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은 통합신당 의원 100여 명이 오후 5시20분께 본회의장 진입에 성공하면서 시작됐다. 본회의장에는 한나라당 의원 100여 명이 탄핵안 처리를 막기 위해 전날 오후부터 모든 출입문을 쇠사슬과 노끈 등으로 걸어 잠근 채 "의장석 사수"를 외치며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오후 2시 본회의장 바깥. 통합신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본회의장으로 통하는 모든 출입문은 쇠사슬이 칭칭 감긴 채 굳게 닫혀 있었다. 두 당 의원들이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세 시간 여의 격한 대치끝에 오후 5시20분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전기톱으로 쇠사슬을 자르면서 결국 본회의장으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통합신당 의원들은 문이 열리자 "진실 승리"를 외치며 본회의 의장석을 향해 물밀 듯 떼지어 들어갔다.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과 이를 빼앗으려는 통합신당 의원들 간에 격렬한 충돌이 일어났다. "이새끼, 저새끼" 막말이 오가고 서로 주먹질을 주고받았다. 의장석을 향해 돌진하는 통합신당의 한 의원을 한나라당 의원들이 공중으로 몸을 날려 위에서 눌러 덮쳤다. 목을 조르고 멱살잡이를 하며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여기저기서 격투기가 벌어지고 비명이 터졌다.
통합신당 정봉주 의원은 의장석 위로 뛰어오르다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휘두른 알루미늄 지팡이에 맞아 바닥에 나뒹굴었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통합신당 의원들에게 둘러싸여 집단 공격을 받고 허리를 다쳐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은 의장석을 기어오르는 통합신당 강기정 의원을 뒤에서 넥타이로 잡아 당겨 목을 졸랐다. 이러는 사이 의장석 주변 곳곳에서는 두 당 의원들이 뒤엉켜 집단 난투극이 벌어졌다.
이날 혈투는 임채정 국회의장이 '이명박특검법'에 대해 17일 낮 12시를 심사기한으로 지정한 뒤 한나라당 의원들이 오후 6시35분께 의원총회를 위해 예결위 회의장으로 빠져나가면서 그쳤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빠져나간 본회의장을 이번에는 통합신당 의원들이 10~20명씩 조를 짜 17일까지 지키기로 했다. 17일 오후 또다시 격돌이 예고되고 있다.이날 오후 1시50분께 두 당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몸싸움이 벌어졌다. 통합신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진입 저지를 위해 한나라당 의원 보좌진 50여 명이 서로 어깨를 걸고 겹겹으로 문 앞을 가로막자 통합신당 보좌진 수십명이 이를 뚫으려고 시도하면서 충돌한 것.
'이명박특검법' 처리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상황을 지켜봤으나 무리적인 행동에는 나서지 않았다. 창조한국당 김영춘 의원과 무소속 임종인 의원도 국회에 머물며 상황을 주시했다.
두 당은 격돌한 뒤 본회의장과 예결위 회의장에서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격돌을 놓고 두 당 대변인들 간에 입씨름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삿된 권력욕과 정략 때문에 의회 단상을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으로 만든 신당의 행위는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고 대선 불복 기도를 분쇄하기 위해 탄핵소추안과 특검법을 온 힘을 다해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희열 기자·김주미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