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민주당 전라북도 도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 저를 도와주신 여러분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승리로 보답하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어제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전북지사 후보를 현 김완주 지사로 결정하였습니다. 저는 후보 경선에 참여도 해보지 못하고 저의 뜻을 접어야 하는 실망스러운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저의 정치 실험이 끝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제 막 출발했을 따름입니다.
참다운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민족 경제-문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모든 이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고품격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긴 여정이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막 출발했는데 발이 삐끗했다고 할까요? 며칠 쉬면서 잘 주무르면 낫겠지요. 저는 강인한 의지로 앞을 향해 나갈 것입니다.
경선 불참은 저에겐 피눈물이 나는 결정이었습니다. 도민들께 나의 포부와 정책과 자질을 제대로 알리는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하고 중도하차 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특히 저를 위해 크고 작은 희생을 무릅쓰고 도와주신 분들에게 크나 큰 실망을 안겨드리게 되어 가슴 아프기 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원칙을 굽힐 수 없었습니다.
저는 아름다운 경선을 치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불공정한 경선에서 바보 같은 들러리가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정균환 후보와 연대하여 민주당 지도부에게 요구한 것은 단 두 가지였습니다. 김완주 지사의 정체성과 도덕성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달라는 것과 현직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여론조사 경선계획을 철회하고 철저한 후보검증이 가능하고 누구나에게 공평한 경선 안을 제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아름다운 경선의 기회를 달라는 저의 마지막 호소마저 외면했습니다.
제가 '민주당을 향한 유종일의 절규'라는 글에서 밝혔듯이 민주당은 지금 죽어가고 있습니다. 정체성과 도덕성이라는 기준과 공평성이라는 원칙을 상실한 민주당 지도부 때문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는 당 지도부의 불공정한 행태는 곳곳에서 원성과 항의를 불러일으켰고, 급기야 민주당 소속 의원 삼분의 일 이상이 참여하는 쇄신모임까지 결성되었습니다. 특히 여론조사 경선에 대한 반발로 전국적으로 경선불참과 탈당 사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전라북도의 경우에는 도지사 경선과 함께 거의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장 경선도 무산되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를 비롯해서 향후 정치일정에는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한국정치가 민심을 대변하고 국민을 통합하며 국가발전의 비전을 세우는 데 실패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요구는 계속될 것입니다. 전북의 발전과 지방자치 쇄신을 위한 저의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또한 저는 민주당의 쇄신을 위해서도 힘쓰겠습니다. 제게 실망을 안겨준 민주당입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한국 민주주의와 역사발전을 위해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수차에 걸쳐 어렵더라도 정도를 걷겠다는 고뇌에 찬 결정들을 내렸습니다. 부당한 경선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결정이었습니다. 다행히 선거사무실에서 일을 한 자원봉사자들은 모두 저의 결단을 이해하고 지지해주고 계십니다. 대다수 지지자들도 마찬가집니다. 이틀 전에 문규현 신부님을 뵈었습니다. 대뜸 “참 잘했습니다.”하고 저를 격려해 주시더군요. 저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의 이해를 구합니다. 혹시 판단이 다르시더라도 양해해주시고 계속 성원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유종일 기자 webmaster@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