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기업계의 이단아, Gore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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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기업계의 이단아, Gore사'
  • 뉴스와이어 기자
  • 승인 2009.11.1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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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윗사람이 이야기하면, 절대로 토를 달지 않아요. 회의할 때도, 가장 높은 사람만 이야기를 하고 나머지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습니다. 물론 윗사람들에게도 문제가 있어요.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만약에 아랫사람이 ‘이런 것도 생각해 보시죠?’ 라고 상사와 다른 이야기를 하면 바로 나쁜 놈 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조직 내에는 예스맨이 양성될 수 밖에 없고, 주변에 예스맨만 가득한 상사는 항상 자신의 의사결정이 옳다고 착각합니다. 그런데 상사의 착각이나 오판보다 더 큰 문제는 구성원들이 말을 안하다가 결국에는 생각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조직이 죽는 거죠."

LG경제연구원이 발행하는 LG Business Insight 2009년 11월 11일자 1066호 '기업계의 이단아, Gore사' 주요 기사내용

정보화, 글로벌화의 심화 및 영역간 컨버전스, 네트워크 연결성 증가 추세로 인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가능한 한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도록 기업 내에서 다양성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독특한 경영으로 기업 내 다양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고어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어사는 보스가 없고, 직급이나 직책도 정해져있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CEO를 선출하기도 하여 언론에 화제가 되기도 했으며, 조직규모가 커지면 둘로 쪼개어 소규모로 가져가는 상식적이지 않은 프랙티스를 개발해 왔다. 이러한 고어사의 경영 프랙티스와 관행은 모두 직원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진화된 것이다. 그리하여 고어사는 수많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로부터 천여 종이 넘는 제품을 개발, 생산하고 있으며, 대부분 차별화된 가치를 인정받아 프리미엄 가격에 팔리고 있다. 한국기업이 고어사의 경영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다양성과 창의성의 시대에 고어사의 독특한 방식에 내재해 있는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통찰력을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Ⅰ. 불확실성의 증대와 다양성의 필요

글로벌화가 심화되고 산업, 기술, 영역간 컨버전스 추세와 네트워크 발달에 따른 연결성의 증대로 하나의 현상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너무나 많아졌다. 현재의 학문적인 수준으로는 이처럼 미미한 변수까지 모두 넣어서 모형을 만들 수 없다. 또 인간의 과학기술로는 이처럼 작은 변수들의 영향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경영환경의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이다.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증권화해서 파생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이러한 파생상품에 투자하여 번 돈으로 다른 상품에 투자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만들기도 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채무자들과 은행, 금융회사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위기가 부동산이나 주식시장, 외환시장 등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적으로 퍼져나갔다. 그 결과 불확실성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서 사태가 어떻게 변화할지, 피해가 얼마나 될지 예측하지 못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시나리오 경영과 같은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시나리오 경영 역시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의 경영환경은 ‘예측할 수 있는’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앞날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예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 경영을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기업 내 다양성을 극대화하여 어떠한 환경 변화가 나타나더라도 하나는 걸리게 하는 것이다. 물론 대규모 장치사업이나 투자 규모, 투자 기간이 긴 사업 등은 이러한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힘들다. 하지만 가혹한 생태환경 변화에서도 종의 다양성을 지닌 생물이 결국 생존하는 것처럼 기업에서도 다양성을 넘치게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제는 똑똑한 경영자 혼자서 기업이 당면한 도전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많은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제각기 발휘하여 기업에서 다양한 의견이 넘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의 비상장 기업인 고어사(W. L. Gore & Associates)의 독특한 경영방식을 참고할 수 있다. 고어사는 일반기업들이 따라 할 수 없는 독특한 프랙티스와 조직문화를 지니고 있어서, 한국기업이 고어사의 경영을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다. 또 고어사가 불확실한 환경에 대응하는 미래 경영의 대안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고어사의 돌연변이 경영을 살펴보면 직원들이 가진 역량을 펼쳐서 창의력이 넘치는 조직을 만드는 데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Ⅱ. 기업계의 이단아, 고어사

