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협조 당부" - "알맹이 빠진 연설"... 여야, 대통령 시정연설 평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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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협조 당부" - "알맹이 빠진 연설"... 여야, 대통령 시정연설 평가 엇갈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9.11.02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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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가 대신 읽은 이명박 대통령의 새해 예산안 관련한 시정연설을 둘러싸고 여야는 서로의 입장차 만큼이나 평가도 극명하게 갈렸다.

한나라당은 경제위기 극복과 완치라는 당면 과제 해결을 위해 국회의 협조를 당부하는 연설이었다고 긍정 평가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현실을 부정하고 진실을 외면한, 알맹이가 빠진 부실한 연설이라고 혹평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올해의 재정이 경제위기에 대한 응급조치였다면 내년은 완치를 위한 재정이다. 가장 늦게 경제회복을 피부에 느낄 서민까지 훈기를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더욱 정교한 예산이 필요한 때"라며 "오늘 시정연설은 이러한 당면 과제를 맞아 국회에 협조를 당부하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경제위기의 완치 여부는 내년 예산정책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런 중대한 문제를 정쟁과 투쟁의 빌미가 아닌 서민에게까지 훈기가 돌고 우리가 리더국으로서의 자리를 굳힐 수 있는 그런 제대로 된 예산인지 여야 없이 눈을 크게 뜨고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서민들의 고통을 해결할 구체적인 방안 제시는 외면한 채 자신들이 성과를 자랑하기에 급급한 일방통행식 연설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우 대변인은 "경제위기는 여전히 남 탓으로 돌리고, 경제위기 한파에 떨고 있는 서민들과 중소기업에게는 고통분담만을 강요했으며, 국민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홍보하는데 열중한 연설이었다"며 "특히 일자리 창출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안일한 인식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감출 길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그랜드 바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데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남북, 북미 관계 개선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시점에 한국 정부가 도움이 되지는 못할망정, 훼방을 놓고 있다는 인상을 주변국에 주는 것은 현명치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의 비판은 더욱 혹독했다. 특히 대통령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은 데 대해 "지금 외유 중인가? 신종플루에 걸렸나? 왜 국회에 출석하지 않나?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우습게 알기 때문"이라고 맹비판했다.

박선영 대변인은 "오늘 시정연설은 현실을 부정하고 진실을 외면하면서 뒤에 숨어 대리전을 일삼는 이명박 대통령다운 연설이었다"고 혹평했다. 세종시 관련해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은 데 대해 "겁에 질려 뒤에 숨어만 있는 비겁한 대통령을 국민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서도 "보다 솔직해야 한다"고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박 대변인은 "4대강 사업은 국토 재창조사업이 아니라 국토파괴 프로젝트다. 국민은 4대강 사업을 녹색사업인 것처럼 포장하는 대통령을 부끄러워한다"며 "아전인수격으로 도산 안창호 선생까지 인용해 선조들을 모욕하지 마라"고 힐난했다.

민주노동당은 "자찬, 과장, 왜곡으로 얼룩진 대통령 시정연설"이라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유리한 얘기만 늘어놓고 불리한 문제는 모조리 피해가는, 비겁한 연설이었다는 것.

우위영 대변인은 "정운찬 총리가 연설을 대독하는 방식을 택한것도 이명박 대통령 자신에게 직접 쏟아질 비판과 의혹의 눈초리를 총리뒤에 숨어 피해가려는 것에 다름아니다"라며 "입은 뚫려 있으되, 귀와 눈은 철저하게 틀어막고 있는 오만과 독선의 대통령을 국민들이 언제까지 참고 인내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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