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재산 기부하고 하늘나라로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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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모은 재산 기부하고 하늘나라로 훨훨~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0.03.11 14: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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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두 할머니 사연 화제... '노무현재단'과 '아름다운 봉하'에 4억원 기부

▲ 지난 1월 초 대구 파티마병원 호스피스병동에서 투병 중인 추명자 할머니를 노무현재단 김기석 홈페이지 편집위원장이 방문해 위로하고 있다. (사진=노무현재단)
ⓒ 데일리중앙
평생 허드렛일로 어렵게 일군 모텔을 운영하던 경남 밀양의 두 할머니가 각각 지병과 암으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평생 모은 재산의 절반을 <노무현재단>에 기부한 뒤 최근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낳고 있다.

11일 <노무현재단>에 따르면, 이들은 병원비조차 안 남기고 재산을 기부한 뒤 완전히 무일푼으로 투병을 하면서도 "죽기 전엔 기부 사실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할 만큼 선행 사실을 숨겨왔다.

미담의 주인공은 경남 밀양의 추명자(58)씨와 이병호(사망당시 57)씨다. 이씨는 지난해 말, 추씨는 지난 8일 각각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은 30여 년 전 비슷한 시기에 혼자 몸이 돼 우연한 시기에 우연한 곳에서 만나 평생 의지하며 살자며 의자매를 맺었던 사이다. 함께 여관에서 허드렛일도 하고 공사판 함바집도 운영하는 등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다. 이렇게 해서 지난 2001년 밀양에 땅을 산 뒤 이듬해 방 14개짜리 3층 건물을 짓고 어엿한 모텔 주인이 됐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평생 소원을 이룬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애초부터 재산은 지고 가는 것이란 의식이 아예 없었다. 모진 고생 끝에 모텔을 갖게 되었지만 "우리가 죽으면 이 재산을 병원이나 아니면 다른 좋은 곳에 기부해 좋은 일에 쓰도록 하자"고 서로 다짐했다. 혹시라도 그런 마음이 변할까 두려워 공증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운명은 얄궂다. 2004년, 추명자씨가 암에 걸린 것이다. 2009년 암이 재발해 온 몸으로 퍼지면서 더 이상의 삶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본인도 고통이 컸겠지만 20년을 훨씬 넘게 오랫동안 친자매 이상으로 서로 의지하며 살아 온 이병호씨의 괴로움이 더 컸다고 한다.

그러던 중 밀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억울하게 서거했다는 소식에 너무 마음이 아팠고, 이어 재단이 설립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바로 자신들의 재산을 <노무현재단>에 기부하자고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다.

처음에 생각했던 병원이나 다른 자선단체가 아니라 <노무현재단>에 기부해야겠다고 마음을 바꾼 것은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었다. 자신들의 평탄치 않았던 삶을 돌아볼 때 노무현 대통령도 얼마나 억울했을까 하는 동병상련도 있었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기부를 약속한 뒤 이병호씨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두 사람의 약속에 따라 지난해 12월 17일 2억원이 재단에 기부됐다. 2억원은 밀양시에 있는 두 사람 소유의 '○○모텔' 건물 가치의 절반에 해당되는 돈이다.

나머지 절반은 생활 능력도 없고 돌볼 사람도 없는 딱한 처지의 추명자씨의 딸(35)을 위해 믿을 만한 법무법인에 신탁해 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두 사람의 2억원 기부는, 대부분 평범한 시민들의 '개미후원'으로 이뤄진 <노무현재단> 후원 구조에서 개인으로는 가장 많은 액수다.

이들은 또 평생을 모아 마련한 현금 2억원도 모두 털어 <재단법인 아름다운 봉하(이사장 권양숙)>에 지난해 11월25일 기부했다. 밀양의 두 할머니는 공익을 실천하기 위해 모두 4억원의 재산을 사회에 내놓은 것이다.

이병호씨가 지난해 먼저 떠난 후 추명자씨의 병세도 급격히 나빠져 대구 파티마병원 호스피스병동에서 힘든 투병 생활을 하다 지난 8일 오후 5시 끝내 숨을 거뒀다.

재단은 두 사람의 재단 기부가 확정될 당시 그 사실을 공개하고자 했지만 완강히 거절했다고 한다.

재단 양정철 사무처장은 "기부사실을 알릴 때 알리더라도 꼭 자신들의 사후에 알려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며 "이에 따라 두 사람이 불과 몇 달 간격으로 세상을 떠난 이제야 숨겨진 미담을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재산을 기부하고 난 뒤 완전히 무일푼이었다. 평생 모은 피 같은 재산을 아무런 댓가 없이 사회에 내려놓고 하늘나라로 훌훌 떠난 것이다.

마지막까지 선행을 실천하고 떠난 두 사람은 밀양 시내가 잘 내려다보이는 야산에 유골을 뿌려 달라는 마지막 소원을 남겼다고 한다.

노무현재단은 밀양의 한 암자에 유골을 모셔 49재를 지내며 두 사람의 고단했던 삶과, 죽음도 갈라놓지 못했던 서로에 대한 극진한 마음에 평안과 위로를 얻도록 했다고 밝혔다.

두 할머니의 감동적인 사연이 알려지자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등에는 네티즌들의 추모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노무현재단의 후원금은 출범 다섯 달이 못 돼 43억원(일반 후원금 34억원, 박석 특별후원금 9억원)이 넘게 모였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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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하 2010-03-13 12:48:26
그모진 고초를 겪고 힘들게 모은 전 재산을 남한테 물려준다는게 참 쉬운일이 아닌데
큰 결단을 한 할머니 두분께 진정으로 존경을 보내고 싶다. 두 분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