고어사는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하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제품 혁신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 있는 제품들은 고어사의 독특한 경영방식에 기인하기 때문에 최근 학계와 언론으로부터 각광 받고 있다. 게리 하멜(Gary Hamel)과 같은 유명 경영학자는 비즈니스 혁신이나 사업모델 혁신보다 더 획기적인 ‘경영혁신(Management Innovation)’에 성공한 기업으로 고어사를 꼽고 있다. 다양성이 중요시되는 미래 경영환경에서 직원들의 능력을 극대화시켜 창의적인 혁신에 성공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직원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 고어사는 유명 경영잡지 포천으로부터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100 Best Companies to Workfor)’ 리스트에 12년 연속으로 선정되었다. 이 리스트가 만들어진 1984년부터 등재되기 시작하였고 다른 잡지의 일하기 좋은 기업 순위에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몇 안되는 회사 중의 하나다. 더욱이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등 고어사의 해외법인 역시 그 나라에서 조사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 리스트에 선정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하에서도 견조한 성장을 이어 나가고 있다. 2008년 고어의 매출은 25억 달러로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비상장 기업이어서 이익과 관련한 수치를 자세히 발표하지 않고 있으나 업계 관계자들은 창업 이후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으며 경쟁사를 상회하는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2005년 고어사의 네 번째 CEO가 된 테리 켈리(Terri Kelly)가 최근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난 50년간 우리는 위기에 빠져본 일이 별로 없습니다. 성과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었지만 심각한 어려움에 빠진 일은 없습니다. 사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우리 회사는 위기보다는 기회의 측면이 더 많아요. 사업 포트폴리오가 워낙 다양해서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 편이고 그래서 더욱 도약할 수 있습니다. 지난 금융위기에도 우리는 상당히 좋은 성과를 냈지요."

고어사의 어떤 특징이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했는지, 고어사가 어떻게 설립되었는지부터 살펴보자.

고어의 탄생

고어사는 듀퐁에서 화학 엔지니어로 일하던 빌 고어(Bill Gore)에 의해서 1958년 설립되었다. 빌 고어는 듀퐁에서 테프론(Teflon)이라는 브랜드로 화학업계에 잘 알려진 합성수지, P T F E(Poly t e t r afluoroethylene)를 응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이를 절연체로 활용하여 케이블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었지만 듀퐁에서는 그의 생각을 받아들여 주지 않았다. 결국 승진을 앞두고 있던 그는 17년간 일하던 듀퐁을 떠나 자신의 집 지하실에 공장을 차리고 고어사를 창업했다.

고어사가 지금처럼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1969년 빌 고어의 장남인 밥 고어(Bob Gore)가 PTFE를 확장시키는 방법을 개발한 이후부터이다. 창업자인 아버지를 이어 1976년부터 2000년까지 CEO를 맡았던 밥 고어는 화학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고어사에 입사해 제품개발을 담당하고 있었다. 합성수지인 PTFE를 압출 성형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난 이후 우연히 뜨거운 합성수지를 갑작스럽게 늘려보았다. 그랬더니 강도는 강하게 유지되지만 길이가 열 배나 가까이 늘어난 새로운 소재가 만들어졌다. 이를 확장된 PTFE(ePTFE, expanded PTFE)라고 불렀는데 이 합성수지는 공기가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이 숭숭 뚫린 분자 구조를 지니고 있어서 땀과 같은 공기는 통과하고 비와 같은 물은 막는 독특한 특징을 지니게 되었다. 이 소재가 섬유나 불순물을 거르는 멤브레인 등 다양한 제품에 응용되면서부터 고어사의제품 혁신에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경영철학

듀퐁 시절, 빌 고어는 사람들이 조직의 위계적인 질서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유일한 순간은 동료들끼리 카풀(Car Pool)을 할 때란 사실을 발견했다. 비록 상사와 부하 관계라 하더라도 차에 합승해서 출퇴근할 때는 위계적인 관계를 떠나 재미있고 창의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카풀을 할 때 사람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에너지와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다른 한편으로는 회사가 위기에 처해서 프로젝트 조직(Task Force Team, TFT)을 가동시킬 때 권위적인 규칙과 속박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토론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직급과 상하관계를 집어 던지고 모든 직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했다.

