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일제에 부역한 친일 화가가 그린 이순신 장군 영정 교체 거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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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일제에 부역한 친일 화가가 그린 이순신 장군 영정 교체 거부 논란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9.10.01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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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혼란' 이유로 친일 화가 그린 충무공 영정 교체 못하겠다?
충무공 영정 복식 고증 오류 전문가 지적에도 "단언할 수 없다"
김영주 의원 "친일화가가 그린 충무공 표준영정 지정해제해야"
문체부 영정·동상심의위원회가 일제에 부역한 친일 화가가 그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표준영정 교체 신청을 잇따라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충남 아산 현충사에 있는 충무공 표준영정은 복식도 역사적 고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자료=김영주 의원실)copyright 데일리중앙
문체부 영정·동상심의위원회가 일제에 부역한 친일 화가가 그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표준영정 교체 신청을 잇따라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충남 아산 현충사에 있는 충무공 표준영정은 복식도 역사적 고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자료=김영주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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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일제에 부역한 친일 화가가 그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표준영정 교체 신청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련 심의위원회가 '사회적 혼란'을 이유로 반려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1일 문체부와 문화재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화재청 현충사관리소는 지난 2017년 7월 문체부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정부 표준영정 지정해제를 신청했다.

이는 역사학계와 시민사회, 언론에서 친일 행적이 드러난 장우성 화백(1912~2005년)이 그린 충무공 영정을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었다.

장우성 화백이 1953년 그린 충무공 영정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73년 제1호 표준영정이 됐으며 현재 충남 아산 현충사에 있다.

장 화백은 1941년 조선총독부가 주관한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총독상을 받았으며 일제를 찬양하는 작품을 다수 출품해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돼 있다. 

또한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간한 <친일반민족행위 관계사료집>에도 친일행적이 드러난 적 있다.

그러나 문체부는 문화재청의 표준영정 지정해제 신청 2년여 만인 지난 6월 개최한 영정·동상심의위원회에서 신청을 반려했다.

왜 그랬을까.

문체부가 제출한 영정·동상심의위원회 회의 결과 자료를 보면 관련 학계 인사 7명으로 구성된 위원회(회의 참석자 4명)는 "충무공은 국민적 영웅으로서 표준영정 지정해제 여부에 따른 혼란과 갈등이 야기될 우려가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이유로 친일 화가가 그린 충무공 표준영정 지정해제 신청을 일축한 것이다.

이어 "충무공 표준영정은 국가사적지인 현충사의 중요한 문화적 자산으로 현상변경의 필요성에 관해 문화재위원회의 사전심의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로 영정 지정해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체부가 충무공 영정 지정해제를 반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2010년에도 문화재청의 충무공 영정 지정해제 신청에 대해 친일 논란은 규정상 지정해제 사유가 아니라며 반려한 적 있다.

장우성 화백이 그린 충무공 영정은 친일 작가 논란 뿐만 아니라 영정의 복식도 역사적 고증이 잘못돼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문체부 영정·동상심의위원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문화재청 현충사관리소는 2017년 충무공 영정 지정해제 신청 당시 3명의 전문가 자문 결과 "충무공 영정의 복식이 다른 선무공신(宣武功臣: 조선시대 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공신)의 영정 복식과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문체부 영정·동상심의위원회는 "복식오류에 대해 단정할 수 없다"며 이때도 보수적 입장을 취했다.

김영주 의원은 "민족의 영웅이자 항일의 상징인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일제에 부역한 친일 작가에 의해 그려져 정부의 표준영정으로 지정된 것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문체부가 황당한 이유로 두 번이나 영정 교체를 반려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충무공 영정의 복식도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문체부가 즉각 친일 화가가 그린 충무공 영정을 지정해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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