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과 신비의 땅 라오스... 메콩강 석양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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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과 신비의 땅 라오스... 메콩강 석양 장관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9.10.26 2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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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뚜싸이-블루라군-쏭강의 물결-메콩캉 야시장 관광... 잊지 못할 추억 선사
버기카-짚라인-카약킹 스릴 짜릿한 체험... 인상적이고 기막힌 감회 평생갈 듯
'승리의 문'이란 뜻으로 프랑스의 개선문을 본떠 만든 라오스의 독립기념탑 '빠뚜싸이'와 분수대 앞에서(위 1~2번째). 최근 홍수로 메콩강의 물이 많이 불어났다. 건너편이 태국이다(위에서 3번째). 메콩강가에서 먹거리를 팔고 있는 아주머니(위에서 4번째). 메콩강가에서 기념사진 한 컷(아래).copyright 데일리중앙
'승리의 문'이란 뜻으로 프랑스의 개선문을 본떠 만든 라오스의 독립기념탑 '빠뚜싸이'와 분수대 앞에서(위 1~2번째). 최근 홍수로 메콩강의 물이 많이 불어났다. 건너편이 태국이다(위에서 3번째). 메콩강가에서 먹거리를 팔고 있는 아주머니(위에서 4번째). 메콩강가에서 기념사진 한 컷(아래).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라오스(Laos).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듯한 신비함이 공존하는 땅.

내가 지난해 여름(8.6~10) 닷새 동안 여행했던 라오스(라오 인민민주주의공화국)는 그런 곳이었다.

시인 박노해는 언젠가 그의 사진전에서 라오스를 '순수와 은둔의 지상낙원'이라 불렀다.

라오스 여행 첫날 오후 1시40분(한국시간 오후 3시40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vientiane) 공항에 도착한 나는 곧바로 메콩강가로 달려갔다.

나의 라오스 여행에는 친구 둘이 함께했다.

메콩강은 당시 홍수와 집중호우로 흙탕물이 크게 불어나 있었다. 저 건너편 태국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졌다. 메콩강은 라오스와 태국의 국경이다.

라오스의 나라 꽃인 참파(champa flower)를 들고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나무 그늘 아래서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메콩강 주변에서 우리의 닭꼬치 처럼 생긴 먹거리를 팔고 있던 아주머니는 한 번 먹어보라고 권했지만 우리는 그냥 지나쳤다.

둘째날에는 라오스의 독립기념탑인 빠뚜싸이(patuxai)와 불교 사원을 둘러보고 블루라군이 있는 방비엥(vang vieng)으로 이동하는 일정으로 채워졌다.

빠뚜싸이는 '승리의 문'이란 뜻으로 프랑스의 개선문을 본떠 만든 건축물.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라오스 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1969년 세워졌다고 한다. 라오스는 프랑스로부터 1958년 독립했다.

6층 높이의 빠뚜싸이 전망대에 오르면 비엔티안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에는 정부청사가 있고 저 멀리 대통령궁이 육안으로도 보인다.

사회주의 국가에 대통령궁이 있다는 게 뜻밖이었지만 평일(화요일) 낮인데도 대통령궁 외곽을 지키는 경찰이나 경호 인력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신기했다. 우리는 대통령궁 앞에서 마음대로 사진을 찍었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vientiane) 중심가에 자리잡은 라오스 대통령궁. 외부 경계가 없는 한가로운 모습이 이채롭다. 우리는 대통령궁 앞에서 마음대로 사진을 찍었다.copyright 데일리중앙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vientiane) 중심가에 자리잡은 라오스 대통령궁. 외부 경계가 없는 한가로운 모습이 이채롭다. 우리는 대통령궁 앞에서 마음대로 사진을 찍었다.
ⓒ 데일리중앙

비엔티안에서 하루를 묵은 뒤 이튿날 오후 방비엥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거칠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울퉁불퉁 가파른 2차선 산길 비포장도로를 3시간 넘게 내달렸다.

내가 그토록 오고 싶어했던 라오스의 푸른 보석 블루라군을 품고 있는 방비엥(vang vieng)이 눈앞에 나타났다.

옆에 앉은 한 대학생은 "이렇게 꼬불꼬불 산길을 몇 시간씩 자동차로 달리는 건 난생처음"이라며 낯선 풍경에 신기해 했다.