빌 고어는 이러한 생각을 자신의 회사에 적용시켰다. 즉 사람은 일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스스로 행동하는 동기가 있다는 이론에 기반한 기업을 세우려 한 것이다. 그리고 기업을 조직하면서 당시 경영학계에 혜성과 같이 나타난 맥그리거(Douglass McGregor)의 이론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당시까지 유행했던 경영이론은 종업원을 게으르고 일에 무관심하며 오직 돈만 밝히는 사람이라고 보았다. 맥그리거는 이러한 시각을 'X이론'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이에 대비되는 'Y이론'을 만들어, 사람은 일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주장했다. 그래서 기업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빌 고어는 애초부터 Y이론에 바탕을 두고 설립된 회사가 없음을 깨닫고 이러한 회사를 구축해 나가기로 결심했다.

이러한 창업자의 생각이 고어사의 철학에 녹아있다. 고어사의 독특한 경영을 만들어낸 근본 경영철학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인간에 대해 믿음을 갖고(Belief in the individual), 작은 조직에서 오히려 강한 힘이 나온다고 확신하며(Power of small teams), '모두 함께'라는 정신으로(All in the same boat), 장기적 시각으로(Long-term view) 경영한다. 즉 성선설의 가치관으로, 구성원의 자율성이 파괴되는 관료주의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작은 조직을 유지하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핵심이다.

이와 같은 경영철학에 기초하여 고어사 직원들은 행동할 때 네 가지 원칙을 지키고 있다. 첫째, 자유(Freedom)라는 원칙에 입각하여 행동한다. 직원들은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펼 수 있도록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으며, 동시에 다른 동료들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자유를 지니고 있다. 둘째, 공정(Fairness)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한다. 이는 직원들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나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모두 공정하게 대하자는 의미이다. 셋째, 무언의 약속(Commitment)을 스스로 실천한다. 이 말은 직원들이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바를 스스로 실천하도록 자기 자신을 규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해수면(Waterline) 원칙에 따라 의사결정 한다. 해수면 원칙은 고어사를 하나의 커다란 배로 비유한 개념인데, 어떠한 의사결정이 수면 아래에 구멍을 뚫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배 전체를 침몰시킬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즉 어떤 투자를 할 때 기업의 생존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해수면 아래에 구멍을 뚫는 의사결정이 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어떠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해당 분야에서 지식과 경험이 많은 다른 동료와 충분히 토론하여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창업자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고어사의 경영철학과 행동원칙을 보면, 결국 직원들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품과 사업의 진화

직원들의 자율성을 극대화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고어사는 직원들의 아이디어에따라 사업화된 제품이 많다. 그래서 현재 섬유(Fabrics), 의료(Medical), 전자(Electronics), 산업재(Industrial) 등 4개의 사업부 체제 하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제품은 훨씬 더 다양하다. 진입하고 있는 산업 분야만 해도 우주, 자동차, 화학, 컴퓨터, 통신, 에너지, 환경, 산업재, 의료, 군수, 제약, 바이오, 반도체, 섬유 등 너무나 다양한 분야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실 사람들에게는 고어텍스 섬유로 잘 알려져 있지만, 고어사는 1,000 종이 넘는 수많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제품들은 ePTFE라고 하는 핵심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가령 불소중합체(Fluoropolymer) 관련 기술에 집중하여 개발된 튜브는 혈관조직 제품으로 이어졌고, 고강도의 합성섬유는 치실 같은 제품으로 확장되었으며, 멤브레인으로 개발된 합성수지가 고어텍스 제품을 낳았다. 그래서 고어사가 영위하는 산업은 회사에서 전략적인 의도를 가지고 새로운 분야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 제품이 저절로진화하게 만들어서 오늘날 다양한 산업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의료사업부가 탄생한 것도 한 직원이 스키장에서 의사인 친구와 리프트를 타다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고어텍스 섬유의 안감이 찢어진 것을 그 의사가 만져보고 느낌이 피부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이후 인공피부로 활용할 수 없는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실험을 거듭하여 인공피부와 혈관조직으로 활용할수 있게 되어 섬유 사업부 다음으로 매출 규모가 큰 사업부가 탄생한 것이다. 즉 고어사는 직원들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경영을 통해 제품과 사업도 직원들에 의해 저절로 진화하게 하고 있다.

