으니 우리 정부도
이제 그에 맞게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그게 고인이 우리게 남기고 간 뜻이다.

이명룡 2009-08-24 00:32:42
누구다 이세상 왔다가 가는것
너무 슬퍼하지도 너무 후회하지도 말지어다.
고인의 명복을 삼가 빕니다.

유씨씨 2009-08-23 18:55:35
정말 우리나라에 태어나주셔셔 감사했습니다.
그동안 수고많았습니다. 부디 명복을 빕니다.

가슴팍 2009-08-23 18:10:29
슬프고 씁쓸하다.
이렇게 위대한 지도자가 한평생 살면서 겪었을 정치적 박해를 생각하니
우리 국민들이 해준게 없어 그저 허탈하다. 빚진 기분이다.
아무튼 고문이 없고 희로애락이 없다는 하늘나라에서만은 편히 쉬시길 바랄뿐이다.

해탈 2009-08-23 17:33:14
김대중 전대통령은 정말 해탈한 사람처럼 평소 느껴졌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분을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았나 싶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