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대안 등 시민단체의 이런 비판이 참여당과 유시민 후보를 '결정적'으로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시민단체는 "구조적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며 균형을 맞추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은 금망 와 닿고, 구조적은 멀게 느껴집니다. 결정적이 한 방 날린 '주먹'이라면, 구조적은 소송으로 문제를 푸는 '법'과 같은 것입니다.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는 말을 이럴 때 써도 좋은지 모르겠지만 이런 표현이 떠오릅니다.
중재자를 자임했던 시민단체가 이렇게 나오자 대부분의 언론은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후보를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거의 결렬 범죄를 저지른 죄인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국민참여당의 주장이 아무리 사실이라고 해도 이를 보도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참여당도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을 밝히려고 설명하다 보면 부득이 협상 상대방들의 잘못을 지적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비판적인 언론들은 책임을 떠넘기려한다거나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할 것입니다. 결국 야권 전체를 더 부끄럽게 만들까봐 할 말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민단체는 왜 국민참여당을 쏘았을까요? 정말 참여당에 결정적 책임이 있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시민단체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협상 과정을 제대로 지켜봐 왔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분이라면 분명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일부러 국민참여당을 공격하고 비판하는 것입니다. 협상을 무조건 타결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참여당을 몰아세워 더 양보하게 하는 길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시민단체의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후보에 대한 공격은 매우 전략적이고 목적의식적인 선택입니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합리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중재안이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반드시 협상을 타결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대의를 위한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도 이해합니다.
어차피 민주당에는 설득의 여지가 없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시민단체 대표와 원로들은 민주당을 설득해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습니다. 헌신적인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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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가 맞닥뜨린 것은 합리적인 대화가 거의 불가능한 높은 절벽이었습니다. 민주당에게는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고, 어떤 양보도 이끌어낼 수 없다는 절망뿐이었습니다. 그 좌절과 체념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시민단체를 더 무기력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 3월 17일, 다 된 합의(3.16 합의안)를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거부하고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습니다. 시민단체는 민주당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3월 22일의 일입니다. 그런데 언론은 이에 대해 철저하게 무관심했습니다. 당연히 국민들도 알 길이 없었습니다.
기자회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 회견 내용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려고 아무리 인터넷 뉴스를 검색해도 기사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시민단체 관계자가 참여당 협상 대표에게 보내온 메일을 전달받아 보고서야 어떤 내용으로 성명을 발표했는지 알았습니다.
이때 시민단체는 깨달았을 것입니다.
연합 협상과 관련해 민주당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은 그게 아무리 사실이라고 해도 언론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따라서 국민에게 결코 반향을 일으킬 수 없고, 민주당에 아무런 압력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는 협상 타결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4월 20일, 협상이 최종 결렬된 직후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을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국민참여당에 대한 공격은 뼈에 사무치도록 아팠습니다.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후보를 아끼고 지지하는 시민들마저도 내막을 잘 알기 전에는 '정말 참여당이 협상을 결렬시킨 것이냐'고 하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 반대 입장에 서있는 분들은 좋은 공격꺼리를 만났다며 쾌재를 불렀을 것입니다. 당시 국민참여당에 걸려온 국민들의 전화가 이런 분위기를 잘 전해 주었습니다.
수많은 언론들이 기자회견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했고, 특히 국민참여당을 비판한 대목을 비중 있게 전했습니다.
3월 22일 중간(?) 결렬과 4월 20일 최종 결렬이 중요도가 다른 것을 고려한다고 해도 언론의 보도 태도는 심한 차이가 있습니다. 시민단체가 국민참여당을 공격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까지 할 수는 없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시민단체는 국민참여당에 국민적 압력을 넣어 협상의 불씨를 이어가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시민단체 입장에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도, 과연 공정하고 정당한 것이었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왜 무조건 버티는 강자에게는 아무 말 못하면서, 다 양보한 약자에게만 완전한 굴복을 강요하느냐"는 항변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 입장과 고충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이글은 시민단체를 비판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닙니다. 협상 과정에서 희망과 대안 등 시민단체가 보여주신 헌신과 노력이 이글로 조금이라도 훼손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구조적인 문제와 이면에 담긴 내막을 제대로 보지 않고, 현상만 가지고 비판하는 현실이 아쉬워 이에 대해 말하려는 것입니다.
양순필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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