Ⅲ. 고어사에는 네 가지가 없다

고어사가 주목 받는 이유는 현대 기업경영이 가정하고 있는 상식이나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프랙티스를 개발하여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기억하기 쉽게 '4무'라고 불러보자. 고어에서는 네 가지가 없다는 뜻이다.

1. 보스가 없고, 직급이 없다

고어사는 공식적으로 직급이 없다. 그들의 명함에는 동료(Associate)라는 명칭만이 있고 조직 내에서 어떤 위계에 해당하는지를 나타내는 직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식적으로 직급을 가진 사람은 CEO와 CFO뿐인데, 이것 역시 미국의 상법에서 회사설립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고, 회사 내부에서는 이들도 동료로 불리고 있다. 4개의 사업부는 존재하지만 공식적인 팀이 없다. 대부분의 업무가 프로젝트 팀을 이루어 진행되고 있다. 당연히 관리자나 보스가 없다.

그래서 고어사는 직원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스폰서 제도를 도입하여 실행하고 있다. 어떤 직원도 예외가 없이 스폰서를 둬야 한다. 모든 직원들은 적어도 한 명의스폰서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 스폰서는 직원들의 보스가 아니다. 직원들의 성공을 책임지는 멘토와 같은 사람이다. 신입사원부터 스폰서가 따라 붙게 되고 조직활동의 모든 부분에 걸쳐 조언을 받는다. 경력이 많은 직원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스폰서하는 업무를 받아들여야 한다. 보스가 없지만 스폰서 제도를 통해 효과적인 역량 육성이 가능하다.

보스는 없지만 고어사에는 리더가 존재한다. 어떤 분야에서 경험과 지식이 축적되어 많은 동료들이 따르는 사람을 리더라 부르는데 다른 회사의 보스와 비슷한 존재이다.

이러한 프랙티스는 '관리(Management)'라는 통념에 위배된다. 그래서 언론이나학자들은 고어사의 경영을 가리켜 '반관리(Un-management)', '반구조(Un-structure)'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2. 직책이 없다

고어사는 재무, 영업, 개발, 구매 등 고유한 영역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명확하게 나눠지지 않는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자기가 담당하는 업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쉽게 말해서 직책이 없다. 신입사원은 회사에 입사하여 다양한 직무를 경험해 보고 난 이후 스스로 자기와 가장 적합한 업무를 찾아가게 되어 있다.

특정한 제품이나 지역의 영업을 담당하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주 바뀌고 있어서 한 담당자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원하는 협력업체에서는 이에 대해 가장 불평이 많다고 한다. 이처럼 고어사는 사람들이 업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프랙티스는 전문가 양성이 중요하다는 최근 경영학의 통념에 위배된다. 이를 두고 CEO인 켈리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직원들이 오히려 전문성을 키우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것이 많은 기업들이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다른 기업들은 너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어서 전문성을 키우는 게 아니라 거기에 함몰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연한 팀을 기반으로 일하니까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최고의 혁신은 다른 관점과 독특한 시각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의료사업 부문에서도 의료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동료보다는 관련 지식이 없는 동료들로부터 깜짝 놀랄 만한 아이디어가 훨씬 많이 나오고 큰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3. 큰 조직이 없다

