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MB 교육과정으로 초등영어는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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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논평] MB 교육과정으로 초등영어는 2배
  • 진보신당 기자
  • 승인 2009.12.1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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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정책위원회

16일 교과부는 <학교 교육과정 자율화 우수학교> 100개교를 선정 발표했다. 2003년부터 교육과정 우수학교를 뽑아왔지만, 올해는 '2009 개정 교육과정'('미래형 교육과정'으로 통칭)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한다. 소위 'MB 교육과정'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리고 '2009 개정 교육과정'은 조만간 고시된다.

당연히 앞으로는 MB 교육과정의 충실한 이행이 중요하다. 지금도 미리미리 하고 있지만,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초등학교는 현 정부 초기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영어 교과를 제대로 편성 운영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초기 초등영어의 학년별 수업시수는 3~4학년 각 34시간과 5~6학년 각 68시간 등 도합 204시간이었다. 그러다가 2008년 12월 수시개정하면서 340시간으로 증가했다.

곧 고시될 예정인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표면적으로는 340시간이다. 하지만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인 '교과별 수업시수 20% 범위내 자율 증감 허용'에 따라 3~4학년은 각 82시간, 5~6학년은 각 122시간까지 도합 408시간이 가능하다. 정부 초기의 204시간보다 정확히 2배 수준이다. '학교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을 말해왔던 이명박 정부가 '초등영어 두 배'부터 달성한다.

그러니 일선 초등학교는 눈치를 봐야 한다. 영어몰입교육을 이야기했고 영어의 수업시수를 한 차례 늘린 정부의 의중을 잘 헤아려야 한다. '자율 증감 허용'이라고 영어시간을 줄이면 곤란하다.

영어가 정말 교육경쟁력인지 생각해봐야 하나, 그럴 여유는 없다. PISA나 TIMSS 등 대표적인 국제학력평가에 영어시험은 없고 수학․과학․자국언어 읽기가 있지만, 영어가 경쟁력인지 따져서는 곤란하다. 생각하고 따질 시간이 있거들랑, 분위기 살피는데 써야 한다. 자율적으로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일제고사, 국제중 입시, 특목고 및 자사고 입시 등 MB 교육의 환경이 학교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바, 여기에도 자율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영어 뿐만 아니라 국어와 수학도 신경써야 한다. 일제고사 시험과목인 사회와 과학도 무시할 수 없다.

'2009 개정 교육과정' 때문에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다. MB 교육과정의 핵심인 수업시수 20% 자율 증감과 집중 이수제는 서로 다른 2개의 얼굴을 낳는다. 한 얼굴은 다양한 교과를 고르게 편성하면서 교과의 연속성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하여, 학생에게 여러 가지 경험을 주는 것이다.

반면 또 다른 하나는 불필요한 교과의 수업시수를 줄이고 일찌감치 끝낸 다음 국영수 위주로 편식 운영하여, 학생을 점수경쟁의 장으로 인도하는 얼굴이다.

교과부야 좋은 그림을 염두에 두면서 '자율'을 말하고 ‘2009 개정 교육과정’을 추진하겠지만, 과연 그리 될지는 의문이다. 경기장을 기울여놓고 자율적으로 아무 곳이나 달려보라고 하면, 다들 한 방향으로만 쏠리기 때문이다. 콜로세움의 검투사에게는 상대를 베는 자유만 주어지지 않는가.

이런 식의 '자율'은 옳지 않다. 자율은 흥미와 적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마음편히 받는 '학생의 자율'이어야 한다. 반드시 줄서서 올라야 하는 사다리의 '강요된 자율', '교장의 자율', '나에겐 없는 자율'은 청소년과 학생을 더 피곤하게 만든다. 황제가 검투사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길 없으나, 검투사는 콜로세움을 탈출하고 싶을 뿐이다. 

진보신당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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