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집시법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여야 미묘한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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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집시법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여야 미묘한 시각차
  • 김주미 기자
  • 승인 2009.09.24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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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24일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현행 집시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여야 정치권은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등 보수 진영은 집회 시위의 자유뿐만 아니라 집회에 참석하지 않는 주민의 생존권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진보 진영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라며 헌재의 결정을 적극 환영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헌재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집회의 자유가 헌법상의 권리인 것과 마찬가지로 집회 장소에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주민의 생존권 역시 헌법상 보호되어야 하는 권리임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이번 헌법 불합치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에는 충돌되는 두 기본권과 치안 및 주민의 안전 문제 등을 전반적으로 조화할 수 있는 법 개정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며 "평화로운 집회는 보장돼야 하지만, 타인의 헌법상 권리와 공공의 안녕 역시 보장돼야 함을 염두에 두고 제도 개선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도 "집시법을 민주시민의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며 한나라당과 비슷한 톤으로 논평했다.

박선영 대변인은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그동안 집회 시위 문화가 실정법과 상당히 큰 괴리 현상을 보여 왔음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내년 6월 30일까지 합헌적인 집시법으로 개정하기 위해서는 헌법 정신에 맞게 허가가 아닌 신고제로 가되 보다 구체적이고도 세밀한 자율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촛불집회 등 평화적인 집회 및 행사까지도 이 조항을 앞세워 불허하고, 불법 집회로 처벌해온 경찰의 과잉 탄압에 제동이 걸렸다"며 헌재 결정을 적극 반겼다.

유은혜 수석부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헌재 결정으로 마스크 처벌법 등 집시법 개악으로 비판세력을 잠재우려 하는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의 시도가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가 분명해졌다"며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은 그동안 이 조항을 빌미로 처벌받은 시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민노당 우위영 대변인도 "헌재가 올바르고 상식적인 판단을 내린 것을 크게 환영한다"며 "이번 결정은 같은 조항에 대해 94년에 있었던 합헌 판결을 뒤집는 획기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며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진정한 자유를 맞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고 평가했다.

또 창조한국당은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우리 사법부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준 사필귀정의 사례"라고 반겼다.

김석수 대변인은 "이번 헌재의 판결로 이명박 정부가 건전한 비판세력과 국민들마저도 범죄자 취급해왔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촛불시위에 대한 강압적 탄압에 대해 즉시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역시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라며 헌재의 이날 판단을 크게 환영했다.

이지안 부대변인은 "지극히 당연한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에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바라는 국민과 함께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며 "특히 헌재의 오늘 결정이 지난해 촛불집회 이후 과도한 공권력 남용으로 국민의 집회 및 표현의 자유를 위축한 데 대한 반성의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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