고어사는 한 공장이나 한 조직이 200명에서 250명을 넘어서면 둘로 쪼개어 작게 가져간다. 제품의 매출 성장률이 높아서 공장 규모가 쉽게 커지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기존 공장에 라인을 조금만 늘리면 되는데도 공장을 주변에 다시 세워왔다. 그래서 대부분의 공장이나 법인이 200명에서 250명을 넘지 않는다. 때문에 고어사에는 코끼리 같은 거대 조직은 없고 수백 개의 공장시설이 많다. 많은 사람들, 특히 재무지식이 깊은 사람들은 이러한 관행을 비판한다. 사실 혁신을 잘하는 기업들을 보면 공장 면적은 늘리지 않으면서 라인을 효율적으로 변경하고 인원을 조금 늘려서 생산성을 증가시킨다. 더욱이 공장을 새로이 짓는 것은 비용을 엄청나게 증가시키기 때문에 비합리적으로 보인다. 즉 이는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라는 통념에 위배되는 활동이다.

그런데 이러한 프랙티스는 창업자인 빌 고어의 ‘쪼개라, 그래야 더 증식할 수 있다(Divide, so we can multiply)’ 라는 철학에 기반을 둔 것이다. 1965년 어느 날 창업자 빌 고어가 새로운 공장을 산책하고 있을 때, 그가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었다. 제품의 매출이 증가하여 공장 규모를 늘렸고 사람들을 더 뽑은 것이다. 그는 한 지붕 밑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200명이 넘어서면 모든 사람들이 얼굴과 이름을 자세히 아는 상태로 일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는 직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는데 해롭다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조직 규모가 커지면 쪼개게 되었다.

그래서 공장을 쪼개어 자칫 비용이 늘어나더라도 ‘작은 조직’에서 나오는 장점이 이러한 비용을 상쇄하고 있다. 작은 조직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오너십을 가지고적극적으로 일하게 됨으로써 창의와 혁신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4. 명령이 없다

보스도 없고 직급도 없는 만큼 고어사에서의 리더십은 기존 기업과는 다르다. 보통조직의 명령체계에 의해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명령한 것을 빠르게 실행하는 체계가 잘 잡혀 있는 회사들이 리더십이 살아있는 곳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고어사의리더십은 상향식 리더십(Leadership by Followership)이다. 고어사는 직급이나 직책이 없지만 ‘리더’라는 호칭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동료 직원들이 따르게 되어 자연스럽게 리더가 된다는 것이 다른 기업과 다르다. 즉 팀의 성공에 크게 기여하고 거듭된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은 지지자를 모을 수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동료들이 모여서 프로젝트가 구성되는데 고어사에서 리더 호칭을 달고 있는 비율은 약 10% 정도이다. 즉 리더가 위로부터 임명되는 것이 아니라 동료 직원들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 CEO인 켈리가 대표이사가 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특징이 잘 나타났다. 전임CEO인 척 캐럴(Chuck Carroll)이 돌연 은퇴를 선언했을 때, 이사회는 직원들에게 의견을 물어서 CEO 후계자를 선발하기로 결정했다. 수백 명의 고어사의 동료들은 자기가 기꺼이 따르고 싶은 사람을 골랐고, 이 과정을 통해 켈리가 CEO로 뽑히게 되었다. 물론 나중에 이사회의 최종 결정을 거쳤지만 직원들의 선거에 의해 CEO로 선발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고어사의 CEO는 전략을 제시하고 직원들에게 일을 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리더십의 정의와 관행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이끌고 통솔한다는 기존의 통념에 위배되는 프랙티스이다.