70년대 우리의 강원도 산길이 아마 이랬겠지-.

우리 일행(21명)을 태운 버스가 이리 구불 저리 구불 가파른 산길을 곡예하듯 돌고 돌아가자 중간 중간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작은 마을이 나왔다. 낮게 깔린 잿빛 하늘에선 간혹 빗방울이 떨어졌다.

길 위에는 자그마한 소(우리 눈에는 송아지)가 혼자서 풀을 뜯거나 또는 저희들끼리 무리지어 돌아다니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방비엥은 인구 2만여 명이 사는 수도 비엔티안 주의 작은 도시.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이 열악한 라오스에선 대통령궁과 정부청사 등이 있는 비엔티안 중심가를 제외하곤 2차선 도로가 전부였다.

여행 둘째날인 7일 오후 늦게 방비엥에 도착한 우리는 길이 좁아 버스가 호텔까지 들어가지 못하는 바람에 툭툭이(1톤 트럭에 승객을 태우는 현지 교통수단)로 갈아탔다. 

라오스 방비엥에서 첫날 밤. 아침 창문을 열어보니 호텔 주변 산을 둘러싸고 있는 안개가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하며 신비롭기만 했다. 야시장 풍경도, 쏭강의 물결도, 호텔 루앙나콘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모두 이채롭게 다가왔다copyright 데일리중앙
라오스 방비엥에서 첫날 밤. 아침 창문을 열어보니 호텔 주변 산을 둘러싸고 있는 안개가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하며 신비롭기만 했다. 야시장 풍경도, 쏭강의 물결도, 호텔 루앙나콘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모두 이채롭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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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은 도시 전체가 우리네 70년대 시대극을 찍는 드라마 세트장 같았다.

방비엥에서 첫날 밤. 호텔 루앙나콘 방비엥 팰리스에 여장을 푼 뒤 우리는 쏭강 강변에 자리잡은 한국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2층 식당에서 바라본 쏭강의 물결이 우수를 자아냈다.

자고 일어나 아침 창문을 열어보니 호텔 주변 산을 둘러싸고 있는 안개가 또한 이국적인 풍광을 연출하며 신비롭기만 했다.

이곳 야시장 풍경도, 쏭강의 잔물결도, 호텔 루앙나콘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모두 내겐 이채롭게 다가왔다.

그때 라오스 여행은 셋째날(8일) 방비엥 일정에 집중됐다.

아침 눈을 뜨자마자 롱테일 보트를 타기 위해 쏭강으로 나갔다. 롱테일 보트는 세 사람이 탈 수 있는 좁고 긴 보트로 앞에 두 사람이 앉고 맨 뒤에 사공이 앉아 모터 스크류를 조정하며 쏭강의 물결을 따라 내려갔다 올라오는 뱃놀이다.

보트가 너무 좁고 길기 때문에 자칫 무게중심을 잃으면 배가 뒤집혀 강물에 빠질 수도 있어 스릴을 느끼는 만큼 주변의 빼어난 풍광이 주는 즐거움 또한 컸다.

이번에는 버기카(buggicar·일종의 스포츠카)가 날 흥분시켰다.

두 사람이 한 조가 돼 버기카를 타고 비포장 산악길을 내달리는 그야말로 군대에서나 해봄직한 산악 트레킹 체험이었다. 우리는 편대를 이뤄 블루라군까지 나아갔다.

좁은 산악 도로에 움푹 패인 웅덩이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블루라군에 도착했을 때는 온몸이 흙탕물로 범벅이 돼 있었다.

그러나 난생처음 해보는 이색 체험에 다들 즐거운 표정이었다.

두 사람이 한 조가 돼 비포장 산악길을 달리는 버기카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위). 에메랄드 빛의 신비한 호수 블루라군은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추억을 선사했다(아래).copyright 데일리중앙
두 사람이 한 조가 돼 비포장 산악길을 달리는 버기카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위).
라오스의 푸른 보석 블루라군 에메랄드 빛의 신비한 호수 블루라군은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추억을 선사했다(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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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라군(blue lagoon)은 초록빛이 감도는 그야말로 에메랄드 그 자체였다. 나는 그침 없이 신비의 호수 블루라군에 풍덩 몸을 던졌다.

