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세월아 기다려' 특별상 받은 안춘희 "대학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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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세월아 기다려' 특별상 받은 안춘희 "대학 가고 싶어"
  • 송정은 기자
  • 승인 2019.10.09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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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세월아 기다려' 특별상 수상
산골 8남매 맏딸..학교도 못 다녀
금은 중학생 "영어 산수 어려워"
77살 내가 한글을..너무 행복하다
늘푸름 학교 어른이신 안춘희 씨는 한글날인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대학교도 진학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진=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홈페이지 화면 캡처)copyright 데일리중앙
늘푸름 학교 어른이신 안춘희 씨는 한글날인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대학교도 진학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진=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홈페이지 화면 캡처)ⓒ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송정은 기자]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세월은 내 인생을 싣고 훨훨 날아가네. 내 마음을 그렇게도 몰라주니. 세월아, 천천히 터덜터덜 나하고 가자꾸나'

이 구절은 <세월아 기다려>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이 작품은 서울지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대회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이 글의 지은이는 올해 연세 77살의 안춘희 할머님이시다. 

한글을 깨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만든 시로 상을 받게 됐다고.

늘푸름 학교 어른이신 안춘희 씨는 한글날인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대학교도 진학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특별상 안춘희' 소식을 듣고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

안춘희 씨는 "너무 기쁘고 떨렸다.너무 기뻤다. 저는 상이라는 건 처음 받아봤기 때문에. 너무 기뻤다"고 고백했다.

한글을 깨치고 얼마 만에 이렇게 상을 탄 걸까? 

안춘희 씨는 "한글을 배운 연도수는 많았을 거다. 제가 혼자 살면서 생계비도 벌어야 되고 했기 때문에 (공부하러) 복지관에 다녔는데 서울삼성초등학교에 모집한다 그래서"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가지고 작년 봄에 거기 들어 가가지고 1년 거기서 다녔다"고 덧붙였다.

그는 43년 생이라고.

예전에 학교 못 다닌 사연이 있던걸까? 

그는 "저는 아주 시골 산골에서 커가지고 8남매의 맏딸"이라며 살았던 장소에 대해 "경북 예천이다. 예천에서도 아주 산골에. 어른들 말로는 한 20리를 더 들어간다는 그 산골에서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생들 많고 농사지으니까 동생들 업어 키우느라고. (학교를) 못 다니죠"라며 "어디 계집애가 글을 배우느냐고. 우리 엄마, 아버지 말이다, 그냥. 계집애는 글을 안 배워도 된다고. 살림만 잘하면 되지 이러면서"라고 말했다.

또한 "그러다 보니까 학교에 아예 한 번도 못 가봤다. 그랬는데 생계비를 벌어야 되고 그래서"라고 덧붙였다. 

안 씨는 "장사는 안 하고 배운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으니까 식당 같은 데 가서 막일했다. 허드렛일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춘희 씨의 작품 내용이다.

 <세월아 기다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세월은 내 인생을 싣고 
 훨훨 날아가네. 

너는 내 마음을 그렇게도 몰라주니. 
세월아 
 천천히 터덜터덜 
 나하고 같이 가자꾸나. 

몰랐던 걸 배우니 너무 기쁘다. 
이제야 조금씩 눈을 뜬 것 같은데. 
답답했던 내 마음이 조금 뚫렸는데 
 내 몸은 이렇게도 아플까. 
세월아 기다려주렴, 응?

안 씨는 "내 몸도 또 너무 아프고. 그래서 어떻게 쓰다 보니까 또 이렇게 됐다.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까지도 가고 싶은데"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 가려고 하면 되나. 이거 얼마나, 할 수 있으면 대학도 가고 싶다, 진짜"라고 덧붙였다.
 

송정은 기자 beatriceeuni@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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