고어사의 경영 메커니즘

이러한 독특한 경영 프랙티스와 사람들의 자율성이 발휘되는 조직문화로 인해 고어사에서는 첨단기술과 차별화된 제품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경영환경이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고어처럼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것이 커다란 강점이다. 더욱이 천여 종이 넘는 제품이 세계에서 ‘유일한’ 품질과 기능을 지니고 있는 차별화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수많은 직원들이 오너십을 가지고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서 이를 제품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어사의 다양성과 차별화된 강점은 모두가 동료라는 의식에서 출발한다.

고어사의 이름은 W. L. Gore & Associates이다. 이 말은 고어와 동료들이라는 뜻이다. 회사를 만들 당시부터 사장과 직원이 아니라 동료들이 모인 조직이라는 개념이 들어간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동차를 같이 타고 회사에 출퇴근 할 때가 아니면 조직 내의 위계질서로 인해서 사람들은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위계적인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생각해서 문제를 해결하거나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일이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직원들에게서 아이디어가 술술 나오기 때문에 고어사의 경영에서 ‘모두가 동료’라는 생각이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우두머리도 없애고 직급도 없앤 것이다.

아무리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해도 어떤 문제나 도전에 직면했을 때마다 필요한 해결책이 쉽게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이때 리더가 직원들을 채근하거나 압박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빗는다. 그래서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리더의 인내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고어사에서는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혼란스럽더라도 리더들은 그것을 관리하려고 하지 않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고 있다. 심지어 켈리 CEO는 리더는카오스를 사랑하고 모호함을 잘 견뎌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성질 급한사람은 고어사에서 리더를 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고어사 직원들이 느슨하게 일하지 않는다. 조직이 작기 때문에 직원들은 열심히 일한다. 리더가 모든 직원들을 아주 상세히 파악하고 있어서 믿고 기다려줄 수 있고, 동료들끼리의 압력(Peer Pressure)이 건설적으로 작동하여 동료들 간선의의 경쟁과 견제가 유지된다. 그래서 고어사의 경영에서 ‘작은 것이 강하다는 철학’이 중요하다. 결국 고어사의 작은 것에 대한 가치 부여가 기다려주는 리더십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것이 모든 직원들은 동료라는 생각과 결합하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풍토가 조성된 것이다. 쉽게 말하면 고어사의 창업자인 빌 고어는 가족이나 친족(Clan) 같은 상태로 기업조직을 유지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작은 것이 강하다는 철학은 ‘사람에 대한 믿음’에 기초한 것이다. 작은 조직이 강하다는 철학은 사람들이 서로 알아줄 때 스스로 알아서 행동하고 일에서 의미를 찾고 신나게 움직인다는 믿음을 바탕에 두고 있다. 즉 고어사의 경영철학과 원칙, 프랙티스 밑에 인간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어사의 직원들은 인정받는 만족감 때문에 일한다고 한다. 고어사의 월급은 동종업계 중간 수준이며 동료들간 경쟁하지만 월급차이가 많지 않다고 한다. 고어사는 인정이나 존경과 같은 비금전적 보상이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Ⅳ. 두 가지 가치의 균형

유명한 경영학자인 민츠버그(Henry Mintzberg)는 "기업의 조직구조가 집중화(Centralization)와 분권화(Decentralization) 사이를 오가는 것은 마치 유행에 따라 여성들의 치마 길이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두 가지 가치 중 어느 하나를 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둘 중의 어느 하나로 치우쳐지면 단점이 드러나고 그에 대한 반동이 생겨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세상 모든 것이 마찬가지다. 부드러움과 강함, 편안함과 긴장, 몰입과 휴식 등 둘 중 하나를 완전히 포기할 수 없다.

