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 사퇴 배경 놓고 다시 갈등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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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 사퇴 배경 놓고 다시 갈등 재연
  • 김영민 기자
  • 승인 2019.07.12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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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환 전 위원장, '검은세력' 거론하며 전격 사퇴 발표
이준석 "검은세력 누구냐"... 사퇴에 손학규 개입설 제기
김수민 "혁신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거부하는 건 구태"
문병호 "혁신위가 당대표를 사퇴시키는 도구로 이용 안돼
바른미래당이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 사퇴를 둘러싸고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당권파와 오신환 원내대표 등 비당권파 사이에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copyright 데일리중앙
바른미래당이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 사퇴를 둘러싸고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당권파와 오신환 원내대표 등 비당권파 사이에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김영민 기자] 혁신위 출범으로 잠잠하던 바른미래당 당내 갈등이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 사퇴를 둘러싸고 다시 재연되는 분위기다.

주대환 전 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은 세력' '분노' '규탄' 등 거친 표현을 써가며 위원장직 사퇴를 발표했다. 

위원장 포함 9명으로 이뤄진 혁신위에서조차 손학규 대표 사퇴를 둘러싼 계파 갈등이 재연됐다는 것이다.

주 위원장은 "혁신위가 미래 비전과 당의 발전 전략, 이런 것을 내놓지 않고 하나의 단어 '손학규 퇴진' 얘기만 계속하는 분들이 혁신위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젊은 리더들의 계파 갈등 재연에 대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젊은 혁신위원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당을 깨려는 검은 세력에 대해 크게 분노를 느끼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의 퇴진을 주장하는 비당권파(안철수·유승민계 연합)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주대환 전 위원장의 사퇴 배경을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갈등이 빚어졌다. 

그러면서도 위원장을 새로 선임해야 한다는 데는 양쪽이 한 목소리를 냈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전날 혁신위원회 주대환 전 위원장의 사퇴 배경을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갈등이 재연됐다. 비당권파에선 오신환 원내대표에 이어 이준석·권은희·김수민 최고위원(위에서부터) 차례로 나서 손학규 대표를 향해 공세를 펼쳤다.copyright 데일리중앙
12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전날 혁신위원회 주대환 전 위원장의 사퇴 배경을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갈등이 재연됐다. 비당권파에선 오신환 원내대표에 이어 이준석·권은희·김수민 최고위원(위에서부터) 차례로 나서 손학규 대표를 향해 공세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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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당권파 쪽에선 오신환 원내대표, 이준석·권은희·김수민 최고위원이 차례로 나서 주대환 전 위원장의 사퇴를 비판하며 사퇴 배경에 손학규 대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위원장 사퇴로 혁신위원회가 멈춰서서는 안 된다며 혁신위가 마련한 혁신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손학규 대표를 압박했다.

손 대표는 이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대신 문병호 최고위원이 비당권파의 공세에 대응했다.

먼저 오신환 원내대표는 "혁신위가 1차 혁신위를 의결한 직후 위원장이 사퇴 기자회견을 한 것은 혁신위가 스스로 내린 결정에 위원장 스스로 불복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오 원내대표는 "장기간에 걸친 논의 끝에 어렵게 출범한 혁신위원회가 위원장 사퇴를 이유로 좌초되는 일은 상상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위원장 후임을 인선해서 혁신위원회가 정상적으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당 지도부가 책임을 다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주대환 위원장의 사퇴 배경을 의심했다. 주 위원장에게 '검은 세력'이 누군
지 밝힐 것을 요구하고 주 위원장의 사퇴에 다른 '검은 세력'이 개입한 게 아니냐며 손 대표를 겨냥했다.

이 최고위원은 "민주적인 절차로 표결에 따라 혁신안을 의결하자마자 이를 사실상 물리적으로 저지하기 위한 의도로 위원장의 사퇴가 이뤄졌다는 것에 상당한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며 "주대환 위원장은 '검은 세력'이 누구인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권은희 최고위원도 주대환 위원장이 손학규 대표가 추천한 사람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주 위원장의 사퇴에 손 대표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또 김수민 최고위원은 주 위원장의 사퇴에 대해 "혁신에 맞서는 반혁신의 행태"라고 비난했다.

김 최고위원은 "타성에 젖지 않고 계파에 휘둘리지 않는 청년들이 합의한 혁신안, 이것이 혁신이 아니면 무엇이겠나"라며 "혁신위원장의 머릿속에는 선 주문을 받아놓은 메뉴를 갖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손 대표 쪽을 의심했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혁신위원장 사퇴와 관련해 비당권파의 대대적인 공세를 받은 당권파의 문병호 최고위원은 "혁신위가 당대표를 사퇴시키는 도구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며 비당권파의 공세를 받아쳤다.copyright 데일리중앙
12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혁신위원장 사퇴와 관련해 비당권파의 대대적인 공세를 받은 당권파의 문병호 최고위원은 "혁신위가 당대표를 사퇴시키는 도구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며 비당권파의 공세를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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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손 대표 쪽 문병호 최고위원은 "다 죽어가는 당의 당권을 놓고 이전투구하는 모습에 바른미래당은 더 골병이 들어 가고 있다"며 "혁신위원장을 탓하기에 앞서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문 최고위원은 "주대환 위원장께서는 혁신위원회에서 바른미래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미래 비전과 전략을 만들기를 바랐지만 혁신위원회가 계파 싸움의 대리전장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사퇴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혁신위원회가 지도 체제 개편을 1호 의제로 선정한 것은 혁신위원회가 당권을 잡기 위한 계파 싸움에 빠져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했다"고 지적했다. 혁신위가 지난 10일 의결한 혁신안에 현 지도부 재신임을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혁신위원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여론조사나 청문을 통해 바른미래당이 추락한 원인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찾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이 추락한 원인을 객관적으로 찾는 일을 하기도 전에 지도체제 개편을 1호 안건을 상정하는 혁신위원회를 누가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하겠나"라며 "혁신위는 당대표를 사퇴시키는 도구로, 당대표직을 유지하는 도구로도 이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 최고위원은 "혁신위가 지도체제 개편에 집착하면 할수록 계파싸움으로 비쳐서 지도체제 개편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혁신위가 총선 승리의 비전과 전략을 찾고 절대다수가 거기에 동의하면 지도체제 개편은 자동적으로 이뤄질 것"이라 했다.

당권파와 비당권파 모두 위원장이 사퇴했다고 해서 혁신위를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에는 공감하고 있어 새 혁신위원장을 선임해 혁신위가 다시 정상 가동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영민 기자 kymin@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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