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 외통위, '그랜드 바겐'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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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현장] 외통위, '그랜드 바겐' 논란 가열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9.10.05 12: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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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가능성 있나"... 그랜드 바겐 실효성 둘러싸고 의원-유명환 장관 격론

▲ 국정감사 첫날 5일 오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외교통상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유명환 장관이 선서를 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국정감사 첫날인 5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북핵문제의 일괄타결을 위해 제안한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 논란이 재점화됐다.

'그랜드 바겐'은 새로운 제안도 아닌 재탕 삼탕식 해법에 불과한데 마치 우리 정부가 처음 제안한 것처럼 국민을 헷갈리게 하느냐는 것이 논란의 핵심.

여야 의원들은 이날 외교통상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유명환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그랜드 바겐의 실효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먼저 민주당 박상천 의원은 "그랜드 바겐은 전혀 새로울 것도 없는 제안인데, 한미 공조에 대한 억측까지 야기하면서 이렇게 할 필요가 있느냐. 남북간, 북미간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 샷 딜'이 가능하다도 생각하느냐"고 유 장관에게 따져 물었다.

박 의원은 이어 오락가락한 정부의 외교 정책을 지적하며 "그랜드 바겐이라는 것이 '행동 대 행동'으로 비핵화 과정을 규정한 9.19 공동성명으로 돌아가자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로드맵을 만드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질타했다.

또 그랜드 바겐 제안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유명환 장관은 "그랜드 바겐은 합의와 이행의 동시 타결 개념"이라며 "성패 여부는 북한이 핵문제에 대한 전략적 선택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하고 6자회담에 나오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것.

전략적 선택이란 북한 스스로 핵 보유가 체제 유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5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외교통상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유명환 외교부 장관이 '그랜드 바겐' 논란과 관련해 의원들의 송곳 질의가 이어지자 괴로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이어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송곳 질의가 뒤따랐다.

이 총재는 "결국 그랜드 바겐은 합의를 전제로 이행은 '행동 대 행동'으로 가자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유 장관은 "합의는 한꺼번에 일괄해서 하고 이행은 순차적으로 단계별로 하자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이 총재는 "9.19 공동성명에서도 구체적인 합의를 또 해야 되니까 북한이 자꾸 시간을 끌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그랜드 바겐은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미 국무부 차관도 말했다. 뭐가 새로운 것이냐"고 질의했다.

유 장관은 또 답변을 통해 "그랜드 바겐은 북한의 지연 전술에 대비한 정책"이라며 "먼저 합의해 놓고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접근 방식에서 이전 제안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진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과 민주당 박주선 의원의 질의도 유 장관을 상대로 그랜드 바겐 논란에 모아졌다.

윤 의원은 "9월 21일 대통령의 제안 뒤 주변국과 협의했던 것이라고 스타 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의 말이 바뀌었다. 중대 제안에 앞서 한미 외교(국무)장관이 먼저 논의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 장관은 "(미국과) 협의하면 너무 많이 한다고 하고, 안하면 또 안한다고 질타한다"고 불만을 터뜨린 뒤 "그 내용은 분명 협의해온 내용"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원 샷 딜을 내용으로 하는 그랜드 바겐은 서로 간에 신뢰가 있어야 하고, 로드맵이 있어야 가능하다. 무엇을, 언제, 어떻게 주고받을 것인지 실행 계획이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장관은 "좀 더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면서 "미국의 포괄적 패키지 딜하고 우리의 그랜드 바겐은 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자 "미국이 생각하는 포괄적 패키지 딜은 북의 인권 문제, 핵포기 등이 다 포함되고, 아직 딜 내용도 안 나왔는데 같다고 하면 되느냐"는 질책이 뒤따랐다.

이어 윤 의원이 "북에 대한 국제적 지원과 안전 보장이 그랜드 바겐 내용인데, 전혀 새롭지 않은 이 제안에 북한이 매력을 느끼지 않는 것"이라고 하자, 유 장관은 "그럼 어떤 제안을 해야 북한이 매력을 느낄지 대안을 제시해보라"고 신경질 적으로 맞받아쳤다.

박주선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1년 7개월의 외교 정책에 대해 "실익도 국제적 공조도 없는 외화내빈 외교"라고 혹평했다.

특히 그랜드 바겐에 대해 "미국과는 물론 6자회담 국가인 중·일·러와의 사전 조율도 거치지 않은 설익은 제안"이라며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장님외교요 아마추어식 병살외교의 전형"이라고 맹비난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북핵 문제는 6자회담 당사국끼리 합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행이 중요한데, 북이 변심하고 실행을 안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장관에게 물었다.

유 장관은 "북이 변심하고 약속을 안 지키기 때문에 실행을 담보하기 위해 5개 국가가 협의해서 그랜드 바겐을 제안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그랜드 바겐은 합의하더라도 이행 안하면 헛것"이라며 실익에 의문을 제기한 뒤 "지금까지 나온 것을 묶어 그랜드 바겐이라는 이름을 붙여 제안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마치 한국이 6자회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처럼 국민을 속이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한나라당 이범래 의원의 말랑말랑한 질의가 있긴 했지만 유 장관은 여야 의원들의 날선 질의에 답하느라 오전 내내 진땀을 뺏다.

오후에는 정동영, 박선영, 송민순, 정옥임, 문국현, 문학진, 이미경 의원 등의 질의가 예정돼 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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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수 2009-10-05 21:59:24
영어를 써야 폼 나나보네.
그냥 포괄적 타결이라고 해도 될 것을
무슨 놈의 영어로 써야 격이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가서도
정신대 사과 안한다고 하면서 사고 치고
미국가사도 그렇고, 중국가서도 그렇고
정말 못말리겟군. 민족 자존심 좀 지켜다오라고
말하고 싶다. 이나라가 어디 한 두사람 것이냐.
일본에 팔아먹고 싶다면 그냥 독도 하나쯤은
넘겨도 되는 시대가 아닌데 쯔즈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