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김형오 국회의장의 대북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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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김형오 국회의장의 대북 성명서
  • 이성훈 기자
  • 승인 2009.09.09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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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진상, 사과, 재발방지를 촉구하며

[데일리중앙 이성훈 기자] 북한의 진상, 사과, 재발방지를 촉구하며
- 북한 최고인민회의 최태복 의장에게 -

북한의 이번 처사는 우리의 평화로운 가정과 국민에게 충격과 비극을 안겨주었습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의장으로서 이런 참사가 빚어진데 대해 북한당국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합니다. 이로인해 최근 화해국면으로 접어들던 남북관계에 좋지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안타까움 때문에 북한 최고인민회의 최태복 의장에게 저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북한은 지난 6일 새벽, 황강댐 4000만톤을 아무 예고없이 방류함으로써 임진강변에서 주말을 즐겁게 보내던 우리 국민 6명이 갑자기 불어난 물로 희생된 것입니다. 국민의 생명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북에서든 남에서든 인간의 생명은 존엄하고 고귀한 것입니다. 어떤 연유로 황강댐 물을 방류했든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면 최소한 인도적 책임을 지는 것은 인간사의 도리일 것입니다.

작년 7월 우리 국민이금강산에서 북한 군인의 총에 맞아 숨졌을 때도 저는 가슴이 아프고 답답했습니다. 그 후 남북관계는 악화되고 금강산 관광은 중단되었습니다. 그때도 사과 한마디 없었고 남북관계는 계속 경색되었습니다. 이번 참극에도 아직 사과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우리민족끼리'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그들은 아무런 이유도 모르고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잃어야했습니다.

저는 남북관계가 발전하고 교류협력이 확대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에 북한조문단으로 온 김기남 당비서와 만난 자리에서도 이러한 뜻을 전하고 남북당국간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지난 2004년 용천역 폭발사고 때는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서 가장 먼저 모금운동을 제안한 바도 있습니다.

그러나 신뢰가 없으면 남북관계는 앞으로 갈 수 없습니다.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북한의 인식과 자세가 변화하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진정한 일원으로 인정받거나 활동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의장께서 이번 참사와 관련 다음과 같은 역할을 맡아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첫째, 남측 국민과 유가족에게 황강댐 방류에 대한 진상을 충분히 공개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도록 해주십시오. 남측 국민의 감정과 정서를 헤아려 사과를 하는 것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출발이 될 것입니다.

둘째, 재발방지를 위해 남북간 공유하천에 대한 피해예방과 공동이용을 위해 남북당국간 대화를 조속한 시일내에 개최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겠습니다.

셋째, 만일 수리시설의 보완이나 지원 등 필요한 경우 국회차원의 현장방문단을 구성할 용의가 있으므로 북측의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하는 의장으로서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에게 성의있는 역할과 결단을 기대합니다.

2009. 9. 9

국회의장 김 형 오

이성훈 기자 hoonls@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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