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 쪽이 그동안 존재 자체를 부인해 왔던 이명박 후보의 'BBK 명함'이 실제 존재했으며, 이 후보가 직접 사용해 왔다는 증언이 나와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장춘(67) 전 외무부 대사는 22일 BBK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후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2001년 5월 이 후보로부터 받은 'BBK 명함'을 <조갑제닷컴>을 통해 공개했다.

문제의 명함에는 eBank-Korea.com, BBK투자자문회사·LKeBank·eBANK증권주식회사라는 회사 이름이 나와 있고 왼쪽 위에 이명박 회장/대표이사라는 직함이 한자로 새겨져 있다.

이 'BBK 명함'의 존재에 대해 이명박 후보 쪽은 줄곧 "김경준씨 쪽에서 조작한 것"이라며 강하게 부인해 왔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도 21일 김경준씨 부인 이보라씨가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의 BBK 명함이 있다고 주장하자 "위조된 것이거나 사용하지 않고 폐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전 대사는 이날 <조갑제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후보의 'BBK 명함'을 "2001년 5월 30일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에서 이 후보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후보가 "(지금은) 인터넷 시대여서 인터넷 금융업을 한다"고 말하며 이 전 대사에게 명함을 줬다는 것.

그는 명함 공개 배경에 대해 "이 후보의 거짓말을 한국의 보수·우파가 믿는 바람에 온 나라가 거짓말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며칠 동안 고민했다. 그러나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개인적 친분과 공적 의무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사와 이 후보는 20년 지기로 알려져 있다.

앞서 이 전 대사는 이날 오후 <조갑제닷컴>에 '이명박 후보는 정직하게 진실을 고백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른바 'BBK 사건' 관련하여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을 이 후보 스스로 알고 있다"며 "한나라당과 보수층을 거짓말의 동반자살로 몰고 가지 말라"고 이 후보를 강하게 질책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이 후보 쪽은 정치적인 음모라며 무소속 이회창 후보와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쪽을 겨냥했다.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우선 명함에 나와 있는 글씨는 이 후보의 것이 아니고 김경준과 사이가 벌어져서 사업을 청산한 뒤 이 후보는 명함을 사용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이 전 대사에게 건네주었다는 주장은 정치적인 음모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