기업의 다양성 혁신을 위해서도 그렇다. 직원들이 독특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자유'와 긴장감을 가지고 직면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압력’이 모두 존재해야 한다. 현대 피라미드 기업 구조에서는 명령체계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긴장감과 압력을 가하는 것이 위주가 되다 보니 직원들의 자율성이 줄어들게 되었다. 그래서 고어사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율성을 우선하되, 동료들의 압력(Peer Pressure)이라는 긴장감을 주는 요소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자유와 압력

고어사는 업무의 일정한 시간을 자유로운 연구를 위해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마치 차별화된 제품 혁신으로 유명했던 3M의 15% 룰과 비슷하다.6 모든 직원들은 일주일에 반나절 이상의 ‘장난 시간(Dabble Time)’이 허용되고 있다. 직원들 나름대로 선택한 주제를 연구하기 위해 온전히 그 시간을 쓸 수 있게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고어사의 대부분의 혁신적인 제품은 이러한 장난스러운 프로젝트에서 나온 것이다. 인공혈관 조직의 개발도, ePTFE도, 고가인 엘릭시르(Elixir)기타 줄도 모두 장난 시간의 우연한 발견에서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킨 것이다.

단순히 장난 시간을 허용하는 것만 아니라,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도록 기자재를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해 놓았다. 한번 사용하는데 많은 비용이 드는 기자재도 관료적인 절차나 결재 없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많은 직원들은 값비싼 장비를 무분별하게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고어사 직원들은 심사숙고 한 후 확신이 생긴 후에 이러한 실험을 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동료들이 다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료들의 압력이 어쩌면 규칙이나 상사의 감시보다 무게감이 더 클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다. 상사의 평가는 상황의 특수성이나 정보의 부족으로 정확하지 않다고 여겨서 비록 나쁜 평가를 받더라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같이 일했던 동료의 평가는 정확하다. 동료들은 내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훤히 알고 있다. 고어사는 모두가 동료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가 노출되어 있다.

이런 고어사는 결코 자유로운 천국이 아니다. 고어사의 이직률은 5% 정도인데, 이직자들 대부분은 고어사의 급여나 처우보다는 독특한 문화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람이라고 한다.

실행에서 창조로

고어사는 돌연변이다. 정상적인 기업들이 따라 할 수 없다. 켈리 대표도 “고어사의경영모델은 기존 기업에서는 모방할 수 없고 오히려 신생기업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한국기업에서 조직문화를 고어사처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고어사는 벤치마킹의 사례가 아니라 레퍼런스의 사례로 생각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제 한국기업도 외국기업 사례를 그대로 베끼는 단계가 아니라 그 사례를 참조하고 자기 컨텍스트에 맞는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수준이다. 이런 관점에서 고어사의 경영이 한국기업에게 말해주는 바가 있다.

그 동안 한국기업의 경영 관행은 외국기업의 기술과 제품을 빨리빨리 따라 하는 것에 적합하도록 발달된 것이다. 빠른 실행을 강조하다 보니 위계질서가 강조되었다. 한국기업의 문화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 회사는 윗사람이 이야기하면, 절대로 토를 달지 않아요. 회의할 때도, 가장 높은 사람만 이야기를 하고 나머지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습니다. 물론 윗사람들에게도 문제가 있어요.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만약에 아랫사람이 ‘이런 것도 생각해 보시죠?’ 라고 상사와 다른 이야기를 하면 바로 나쁜 놈 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조직 내에는 예스맨이 양성될 수 밖에 없고, 주변에 예스맨만 가득한 상사는 항상 자신의 의사결정이 옳다고 착각합니다. 그런데 상사의 착각이나 오판보다 더 큰 문제는 구성원들이 말을 안하다가 결국에는 생각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조직이 죽는 거죠."

또 한국의 경영자들은 모두 빠른 실행에 뛰어난 사람들이라서 성질이 매우 급하다. 급하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곧 칭찬이었다. “제가 워낙 성질이 급해서 말이죠” 라는 말은 곧 자랑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미래 경영환경에서는 조직 내 다양성을 배양하기 위해 직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구성원들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긴장감을 주는 세련된 장치와 함께 인내력 있는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실행력을 유지하면서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실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병주 책임연구원]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보도자료 출처 : LG경제연구원

뉴스와이어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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