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일본 전범기업 등 사회적 해악기업에 8조6608억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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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일본 전범기업 등 사회적 해악기업에 8조6608억원 투자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9.10.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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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숙 의원, 책임투자 위한 사회적 해악기업 투자배제 제도 마련 촉구
남인순 의원, 전범기업 투자 명확한 근거로 제한할 투자기준 개선해야
국민연금, 아직 투자배제리스트(사회적 해악기업) 전무한 상황
김성주 이사장 "글로벌 수준 책임투자, 새로운 책임투자 원칙 세우겠다"
10일 전주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장정숙 대안신당 의원은 일본 전범기업과 가습기살균제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투자 행태를 지적하며 책임투자를 위한 사회적 해악기업 투자배제 제도 마련를 촉구했다. (사진=장정숙 의원실)copyright 데일리중앙
장정숙 대안신당 국회의원은 10일 전주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의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일본 전범기업과 가습기살균제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투자 행태를 강하게 지적하며 책임투자를 위한 사회적 해악기업 투자배제 제도 마련를 촉구했다. (사진=장정숙 의원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일본 전범기업이라든지 국민의 생명을 사지로 몰아넣은 가습기살균제 기업 등 사회적 해악 기업에 국민의 노후 자금을 수조원을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10일 전주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국민연금의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 문제를 지적했다.

대안신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정숙 의원은 "국민연금이 사회적 해악 기업에 대한 투자배제리스트를 공개하고 있는 네덜란드와 노르웨이의 투자배제리스트 그리고 일본의 전범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이 2018년 기준 8조6608억원에 이른다"며 국민연금의 투자 행태를 강하게 질타했다.

장 의원은 "세계적으로 책임투자 규모는 증가 추세에 있고 해외 주요 연기금은 특성에 맞는 책임투자 정책을 수립해 적극 추진 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민연금은 전체 704조원 중 책임투자는 4조5788억원(위탁펀드)으로 0.6%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가습기살균제 기업과 일본 전범기업 등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요소들을 무시하는 투자가 계속해서 생기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2016년 이후에도 국민연금은 관련 기업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게 아니라 더 늘려온 것으로 국정감사 결과 드러났다.

실제 국민연금은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주범 기업인 옥시(레킷벤기저)에 1546억원 주식을 투자했지만 이듬해인 2017년에는 1831억원으로 투자를 18.4% 늘렸다. 마찬가지로 SK 케미칼에도 2016년 1715억원이던 주식 투자 규모를 2017년 2352억원으로 37.1%나 늘렸다.

이에 장정숙 의원은 "국민연금은 국민들을 가습기살균제로 사지에 몰아 넣고 은폐·축소시킨 기업에 각각 18.4%, 37.1% 더 투자했고 일본 전범기업에도 2018년 기준 75개 종목에 1조2300억원을 투자했다"고 질타했다.

세계 주요 선진국에서는 네거티브 스크리닝(부정 평가 기업 배제)을 도입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에는 아직 투자배제리스트(사회적 해악 기업)가 전무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네덜란드(3조1662억원), 노르웨이(4조2646억원)의 투자배제리스트에 7조4308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정숙 의원은 "국민연금이 제대로 된 책임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판단이 많이 들어간 제도보다 사회적 해악기업에 대한 투자배제리스트 제도화가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남인순 의원도 국민연금의 죄악주(술·담배·도박) 주자와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원칙없는 투자를 질타했다.

남 의원은 "죄악주, 전범기업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되고 심지어 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아직 국민연금이 기금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투자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라며 "지난 7월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초안)'을 내놓고 9월까지 최종안을 마련
키로 했지만 아직 의견 수렴 중인 것으로 확인했다. 기존 책임투자 방식보다 진일보한 방안을 빨리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금운용위원회에 1차 보고했고 정식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은 상태"라면서 "과거와 달리 책임투자 원칙을 확고히 하고 대상과 원칙을 넓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또한 "글로벌 수준의 책임투자를 적용하겠다"며 "새로운 책임투자 원칙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답변했다.

앞서 김 이사장은 지난 8일 영국 파이낸셜아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범기업 투자 문제가 책임투자 원칙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에 어긋나는지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할 때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공단은 전범기업과 사회적 해악 기업에 대한 투자 배제 요구가 제기되자 책임투자에 대한 개념과 원칙을 먼저 만들고 그 원칙 아래 전범기업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단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영회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에 대한 최종 정책 결정을 해야 전범기업과 사회적 해악 기업에 대한 투자 원칙이 정해질 걸로 보인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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