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스위니토드'... 파격적인 막장 복수극에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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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스위니토드'... 파격적인 막장 복수극에 공감?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9.10.28 01:44
  • 수정 2019.10.28 0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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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을 시대 배경으로 만연한 불평등과 사회 부조리 고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시대상과 맞물리면서 복수극 공감 얻어내
박은태의 광기어린 감정 연기, 옥주현의 능청스런 연기 돋보여
27일 밤,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 19세기 영국을 시대 배경으로 평범한 이발사였던 스이니토드가 15년 억울한 옥살이를 마치고 자신을 불행으로 몰아넣는 '터핀판사'와 세상을 향해 파격적인 복수극을 그린 뮤지컬 '스위니토드'가 공연됐다.copyright 데일리중앙
27일 밤,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 19세기 영국을 시대 배경으로 평범한 이발사였던 스이니토드가 15년 억울한 옥살이를 마치고 자신을 불행으로 몰아넣는 '터핀판사'와 세상을 향해 파격적인 복수극을 그린 뮤지컬 '스위니토드'가 공연됐다. (사진=오디컴퍼니)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고막을 찢을 듯한 비명 소리와 함께 막이 올랐다.

커튼이 양쪽으로 찢어지며 음산한 분위기 속에 프롤로그인 'The ballad of Sweeney Todd' 음악이 비장하게 울려 퍼졌다.

"들어는 봤나. 스위니 토드. 창백한 얼굴의 한 남자, 시퍼런 칼날을 쳐들면 그 누구도 살아 남지 못했네. 뭐였을까, 그의 정체. 그 스위니 토드, 이발사 탈을 쓴 악마"

출연 배우들과 앙상블이 함께 부르는 '프롤로그'는 앞으로 전개될 극의 긴장감을 높이며 관객의 관심을 한껏 빨아 들였다.

테너와 바리톤, 베이스, 알토, 소프라노 배우의 모습이 번갈아가며 비춰지며 번득이는 강렬한 눈빛과 싸늘한 숨결이 오싹하게 객석에 전달됐다. 

27일(일) 저녁 7시, 서울 쌰롯데씨어터. 올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며 최강의 라인업을 구성한 뮤지컬 <스위니토드> 공연이 펼쳐졌다.

무대에 불이 들어오자 1860년대 영국 런던의 우울하고 어두운 뒷골목 모습이 그려졌다. 당시 런던의 공업용 빵집을 무대 위에 재현했는데 낡은 고철로 만든 철제 계단과 건물이 작품 속 캐릭터들의 복잡한 관계를 대변했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19세기 영국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내와 딸을 둔 평범한 가장이자 이발사였던 '벤자민바커'가 15년 억울한 옥살이를 마치고 자신을 불행으로 몰아넣는 '터핀판사'와 세상을 향해 복수를 펼치는 내용을 다룬다.

터핀판사는 벤자민바커를 누명을 씌워 외딴섬으로 추방시킨 뒤 그의 아내를 탐하다 죽음으로 몰아넣고 어린 딸마저 강제로 입양시켜 탐하는 욕정으로 가득한 파렴치 인간이다. 

당시 런던은 산업혁명으로 급격한 경제적·문화적 성장에 심각한 혼돈을 겪고 있었다.

상류층은 경제적 이익을 독점하면서 유례 없는 부를 누리기 시작한 반면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빈민층으로 전락하던 시기다. 빈부 격차가 갈수록 극심해지고 만연한 사회적 불평등과 부조리 등이 우리 사회의 시대상과 맞물리고 있다.

이 때문에 스위니토드의 광기어린 막장 복수극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작품은 누명을 쓴 채 추방당했던 벤자민바커가 15년 만에 '스위니토드'라는 이름으로 런던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27일 밤,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펼쳐진 올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 뮤지컬 '스위니토드' 공연에는 1000여 객석이 꽉 찼다.copyright 데일리중앙
27일 밤,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펼쳐진 올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 뮤지컬 '스위니토드' 공연에는 1240여 객석이 꽉 찼다.
ⓒ 데일리중앙

이날 공연에서 주인공 스위니토드 역을 맡은 배우 박은태씨의 분노와 광기 어린 감정 연기는 왜 그가 뮤지컬계의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죽어야 돼. 모두 싹둑 잘라버려야 해."

그의 세상을 향한 복수극은 막장 그 자체다. 그가 운영하는 이발소에 발을 들인 자는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 올 때는 멀쩡하게 왔지만 갈 때는 저 세상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3년 만에 '러빗부인' 역으로 돌아온 배우 옥주현씨는 가창력은 물론이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완성형 캐릭터를 선보였다. 특히 수다스럽고 주책맞은 모습을 능청스럽게 연기해 객석의 큰 박수를 받았다.

러빗부인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파이 가게 주인이다. 스위니토드에게 연정을 품고 그의 복수를 돕는 캐릭터다. 옥주현씨는 이날 박은태씨와 환상 호흡을 맞추며 극의 재미를 더했다.

스위니토드의 아름다운 딸 조안나 역을 연기한 배우 최서연씨. 욕정으로 가득한 인면수심의 터핀판사에게 강제로 입양돼 갇혀 살며 바깥 세상을 동경하는 모습이 관객의 안타까움을 샀다.

최고의 악역 '터핀판사' 역을 맡은 베테랑 배우 서영주씨는 선 굵은 연기로 작품의 무게감을 더했다. 

이날 공연에는 이처럼 옥주현·박은태·최서연·서영주·임준혁·신주협씨 등 20여 명의 배우가 출연해 한 인간의 막장 복수극을 완성했다.

165분(쉬는 시간 20분 포함) 간의 공연이 끝나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10분 가량 이어진 커튼콜에서 배우들은 차례대로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마지막으로 옥주현씨와 박은태씨가 무대 뒤에서 걸어 나오자 객석에선 큰 박수와 함께 환호가 이어졌다.

특히 옥주현씨는 커튼콜을 마치고 무대 뒤로 들어가면서 박은태씨를 안고 들어가는 모습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165분(쉬는 시간 20분 포함) 간의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는 기립박수가 쏟아졌다(위). 공연이 끝난 뒤 열성팬들은 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임에도 주차장 앞에서 배우들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아래). copyright 데일리중앙
165분(쉬는 시간 20분 포함) 간의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는 기립박수가 쏟아졌다(위). 공연이 끝난 뒤 열성팬들은 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임에도 주차장 앞에서 배우들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아래).
ⓒ 데일리중앙

지난 4일 개막한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2020년 1월 27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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