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헌법소원에 대한 헌재 결정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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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헌법소원에 대한 헌재 결정 요지
  • 이성훈 기자
  • 승인 2008.01.1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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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중앙선관위의 선거중립의무 준수 요청 조치가 자신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이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다수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다음은 이날 발표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요지이다. 

▲ ⓒ 데일리중앙 이성훈
이 사건은, 대통령인 청구인이 2007년 6월 참여정부평가포럼, 원광대학교, 6·10민주항쟁 20주년 기념식과 한겨레신문과의 대담과정에서 한 발언내용들이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에 위반되었다고 판단한 피청구인의 2007년 6월 7일자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준수 요청'과 2007년 6월 18일자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준수 재촉구' 조치가 대통령인 청구인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의 여부에 관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의 쟁점은 ▲이 사건 심판청구가 적법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 ▲본안에 들어가서, 이 사건 조치의 근거법률인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이 위헌인지 여부 ▲이 사건 조치 자체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의 여부에 관한 것이다.

먼저, 선거중립을 요청한 피청구인의 이 사건 조치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헌법소원의 대상인 '기본권침해 가능성있는 공권력의 행사'인지가 문제된다.
 
이 사건 조치는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에 근거한 '경고'로 봄이 상당하고, 또한 선거관리위원회의 헌법상 지위,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준수 의무를 고려할 때 이 사건 조치를 단순히 권고적, 비권력적 행위라고 볼 수는 없으며, 이 사건 조치 그 자체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줄 수 있음이 명백하므로 기본권침해 가능성있는 공권력행사라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개인의 지위를 겸하는 국가기관이 기본권의 주체로서 헌법소원을 제기할 적격이 있는지, 즉 기본권주체성이 문제된다. 

원칙적으로 국가기관은 기본권의 수범자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를 지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으나, 언제나 그러한 것은 아니고, 심판대상 조항이나 공권력작용이 공적 과제를 수행하는 주체의 권한 내지 직무영역을 제약하는 성격이 강한 경우에는 기본권주체성이 부인되나, 일반 국민으로서 국가에 대하여 가지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성격이 강한 경우에는 기본권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기준을 전제로 하여 보면, 이 사건에서 문제된 청구인의 발언내용은 사적 성격이 강한 것도 있고, 직무부문과 사적 부문이 경합하는 것도 있어 순전히 대통령의 권한이나 직무에만 관련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조치로 대통령 개인으로서의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기본권주체성을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정무직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조항과 종합하여 살펴보면, 정무직 공무원은 평소 정치적·정무적 활동을 할 수 있으나 선거에 대하여는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목적과 입법경위, 수범자의 범위 및 선거과정의 특징을 고려할 때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의 침해 여부를 살펴보면, 대통령의 정치인으로서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선거활동에 관하여는 선거중립의무가 우선되어야 하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단지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만을 제한적으로 금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이 사건 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볼 때 발언의 당사자인 청구인으로서는 위 조치에서 언급하는 선거법위반행위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만큼 특정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불명확하다거나, 이 사건 조치 전에 청구인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것이 적법절차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

청구인의 발언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야당의 당내경선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공공의 모임에서 야당의 유력 후보자들을 비난하고 그들의 정책을 지속적, 반복적으로 비판한 것으로서 이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조치가 이 사건 법률조항을 잘못 해석, 적용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조치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적법요건에 대한 재판관 김종대의 반대의견은, 이 사건 조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인데 동 위원회는 선거관리위원회법 제14조의2의 행위주체에 포함되지 않고, 또한 이 사건 조치는 위 조항에 열거된 중지, 경고 등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 조항을 이 사건 조치의 근거로 볼 수 없고, 이 사건 조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단순한 협조요청에 불과하여 법률상의 효과가 없으므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는 것이다. 

재판관 이동흡의 반대의견은, 청구인이 이 사건 조치로 입는 위축효과의 불이익은 사실적, 정치적인 것에 불과하고, 그 불이익도 이 사건 조치가 아닌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직접적으로 생긴 것이어서 이 사건 조치 자체로 인하여 청구인에게 법적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공권력행사성을 인정할 수 없으며, 그리고 대통령은 공, 사의 영역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고 이 사건의 발언들은 직무영역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기본권주체성을 인정할 수 없어 부적법하다는 것이다.

본안에 대한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은 국가공무원법의 규정취지를 고려할 때 대통령을 포함한 정무직 공무원에게는 적극적으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선거운동까지 허용되는 것이며, 이 사건 법률조항을 국가공무원법 규정의 특별규정으로 해석할 수 없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에 있어서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을 다른 정무직 공무원과 구분하여 볼 당위성이나 합리성이 없으며, 따라서 대통령과 같은 정무직 공무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수범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를 잘못 해석한 이 사건 조치는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취소되어야 하고, 부수적 규범통제의 논리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통령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관 송두환의 반대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규정의 위치나 내용을 살펴볼 때 총론적인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므로 구체적 제재조치의 근거가 될 수 없으며, 가사 구체적 행위규범이라고 하더라도 헌법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의의, 대통령의 정치적 지도자로서의 헌법상 지위, 국가공무원법 규정과의 체계적, 조화적 해석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의 대상에 대통령 등 정치적 공무원은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한 행위내용은 매우 불명확하다고도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조치는 정당한 법적 근거 없이 청구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므로 취소되어야 하고, 부수적 규범통제의 논리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통령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합헌이고, 이 사건 조치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하여 재판관 5인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재판관 2인은 각하의견을, 재판관 2인은 이 사건 조치가 취소되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일부 위헌결정을 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하였으므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재판관 6인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였므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성훈 기자 hoonls@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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