어릴 때 TV로 즐겨 봤던 영화 속 '타잔'이 되겠다며 2미터, 6미터 높이로 올라가 잇따라 다이빙을 했다. 타잔처럼 줄을 타고 물 속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그렇게 블루라군에서 1시간 30분 동안 타잔처럼 다이빙과 줄타기를 즐기다 보니 허기가 졌다.

우리는 운치 있는 쏭강 강가로 가서 BBQ 도시락으로 점심 끼니를 때웠다.

라오스 방비엥 쏭강에서의 스릴 만점 짚라인 "가슴 떨릴 때 떠나라. 다리가 떨릴 때는 이미 늦을 것이다." copyright 데일리중앙
라오스 방비엥 쏭강에서의 스릴 만점 짚라인
"가슴 떨릴 때 떠나라. 다리가 떨릴 때는 이미 늦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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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짚라인(Zipline)으로 스릴을 만끽했다. 방비엥 짚라인은 쏭강과 열대우림의 짜릿한 스카이로드다. 탑승자를 지탱해주는 와이어나 도르래에 문제가 생기면 쏭강이나 열대우림 정글 속으로 떨어질 수 있는 최고의 스릴을 맛볼 수 있는 놀이다.

때마침 하늘에서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잔뜩 불어난 쏭강의 물결은 흙탕물로 더욱 거세졌다.

그러자 짚라인 출발선에선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돌았다. 어떤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며 짚라인 타기를 포기했고 다른 여자 아이들은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면서도 아슬아슬한 스릴을 즐겼다.

방비엥 블루라군과 쏭강에서의 이러한 인상적인 일정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우리는 방이엥에서 2박 3일 머문 뒤 9일 오전 다시 비엔티안으로 나왔다.

바다가 없는 라오스는 한여름 서울보다 평균 4~5도 낮았으며 밤에도 습도가 낮아 덥지 않았다

라오스의 상징인 탓 루앙(that luang). 45미터 높이의 황금빛 불탑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누워 있는 불상(와상)의 요염한 포즈가 눈길을 끌었다.copyright 데일리중앙
라오스의 상징인 탓 루앙(that luang). 45미터 높이의 황금빛 불탑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누워 있는 불상(와상)의 요염한 포즈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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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날인 9일 오후 라오스의 상징인 탓 루앙(that luang)을 관광했는데 45미터 높이의 황금빛 불탑이 인상적이었다. 인도의 석가모니 가슴뼈를 가져와 세웠다고 전해지는 탓 루앙은 라오스 국민들에게 '위대한 불탑'으로 불린다.

이곳에는 또한 누워 있는 불상(와상)이 있는데 요염한 포즈가 눈길을 끌었다.

나는 그 밑에서 와상을 따라 포즈를 취해보기도 하고 카메라로 불상을 내 손 위에 올려 놓기도 했다. 

라오스 여행 넷째날인 이날 저녁에는 라오스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메콩강 야시장을 찾았다. 야시장에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해질녘 메콩강가에서는 경쾌한 음악에 맞춰 비엔티안 시민들의 에어로빅 댄스가 펼쳐지고 있었다. 메콩강의 아름다운 석양을 배경으로 몸을 흔드는 비엔티안 시민들의 흥겨운 율동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리 일행 가운데 일부는 흥겨운 리듬에 맞춰 그곳 시민들과 함께 몸을 흔들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라오스 여행 나흘째 저녁에 들른 메콩강 야시장에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메콩강가 넓은 광장에서는 메콩강의 아름다운 석양을 배경으로 비엔티안 시민들의 경쾌한 에어로빅 댄스가 눈길을 끌었다.copyright 데일리중앙
라오스 여행 나흘째 저녁에 들른 메콩강 야시장에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메콩강가 넓은 광장에서는 메콩강의 아름다운 석양을 배경으로 비엔티안 시민들의 경쾌한 에어로빅 댄스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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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떨릴 때 떠나라. 다리가 떨릴 때는 이미 늦을 것이다."

닷새 동안 우리에게 재치와 윤기나는 입담으로 즐거움을 줬던 개그맨 출신 현지 가이드가 남긴 말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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